작성일 : 13-11-19 11:29
[추성-칠선-대륙폭포-좌골-동부능-하봉-상내봉-벽송사]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4,321  
1. 산행일시
2002. 8. 24(토) 06:40 - 8. 25(일) 12:57

2. 코 스
추성리(추성산장) -> 선녀탕 -> 칠선폭포 -> 대륙폭포 -> 삼층폭포 -> 계곡 사태지역 -> 동부능선(중봉, 하봉 사이) -> 하봉 -> 국골사거리 -> 새재삼거리(조계골 지류 상류) -> 쑥밭재 -> 새봉 -> 상내봉 -> 빨치산루트(토벌루트) -> 벽송사 -> 추성리(추성산장)

3. 등반인원(5명)
지계주 : 나이 51세 루뫼산악회 소속
최진수 : 나이 50세 루뫼산악회 소속
윤병권 : 나이 49세 루뫼산악회 회장
이철언(만복대)
양동주(프록켄타)

4. 일자, 시간대별 도착지
8월 24일(토)
06:40 : 추성리(추성산장)출발
06:56 : 창암능선 갈림길
08:12 : 선녀탕
08:45 : 청춘홀 (아침식사)
09:35 : 출발
10:33 : 칠선폭포
10:50 : 대륙폭포
11:22 : 삼층폭포
12:35 : 1200 폭포
12:50 : 점심
13:30 : 출발
14:22 : 1400 폭포
14:56 : 1550 폭포
15:57 : 동부능선
16:12 : 헬기장
16:51 : 하봉
17:32 : 국골 사거리
18:20 : 새재삼거리(조계골지류 상류)

8월 25일(일)
07:45 : 출발
08:25 : 독바위
08:57 : 새봉
09:58 : 상내봉
10:13 : 빨치산 바위비트
10:32 : 벽송사 7㎞ 표지판
11:57 : 벽송사 1㎞ 표지판
12:20 : 벽송사
12:57 : 추성리(추성산장)

5. 산행시간 및 거리
첫날
총 11시간 40분
도상거리 11.2㎞
둘째날
총 6시간 47분
도상거리 9.3㎞

6. 산행일지
24일(토)
06:10 일어나기가 싫다.
술을 많이 마신 건 아닌데 새벽 2시가 넘어서 잠이 들어 머리가 무겁다.
울산에서 오신 분들은 다른 방에서 주무셨는데 부산히 움직이는 소리가 난다.
옆에 자고 있는 철언을 깨우니 또 버릇이 나온다. '1분만 더...1분만 더...'
지가 먼저 매표소 공단 직원이 나오기 전에 빨리 출발하자 해놓고...
(선녀탕 이 후로는 통제구역이니....)

06:40 배낭을 꼼꼼히 꾸리고 추성산장을 나선다.
선두에서부터 지계주님, 최진수님, 윤회장님, 만복대 그리고 마지막에 내가 섰다.
가벼운 오르막을 15분여 올라 창암능선과의 갈림길이 나온다.
갑자기 철언이 좀 쉬자더니 디립다 오바이트를 해댄다.
아침은 가다가 먹기로 해서 빈속일 텐데 꾸그럭~꾸그럭~ 넘어 오는 것도 많다.
숙취가 있는 데다 오르막에 숨이 차니 대책 없이 토할 밖에...
그리고는 그 놈의 속에 담배를 꼬나문다. 참내,
울산 분들도 혀를 내두른다.

08:12 선녀탕이다.
혹시나 벗어 놓은 옷이 있나 두리번거린다.
아직 목이 마르지는 않지만 '선녀냄새가 조금은 날까?' 하는 욕심에 시에라컵으로 목을 추겨본다. 미지근한게 물 맛은 별로다.

08:45 청춘홀
누룽지로 아침식사,
초암능선 위로 떠오른 햇빛이 계곡에 부챗살처럼 퍼진다.
난 너무 모자랐지만 나이 드신 분들을 위해 숟가락을 일찍 씻었다.

09:35 출발한다.
지리산 10경의 하나답게 칠선의 웅장 오묘함은 눈길을 잡아끌어 자꾸 발을 헛 딛게 한다.

10:33 칠선폭포를 발 아래 두고 위에서 내려다보며 지나쳤다.
먼 발치에서 봐도 이름 값은 충분하다.
칠선계곡을 오른쪽에 버리고 대륙폭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10:50 대륙폭포에서 사진 몇 커트.
폭포 오른쪽으로 희미한 길의 흔적이 있다.
가파르게 올라가 이제는 본격적으로 계곡만을 따라 올라간다.
갈수록 계곡이 심상찮은 모습이다.
집중호우가 계곡의 양쪽 겨드랑이를 긁어 나무뿌리와 속 땅이 드러나 있다.

11:22 삼층폭포를 지나 바위에서 바위로 징검질을 하며 고도를 올린다.
이제 길은 아무데도 없다 그냥 계곡이 길이다.
이번 산행코스를 감수한 철언이가 고개를 갸웃댄다.
6월 29일 이 코스를 밟았을 때 부쳐놓은 시그널도 없을뿐더러 지형이 생소한 모양이다.
선두 2명이 오른쪽 바위를 차고 돌고, 그 뒤 윤회장과 철언은 왼쪽편 바위를 타고 올라 간다. 나는 맨 뒤에서 뻔히 보고 가니 편한 길로 골라 타는 재미가 있다.
이번에는 철언의 뒤를 따라 왼쪽 바위를 두손으로 집고 발을 굴러 잉차~! 올라 챘다.
그러니까 내 몸은 앞을 향해 엎드려 있는 상태다.
이크, 눈 앞 바로 50㎝정도에 보통은 쉽게 볼 수 없을 정도로 큰 살모사가 바위에 길다랗게 느려뜨리고 있는게 아닌가 나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어이, 철언이 여기좀 봐~ 살모사 큰 놈이네"
저 만큼 가던 일행들이 돌아와 구경을 한다.
뱀을 본 철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다 그리고는 바로 옆을 지나쳤다는 공포감에 몸서리를 친다.
철언 왈 "내가 올라오며 봤다면 놀라서 아마 옆 바위 밑으로 떨어졌을걸요?"
아닌게 아니라 저번 태극종주때 지렁이 꿈틀거림에 괴성을 지르며 뒤로 뛰어 오르던 모습을 보면 그러고도 남았을거란 생각이 든다.
전혀 도망가려는 눈치가 안보이는 살모사를 나는 스틱으로 계곡물에 놓아줬다.
윤회장님은 죽이라고 난리시다.

12:35 1200 폭포(무명폭포라서 고도로 이름을 붙였음)
폭포만 나오면 짜증이 난다.
옆 길이 없으니 암벽을 오르거나 폭포물을 뒤집어 쓰며 기어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앞의 3명은 암벽등반은 전문가들이고 철언 또한 노하우가 있어 어렵지 않게 진행을 하는데 난 암뱍을 배워본 적도 없음은 물론 배낭이 다른사람 2배는 되니(철언이가 접대를 해야 한다기에 꽃등심 3근에 불판등등 몽땅 때려 넣었으니) 올라 채려면 배낭이 뒤에서 잡아당기고 좌우로 이동하려면 중심이 흔들리고... 식은 땀이 줄줄난다.

12:50 라면으로 대강 점심을 떼웠다.

13:30 출발
가면 갈수록 기가 막힌다.
경사는 점점 심해지고, 누군가가 붙여 놓은 빨간 시그널이 계곡 가장자리 나무 위 15m지점에 매달려있다 자그만치 12-13m의 흙을 깍아 먹고 내려간 셈이다.
와~! 보인다 저게 뭘까???
아마득히 몇부능선 쯤인지는 몰라도 온통 누렇게 뒤 덮힌 산사태의 현장, 그 누런 악마는 구비쳐서 우리에게 닿아있다.

14:22 위험천만한 고비를 몇번 넘긴 끝에 1400 폭포 위에 도달했다.
핵폭탄이 터지면 이 정도일까?
계곡 안은 자연(自然)이라고 이름 부칠만한 그 무엇도 없다.
상처 입은 계곡은 마치 우리에게 복수라도 하려는 듯, 한 걸음 한 걸음을 편하게 받아주질 않는다. 자잘한 돌과 흙이 군데군데 덮혀 있는 바위들은 발이 닿기가 무섭게 밀어버린다.
더더욱 딛거나 손으로 잡아 의지하려는 바위마저 온통 금이 가 있어 지탱할 수 있을지도 불안하다.
고도를 잔뜩 높이면서 극심하게 체력이 소모되지만 여차하면 실족하는 위험한 상황이 체력을 생각하게 할 시간을 안 준다.
위를 올려다보면 한숨만 나오고 밑을 내려다보면 끔찍하기 그지없다.

[전날 밤]
계주님 : "이 하강기나 자일이 필요 없겠나?"
철언 : "예 필요 없어요 두고 가세요"
하긴 이럴줄 몰랐겠지만...

14:56 1550 폭포
마지막인 듯한 폭포를 가까스로 올라보니 물줄기가 가늘어진다.
독도를 하며 철언이가 지금의 위치를 조심스레 짐작해 동부능선에 근접해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지도도 믿을 수가 없다. 가끔 지도에 틀리게 나와있는 계곡이 왜 존재하는지 알 것 같다,
이 정도의 산사태면 없는 계곡을 만들고 어지간한 지류들은 입구에 댐을 막아놓은 것처럼 봉쇄해버려 상전벽해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선두 계주님이 물이 끊겼다 한다.
우리는 수통을 채웠다 석간수인 듯 무척 시원하다.
고도계로 위안을 삼으며 힘들게 올라챈다.

[후일담]
하산주 먹는 자리에서..
윤회장 : "말은 아해지만 무서버 직는지 알아따마! 그기다 우리에게 쏟아지믄 우이할끼가??"

15:57 동부능선
사태지역을 맨 먼저 벗어난 계주님이 10분정도 지나자 환성을 지른다.
능선에 도착한 모양이다.
중봉에서 하봉사이 약 1/3정도의 지점이다
무심코 시그널을 붙이려 하니 다들 말린다.
아닌게 아니라 그거 붙였다가 멋모르고 그리로 내려가다간 큰일나지...

16:12 헬기장을 지나 16:51 하봉 17:32 국골사거리 18:20 우리의 비박지인 새재삼거리(조계골지류 상류)에 도착했다.
무겁게 지고 온 꽃등심에 소주파티가 기다리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그 먹는 순간이란 계주님 말마따나 "이런 맛 아이믄 미치따고 그 고생함서올라오나???"
1.8ℓ소주 2병이 금새 바닥난다.

22:00경 4명은 천막지붕 밑에 난 하늘이 보고싶어 길에 자리를 폈다.
요란한 관악기 4중주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듣기가 싫지 않다.
어느 틈에 나왔는지 자그마한 반달이 조용히 수면가루를 뿌려준다.

25일(일)
05:10 잠이 깼다.
얼굴를 더듬고 가는 싱그런 새벽바람에 아기처럼 코를 킁킁대본다.
뱃속이 허전하여 라면이라도 끓여 먹을까 생각했지만 아늑하게 누워있는 분위기가 너무 좋아 빠져 나오기가 싫다.
이젠 관악기가 2중주로 바뀌어있다.

06:10 "철언씨!!!! 일라, 미역국 끄리라마!!!"
어젯밤 약속한 아침식사 당번을 윤회장님이 깨운다.
어쩐일로 뭉그적대지 않고 벌떡 일어난다.
세상에서 그렇게 맛없는 미역국은 첨 먹어본다.

07:25 국골부근에서 비박하고 온다는 애들을 포함한 6-7명 일행이 길을 묻는다 치밭목으로 가야는데 지나친 모양이다 물이 없어 아직 아침식사도 못한 듯, 바로 밑에 물이 있다니까 여기를 아침식사 장소로 잡는다.

07:45 출발. 이슬이 축축히 내린 쑥밭재를 쑥쑥 지나
08:25 독바위에서 독한 담배를 철언과 계주님은 빨아대고
08:57 새봉에서 새로운 길로 우리는 들어선다. 새재로 가는 태극종주길을 버리고 왼쪽 상내봉쪽으로 향한다.

09:58 함양군과 산청군이 나뉘는 상내봉이다.
여기서 잠시 우리는 의견교환을 했다.
모전동으로 갈까하다가 차량회수 문제로 빨치산루트로 해서 벽송사로 떨어지기로...

10:13 빨치산 바위비트란다. 너무 인위적으로 조잡하게 만들어 놓았다.

10:32 벽송사가 7㎞ 남았다는 표지판을 지났다.

10:43 벽송사가 5㎞ 남았다는 표지판이다.
황당하기 그지없다. 지리산 거리표지판을 믿는건 아니지만 저렇게 황당할 수가 2㎞를 11분에 왔다는 말인가??
빨치산루트니까 빨치산으로 변해서 축지법을 쓴 걸까??
군데군데 재현해 놓은 산죽비트를 지나 편안한 길을 재촉한다.
최진수 : "저거 뱀아이가??"
나 : "앗, 까치독사네요"
와~ 이틀새에 귀한 뱀을 2번씩이나 만나다니...
스틱으로 톡~톡~ 건들이니 우리쪽으로 혀를 날름거리며 기어온다.
하하하~ 철언이가 질겁을하고 윤회장님 뒤로 숨는다.
윤회장님은 또 "쥑여뿌라~~!"
난 뱀을 보면 둘 중 하나다. 잡아먹는가(혹, 술을 담든가), 아니면 살려주든가.
철언이는 뱀 땜에 스트레스다 맨 뒤에 간단다.(그 뒤로도 나무가지등에 또 놀란다)
(저런 산꾼이 뱀을 무서워 하다니....킥킥~)

11:57 벽송사 1㎞ 표지판
허공다리골의 물소리가 왼쪽에서 가깝게 다가온다.
길이 너무 좋다 소나무숲이 울창하고 바닥은 푹신하다.
마치 슬리퍼 신고 슈퍼로 맥주 사러 가는 기분이다.
울산에서 오신 세분의 걸죽한 E.D.P.S가 산행이 편안해졌음을 짐작케한다.

12:20 벽송사다
추성산장까지의 시멘트길, 아스팔트길이 해까지 쨍쨍 내려쬐 왕짜증이다.
하산주를 그리며 짜증을 삭힌다.

12:57 추성산장
어제에 비해 너무 밋밋한 산행이었지만 그런데로 맛이 또 있다.

돼지볶음에 백숙, 맥주에, 동동주에 소주....
거나한 우리는 우정의 잔을 연신 돌린다.
처음 만났지만 참으로 편안한 분들이다.

최진수 : " 이번 산행 너무 좋았으요. 칠선비경보다예.. 그 사태난기 쥑이는기라예 그 자엔으힘 보이소 안봤으믄 상상이나 하겠으요 앙기라요 지헹 그쟈???"

나도 전적으로 동감이다.
나만 아는 코스, 숨겨진 비경, 시간에 3키로를 주파하는 체력, 해박한 등산지식 이게 다 뭐란 말인가 그 고고하고 신비스런 지리의 자태도 대자연의 호흡한번에 저렇게 누런 속살을 드러내고 신음하고 있는데....
하물며 우리는?????
더 겸손해지리라
 
 
2013. 11. 30현재 조회수 : 1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