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1-19 11:30
[반선-뱀사골-삼도봉-묘향대-중봉-봉산골-달궁]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4,646  
1. 산행일시
2002. 9. 3(화) 07:23 - 15:52(오후3:52)

2. 코 스
반선 -> 뱀사골 -> 뱀사골대피소 -> 화개재 -> 삼도봉 -> 반야봉8부능선 -> 묘향대 -> 중봉 -> 달궁방향 -> 봉산골 -> 쟁기소 -> 달궁

3. 등반인원
단독

4. 시간대별 도착지
07:23 : 반선(일출식당앞)주차장 출발
07:44 : 와운교
08:17 : 병소
09:38 : 뱀사골대피소
09:55 : 대피소출발
09:59 : 화개재
10:19 : 삼도봉
11:00 : 묘향대초입(주능에서)
11:57 : 묘향대(점심)
12:20 : 출발
12:56 : 중봉
13:40 : 석간수(?)
14:32 : 달궁 3.7㎞ 표지판
15:03 : 〃 2.8㎞ 표지판
15:48 : 어름교(봉산골계곡 구름다리)
16:14 : 달궁

5. 산행시간 및 거리
총 8시간 51분
도상거리 14.7㎞

6. 산행일지
04:10 오늘 산행을 의식하여 어제 술을 자제했는데도 숙취가 남아있다.
04:30 '다래' 해장국집에서 아욱국에 고추장을 한 숟갈 그득 풀어먹다.
06:30경 남원-인월간 국도 변에서 20여분 수면.
인월에서 반선으로 들어가는 도로변 10여 군데가 산사태 때문에 온통 토사로 쌓여있고 겨우 차량 한 대가 지날 정도만 치워져 있다.
라디오에서도 연신 남원 산내, 강릉, 김천등 수해지역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온다.
이런 와중에 팔자 좋게 산행이나 하는 스스로에게 모순된 묘한 감정의 기류가 흐른다.

07:23 오늘은 가볍게 배낭을 꾸렸다.
와운교까지 가는 도로는 다행히 크게 유실된 곳은 없지만 위태해 보이는 부분이 몇 군데 눈에 뜨인다.

07:44 와운교를 건너 뱀사골 계곡길로 들어선다.
가지런히 돌로 만들어 놨던 길이 뒤죽박죽이 되어 있다. 차라리 자연스러운게 더 낫다.
오랜만에 나온 햇빛이 따사롭게 비치는 뱀사골계곡은 그래도 수마로부터 의연하다는 느낌이 든다.
김삿갓의 싯귀가 떠오른다.
'나는 청산을 향해 가건만, 녹수야 너는 어디서 오느뇨'
09:17 연하교, 09:22 선봉교, 09:27 화개교라 쓰인 철 구름다리를 건너다.

09:38 적막이 감도는 뱀사골대피소다.
이불만 난간에 널려있다. (아무도 없나??)
훗, 화장실에서 산장지기 '영호'가 나온다. 어쭈 제법 수염도 길렀네???
지리산산장에 있으면 수염을 길러야 되는건가?? 연하천 노시철이도 길렀드만..
맥주 2캔으로 오랜만에 회포를 풀다.
맥주값 안 받을려는 것을 억지로 쥐어줬다(쥔장 영국이가 이 글 안보길..)
이번 여름은 완전 장사 망쳤단다. 그러기도 하겠지
묘향대가면 스님에게 안부 전해 달랜다.

09:59 화개재에서 처음으로 등산객 3명을 만난다.
(오늘은 기여코 550개도 되었다 551개도 되었다하는 계단을 정확히 세리라)
'하나, 둘, 셋......마흔일곱' 등산객이 내려온다 숫자를 안 잊으려고쉰에서 멈춰섰다. "안녕하십니까~" '예순넷, 예순다섯.....' 두명이 또 내려온다. 일흔에서 멈춰서서 두명에게 한꺼번에 인사했다."수고하십니다~" '일흔하나, 일흔둘....' 그런데 갑자기 뒷사람이 "뱀사골대피소 얼마나 가야합니까?"
가장 짧게 대답했다. "다 왔어요"
그리고는 다시 세려하니 이런이런, 일흔셋인가, 넷인가,다섯인가 헛갈린다. 에효~ 이노므 조구대가리...그래서 세는거 다음으로 미루고 포기.

10:19 삼도봉
5-6명의 나이 지긋한 남녀 등산객이 쉬고 있다.
노고단 쪽에서 20대 중후반의 젊은 남자 2명이 오는데 한 명의 무릎이 몹시 다친 듯, 뱀사골로 하산예정이라는데 부상땜에 쉽지 않을 것 같다. 구급약통에서 압박붕대를 꺼내줬다.
나무라도 꺾어 스틱대용으로 하면 나을거라 하고 난 다시 발길을 재촉..
지리산의 주능답게 20-30분 사이 약 40여명의 등산객이 스친다.

[전 날 (9월 2일)]
만복대: ...중략.."삼도봉을 지나서 일단 쭈욱~ 가세요 그럼 10분이내에 무덤이 나올건데 일단 그 무덤이 나오면 뒤로 빽해서(쉽게 무덤을 기준점으로 잡았음) 1-2분 안에 왼쪽(삼도봉->노고단 이면 오른쪽)에 죽은 고목으로 막아놓은 길이 보일건데 그게 묘향대로 가는 길이니 그 길로 가세요"

10:25-11:00
우라질~ 없다! 길이 없다.
삼도봉에서 무덤사이에 오른쪽으로 떨어지는, 4개의 길 같은 그러나, 길 아닌 길이 있는데 모두다 식사 후 지뢰매설지대일 뿐 길이 아니다.
한참을 헤매다 '에라~! 일단 반야봉까지 가서 판단하자 묘향대로 해서 이끼폭포로 떨어지든가 그냥 묘향대 안 거치고 심마니로 빠지던가'
그냥 무덤을 지나쳤다.

11:00 어~! 여기있네?????
오른쪽으로 빠지는 고목으로 막아 놓은 길이 무덤 전이 아니고 지나쳐서 나온 것이다.
그것도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 구간 구간 키로수를 표시해 놓은 표지판 옆에 버젓이 알기 쉽게....
(우씨..이건 분명 의도적이다 만복대 고게 모를리 없건만 나를 엿먹이려고...)
반야봉의 8-9부능선을 타고 돌며 묘향대로 재촉, 여기에도 수마의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11:57 바래고 칠이 벗겨져 우중충한 붉은 빛 함석지붕의 묘향대다.
입구의 바위 밑 샘에서 점심을 먹다.
어사또 상 같다.
해장국집에서 얻어온 밥 2공기, 생채 한 줌, 익은 신김치 몇 쪽 너무 빡빡하다. 그래도 물을 말아 후적후적 먹으니 먹을 만 하다. 식사 후, 앞으로는 물이 없을 것 같아 물을 충분히 보충했다. 묘향대 옆 마당 샘에서 젊은 스님이 빨래를 하고 있다.
나 : "안녕하세요~ 비 피해는 없으세요?"
젊은스님 : (나를 보는 둥 마는 둥) "예에~~~없네요오~~"
(우씨..꼬마중이라 할까부다)
진짜 묘향대 부근은 너무 말끔하다

12:20 묘향대를 떠나 중봉으로, 슬슬 고도를 잡아 올린다.
어느 순간 왼쪽 무릎이 심상찮다. 기분이 몹시 안 좋게 통증이 온다.

12:57 중봉 헬기장.
아무래도 무릎이 장난이 아니다.
애초에 계획했던 심마니능선길을 포기하고 빨리 문명세계로 나가야겠다.
달궁쪽 봉산골로 떨어지리라. 심원은 차량회수에 너무 멀다.
치사하게 삼도봉에서 다친사람에게 준 압박붕대 생각이 간절하다.

13:40 샘일까????
<구조요청지점> 지북 18-11 푯말로부터 5m 밑 오른쪽에 큰 바위가 있는데(광속단 시그널이 있음) 그 바위 밑에 쫄쫄 물이 흐른다.
수량이 그다지 많지는 않아 과연 가뭄에도 그 물줄기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가볍게 갈증을 덜 수는 있으리라는 예감도 든다.
일단 여기서 실컷 물을 마시고 수통도 채웠다.

14:32 달궁 3.7㎞ 표지판
왼쪽 무릎 통증 때문에 아무런 생각이 안 난다.
모레 1박2일로 남부, 중북부능선 산행을 포기 해야 할 듯.

15:03 달궁 2.8㎞ 표지판
왼쪽으로 고도가 떨어진다.
봉산골 물소리가 다가온다.
스틱에 의존하니 손바닥까지 아파온다.
여기도 수마의 흔적이 역력하다.
고로쇠 채취 호스들이 늘어져 볼상 사납다.

15:48 어름교(봉산계곡 구름다리)
쩝.. 다리위 철문이 쇠통으로 잠겨져있다.
무릎도 잘 안 구부려지는데 어떻게 넘어가라고....

16:14 문명세계(아스팔트길)로 나왔다.
눈 앞에 달궁이 보인다.
때맞춰 심원쪽에서 5인승(6인승인가??) 1톤트럭이 내려온다.
난 순간 몇 십번의 갈등을 한다. (아직 '히치'를 해본 적이 없는데 무릎만 아니면 절대 안할건데...) 어느새 엉거주춤 내 손이 올라가 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멋진 동작이 아니고 손바닥이 절반이나 펴진 상태로 매우 어색하게....
다행이 차를 세워준다. 30대 중반 운전사와 옆자리엔 40대 초반의 남자가 앉아있다.
난 땀 냄새 때문에 적재함으로 올라탔다.
근데 왠 적재함에 밧줄이며 정글도 같은 흉칙한 기구들, (잉? 밀렵꾼들인가??)
출발을 안 해서 뒷 유리로 들여다보니 손 짓으로 안으로 들어와 타란다. 별 수없지...

40대남: "등산객이신 것 같은데 어디에서 오십니까?"
나: "네 뱀사골로해서 삼도봉, 묘향대거쳐 중봉으로해서 봉산골로 내려왔습니다"
(잠시 침묵)
40대남: "묘향대 쪽 사태 난 곳 없던가요?"
30대남: "뱀사골 대피소에 주인이랑 있던가요?"
말하는 폼이 지리산을 잘 아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무심히 조수대 의자 뒤로 걸쳐놓은 제복이 눈에 뜨이는데
이크~! '국립공원관리공단' '야생 동,식물보호단'
순간, 난 묻지도 않은 말을 해댄다.

나: "제가 원래는 중봉에서 심마니능선으로 내려가려 했는데 무릎을 다쳐서 부득이 이쪽으로 내려왔어요"
하하 누가 뭐랬나?? 도둑이 제발 저리는꼴. 현재 중봉쪽에서 달궁쪽이나, 심원쪽이나 모두 휴식년제이니....

반선에서 시원한 맥주를 대접했다.
그리고는 그 동안 궁금하게 여겼던 2가지를 물어봤다.
첫째
나: "능선길을 가다보면 시꺼멓고 굵직하게 싸놓은 똥이 있던데 그게 무슨 똥이죠?"
40대남: "아, 그거 멧돼지 똥입니다 칡이나 도토리를 먹으니 똥이 까매져요"
둘째
나: (간살스럽게 웃으며..)"휴식년제 등산로 가다가 공단원 만나면 어떻게 하면 쉽게 봐주나요??"
40대남: "하하 이거 말해주면 안되는데,......그럼 혼자만 알고 계세요"
40대남: "$^*^$%##%&&***&&((*())$$$#%$"
나: '하하 그런 수가......"

그러건 저러건 빨리 무릎이 나아야 써먹던 말던 하지.*
 
 
2013. 11. 30현재 조회수 : 1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