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1-19 11:31
[만복대골-만복대-다름재-선유폭포지곡]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4,271  
1. 산행일시
2002. 9. 22(일) 08:05 - 13:50

2. 코 스
만복대골(군막터골) -> 만복대 샘 -> 만복대 -> 서북능, 다름재 갈림길 -> 요강바위 -> 다름재 -> 선유폭포지곡

3. 등반인원
만복대(이철언)
프록켄타(나)
2명

4. 시간대별 도착지
08:05 : 출발
08:15 : 계곡
09:20 : 서울대 연습림 49-15
10:30 : 만복대 샘
10:50 : 만복대
11:15 : 만복대 출발
11:25 : 서북능, 다름재 갈림길
11:26 : 점심
12:15 : 출발
12:58 : 요강바위
13:00 : 다름재
13:50 : 노고단 16㎞, 정령치 4㎞ 표지판 도로

5. 산행시간 및 거리
총 5시간 45분
도상거리 6.1㎞

6. 산행일지
(사실 오늘 산행은 등산이라기 보다 내 무릎이 괜찮은지 테스트하는 의미에서 만복대(철언)가 지리산에서는 손에 꼽을 만큼의 최단거리로 코스를 잡았다.)

07:30 운봉읍에서 택시기사와 흥정

07:40 우리 차는 선유폭포 밑, 길가의 간이 주차장에 주차하고 따라온 택시에 갈아타고 심원 직전의 만복대골 초입에서 하차(2만원이나 달랜다 드럽게 비싸다)

08:05 펜스를 살짝 넘고 바닥의 철망을 조심스레 피해 출발.
잠시 올라가니 토벌군이 도로 개설시 주둔했다는 군막터가 희미하게 남아있다.
충분히 길로 짐작될 만한, 만복대로 통하는 쉬운 능선길을 버리고,

08:15 계곡으로 내려선다.
아주 화려하고 웅장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때 타지 않은 아담한 계곡이 너무 예쁘다.
수량도 제법 풍부하다.
다만, 고로쇠꾼들의 자취가 곳곳에 유쾌하지 않게 남아 있다.
계곡 자체를 길 삼아 바위에서 바위로, 돌에서 자그만 암벽으로, 맑디맑은 계곡 물줄기를 발 아래 두고 폴짝거리는 징검질이 자못 재미있다.

08:45
만복대: "늦잠 자서 아침을 못 먹었더니 허기가 지네요. 찰떡파이라도 먹고 가죠"
나: "그러지 말고 해장이나 한 잔 하세"
해장국집에서 얻어온 장조림 안주에 200㎖ 팩소주를 나눠먹었다.
뱃속이 땃땃해져온다.

09:20 계곡 옆의 한 나무에 '서울대학교 남부 부속연습림 49-15'라고 쓰인 표찰이 걸려 있다.

09:25 철언이가 당귀나무를 발견하고 뿌리를 채취한다.
습지에 있는 게 참당귀고 능선상의 당귀는 개당귀로 먹으면 죽는단다.
그리고 참당귀는 자주빛 꽃이 피고(7-9월) 개당귀는 하얀색 꽃이 핀단다.

09:45 고도계가 1,250m를 가리킨다. 계곡의 수량이 현저히 줄어들며 물소리도 가늘어진다.

09:55 고로쇠꾼들이 묵었음직한 페허가 된 움막이 있다. 너무 지저분하다.

10:00 계곡이 끝나고 가슴 정도 높이로 산죽과 철쭉, 다래, 머루 넝굴이 엉겨 전진이 힘들다.
12시 방향은 만복대로 통하는 능선길이고 11시 방향에 만복대, 그리고 9시 방향에 만복대샘이 있는 바위가 보인다. 우리는 그냥 9시 방향으로 치고 가기로 했다.

10:30 만복대 샘
누군가가 버리고 간 패트병에 1/3쯤 남은 버너용 휘발유를 철언이 알뜰하게 챙긴다.
점심을 위해 2ℓ 물주머니에 물을 채웠다.
만복대 능선길에서 샘까지 오는 길이 거의 없어졌다. 와보지 않으면 찾기 힘들겠다.
<*만복대 샘 찾기: 만복대에서 노고단쪽으로 약 3-4분쯤 내려오며 좌측을 유심히 보면 산 아래 쪽으로 몸을 드러낸 약 10여m 크기의 바위가 30-40m 좌측 밑으로 보임. 그 바위에서 시선을 조금 아래쪽으로 내려보면 아담하고 네모난 바위가 눈에 뜨이는데 그 바위까지 가서 2-3m밑의 물소리를 찾아가면 만복대 샘인데 샘 바로 앞에 3-4m 높이의 나무가 있어 멀리서도 육안으로 네모바위와 키큰나무 사이에 있는 걸로 짐작하면 됨. 샘까지 가는 길은 거의 없어졌지만 허리 정도높이의 억새나 잡풀로 그냥 헤쳐나가면 됨.>

10:50 만복대
억새들이 잔뜩 기대에 부풀어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은 애 띤 모습이다.
점심은 아직 이르고, 넉넉하고 널널한 산행인지라 만복대에서 100여m 떨어진 동쪽능 소스락에서 주변경관을 감상했다. 남쪽의 주능은 개스로 덮혀 있지만 북쪽편은 아쉬운대로 시야가 트였다. 달궁마을이 아스라히 보인다.

'앗~! 이게 뭐지?'
바위에서 무심코 내려다보니 바로 발아래 각기목 2개를 붙여 박아놓은 푯말이 있다.
유심히 찾아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든 곳에 박혀있다.
내려서 앞면을 보니 아.....비목(碑木)이다.
철언과 나는 숙연한 마음으로 읽어봤다.

[류인철 1975. 5. 19 ∼ 1995. 8. 28]

내 만일 죽어 사라지더라도
내 이름만은 기억해주오

내 만일 죽어 사라지더라도
내 모습만은 기억해주오

내 만일 죽어 사라지더라도
내 진실만은 알아주오*

이제 여기 어머니의 품 지리산에서 편히 잠들다.
95. 10. 15

너무 꽃다운 나이다.
코끝이 찡해진다.
비문의 오른쪽 위에 고인의 사진은 바래서 식별이 어렵다.

11:15 약간 무거운 마음으로 만복대를 출발

11:25 서북능을 버리고 전북과 전남을 가르는 도경계선을 따라 다름재 방향으로 전진.

11:26 조망이 좋은 암벽 소스락에 점심상을 차렸다.
오른쪽 앞에 누런 운봉 들판이 펼쳐져 있다.
아득히, 길가에 주차해 놓은 철언의 흰색 차가 보인다.
라면 2개, 해장국집에서 얻어온(거지같네..) 밥 3공기, 꼬마김치 2봉 그리고 200㎖ 팩소주 3개

12:15 포만감과 얼큰함이 어우러져 늘어진 듯한 몸을 일으켜 세우고 출발
등산로가 너무 편안하고 좋다.

12:58 요강바위, 아무리 봐도 요강 같지가 않다. 심통난 두꺼비같다.

13:00 다름재, 억새가 촘촘하게 펼쳐져 있다.
왼쪽으로 떨어지면 산동 상위마을로 가는 길이다.
우리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역시 이 곳도 수마는 피하지 못한 듯 사태로 길과 계곡이 덮혀 길도 계곡도 없어져 버렸다.
'앗!! 아이고 철퍼덕!'
가로로 누워있는 아람드리 나무를 밝고 넘던 철언이 미끌어져 된통 넘어진다.
허리랑 엉치가 다친 듯, 자고 나 봐야 어느 정도인지 알겠지.
이리저리 헤매며 내려오다가 꼬랑으로 변해버린 임도를 만난다.

13:50 예정했던 하산장소보다 100미터 밑에 떨어졌다
예정된 곳 바로 옆에는 '노고단 16㎞ 정령치 4㎞'라 쓰인 도로 표지판이 있다.
철언:(도로가를 걷다가 갑자기..)"어~! 모자를 놓고 왔네요 에이, 고어인데.."
다름재에서 잠시 쉴 때 빠트렸나부다. 띨띨하긴...

소풍같은 등산이다.
억새가 제 모습을 활짝 보일 무렵, 초보나 일반인들 가을 코스로 제격일 듯 싶다.

그러고 보니 무릎이 괜찮다. 하긴 이 정도 해서 무릎이 이상하다면 아예 집어쳐야겠지만..
이제 다시 긴 코스로 잡아야지...

2013. 11. 30현재 조회수 : 1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