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일시
2002. 10. 31(목) 06:50 - 15:20
2. 코 스
추성 -> 두지터 -> 칠선계곡 -> 마폭 -> 천왕봉 -> 장터목 -> 소지봉 -> 창암능
-> 두지동 -> 추성
3. 등반인원
(혼자)
4. 시간대별 도착지
06:50 : 추성산장 출발
07:08 : 두지터
07:46 : 선녀탕
08:05 : 비선담
08:45 : 칠선폭포
08:54 : 대륙폭포 갈림길
09:11 : 삼단폭포
09:52 : 고도 1,200m
10:10 : 마폭
10:32 : 고도 1,500m
11:14 : 천왕봉
11:56 : 장터목 대피소
(점심)
12:18 : 장터목 출발
12:50 : 망바위
13:18 : 소지봉
14:10 : 벽송사 4㎞ 표지판
14:26 : 묘지(고도 900m)
14:43 : 두지안부 사거리
14:58 : 두지동
15:20 : 추성산장
5. 산행시간 및 거리
총 8시간 30분
도상거리 16.5㎞
6. 산행일지
06:38 추성산장 도착
늘 봐도 인심이 후하고 친절한 주인내외가 반갑게 맞는다.
06:50 추성 출발
어젯밤이 어머님 제사라서 잠도 제대로 못 잔데다가 술도 덜 깨어 발길이 허공을 딛는 듯 하다
속은 미식거리고, 목구멍은 커다란 원을 그리며 자꾸 헛구역질을 해댄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그냥 맥없이 걷는다.
멀리 하봉 부근은 며칠 전에 내린 눈을 하얗게 싸안고 있다
두지동으로 가는 길목에서 본 칠선계곡
07:08 두지동 앞을 S자로 잡아 돌며 칠선계곡 초입으로 들어간다
비록 몸 컨디션은 별로지만 10월의 마지막 날을 지리 제일의 계곡과 같이 한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본다.
하늘 빛과 기온으로 봐서는 초겨울의 느낌인데 칠선계곡의 초입은 아직 끝물의 단풍을
붙잡고 있다.
선녀탕으로 가는 길목에서...
우렁우렁한 계곡 물소리 리듬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땀이라도 흠뻑 흘려야 속이 풀릴 듯.....
07:46 선녀탕이다.
공식적으로 허가된 등산로의 끝이다.
선녀탕에서 물을 한바가지는 먹는다.
아직 머리가 멍하다
칠선의 비경들을 제대로 감상 못하는 몸 상태를 원망해 보지만..... 술이 왠수지 뭐
왼쪽이 선녀탕
08:05 비선담
물빛이 황홀하다
08:45 칠선폭포를 지나고 08:54 대륙폭포쪽과의 갈림 합수부다.
천왕봉 표지판을 따라 합수부의 가운데 능선을 살짝 차 오른다.
길 위에서 본 칠선폭포
09:11 삼단폭포가 나온다.
09:52 고도계가 1,200m를 가르킨다.
왼쪽의 초암능선으로부터 빛살이 쏟아져 퍼붓는다
눈이 부시다.
초암능 너머로 본 하늘
계곡 쪽에 또는 너덜지대에 녹지 않은 눈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크고 작은 폭포들 옆으로 물이 튀어 얼어붙어 있다
<폭포 모음>
칠선 계곡의 폭포들.....
10:10 마폭에 도달하다
시원한 물로 갈증을 풀고 식수통을 채웠다.
속도 어느 정도 가라앉아 풀린 느낌이다.
이제 오른쪽으로 계곡을 버리고 고도를 차올린다.
10:32 고도 1,500m이다.
점점 눈이 많아진다.
희미하게 누군가가 내려 온 발자국이 있다. 흔적으로 봐서 2-3일 전인 듯
고도를 쳐 올릴수록 눈이 불어난다.
천왕봉쪽에서 인기척을 감지 할 수 있는 정도까지 오르자
쌓인 눈 때문에 진행이 더디다.
천왕봉 턱 밑에서 올 들어(1-2월 빼고) 처음 러셀을 한다.
이 기분도 제법 짜릿하다
내려온 발자국은 완만하게 우회해서 내려오는데 벌써 아이젠을 찼는지 아니젠자국이 선명하다
나는 그냥 러셀 기분을 낼 겸, 그리고 올라가는 게 쉬우니 직등을 해 본다
눈 속에 장갑이 다 젖는다.
어느 덧 철 계단이 나온다. 다 왔다
첫 러셀길.....
11:14 천왕봉이다. 아니 정확히 천왕봉 100m 전(장터목쪽에서)이다
쉬고 있던 학생들이 이상하게 쳐다본다. 길이 아니라고 생각 한 듯...
천왕봉을 몇 번 와 봤는지는 잘 셀 수 없지만 사람이 한명도 없던 때가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 없는 듯 하다.
천왕봉 쪽에서 본 주능...
나머지 물을 다 비웠다
장터목으로 내려가는 길이 응달은 얼어붙어 있다.
나도 배낭 속에 아이젠을 준비는 해갔지만 아직 착용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제석봉의 하늘>
11:56 장터목 대피소
무슨 공사를 하는지 공단관계자들이 부산하다
점심을 사 먹다
사발면 1,500원
햇반 3,000원
깻잎 2,500원(김치가 다 떨어져서)
<내 조촐한 일첩 반상의 점심>
12:18 장터목을 출발하여 백무동 길로...
10여분을 가니 기계소리, 발동기소리가 요란하다
가서 보니 나무계단 공사를 하고 있다
이제 여기도 등산객들 짜증나게 생겼군....
공사중인 백무동으로 내려가는 길
12:50 망바위
길이 녹아서 질척거린다.
저만큼 밑에서 남녀 둘이 사진을 찍는데, 삼각대가 없는지 돌 위에 카메라를 놓고 얼른
돌아가 나란히 붙어서 카메라를 본다
내가 다가가니 어색한 모양이다
자청해서 두 방 찍어주다
13:18 소지봉을 지나 2-3분 나무봉 계단길로 떨어지면 좌측 백무동 가는 길과 직진하는
창암능선 갈림길이다.
나는 직진하여 창암능을 탄다.
창암능은 고도가 낮아 오른쪽으로 초암능을 우러르며 진행한다.
우측 뒤로는 중봉, 천왕봉, 제석봉이 엄숙하게, 내려가는 나를 감시하고 있는 느낌이다
나무에 가려진 주봉들..(왼쪽부터 중봉, 천왕봉, 제석봉)
창암능에는 주봉들을 한눈에 들어오게 할 만한 관망대가 없다
가면서 몇 번을 뒤 돌아봐도 나무로 주렴을 쳐 놓고 살짝살짝 모습을 감춘다
포근한 낙엽길이 이어 진다.
창암능선의 낙엽길
이 쪽 동부능들의 특징을 보자면, 두류능선이 앙탈부리는 애인 같은 능선이라면 초암능은
덤덤한 각시 같은 능선이고, 이 창암능은 아늑한 할머니 같은 능이라고나 할까???
14:10 벽송사가 4㎞ 남았다는 표지판이 나온다.
의문의 벽송사 표지판
난 이때부터 의문에 휩싸인다.
창암능선에 왜 ‘벽송사’ 이정표가 있어야 될까???
두지터, 추성, 백무동 같은 지명을 가리킨다면 당연하겠지만 두지동을 지나고 추성을 지나고
그리고도 한참을 더 가는 ‘벽송사’ 이정표가 있을까? 그것도 하나 둘이 아니고 이 후로도
7-8개 이상이 나온다.
또한 그렇게 중요한 벽송사라면 왜 두류능선이나, 초암능선에는 벽송사에 비읍자도 안보일까
여기에서 나는 한가지 가설을 스스로 제시해 본다.
상내봉에서 벽송사 쪽으로 내려오는 길이 일명 ‘빨치산 토벌루트’다 그 길도 중간 중간에
벽송사 이정표가 있다. (그 길은 벽송사로 직접 떨어지기 때문에 당연하지만..)
그런데 이 창암능선 길에도 ‘빨치산 토벌루트’를 표시하는 표찰들이 십 수개 붙어있다.
그리고 ‘벽송사’ 이정표가 있고....
다시 말하면 이 동부쪽 길 중 창암능선과 상내봉에서 벽송사로 떨어지는 길이 유일하게
‘벽송사’‘빨치산 토벌루트’라는 두개의 낱말을 공유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 ‘벽송사’가 빨치산 토벌에 어떤 역할이나, 아니면 위치적으로 중요한 거점이 되어
있었던 것이나 아닐까?
훗~ 싱거운 상상이다....
14:23 폐묘를 지나쳐 14:26 고도 900m를 지나니 급격한 내리막이다.
눈앞에 우뚝한 창암산을 두고 창암산 발 아래로 떨어진다.
14:43 두지동 안부 사거리다.
두지동 안부 사거리
직진을 하면 창암산으로 올라 가는 길이고, 좌측은 백무동, 우측이 내가 가야할 두지동 뒷 편
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마을의 뒤쪽은 온통 호두나무 천지다
두지동 뒤쪽에서 본 정경
14:58 두지동에 도착하다
두지동 휴게실에는 아닌게 아니라 호두를 포장해서 팔고 있다
15:20 추성산장에 도착하니 왠 공단원과 추성산장 아주머니와 말리려 널어놓은 벼를 모으고 있다
그 공단원 나를 보더니 심상찮은 눈빛으로
공단원 : “지금 어데서 오능교??”
나 : (낯빛하나 안변하고 천연덕스럽게) “선녀탕 쪽에 단풍 좀 찍고 오는데 영~ 아니네요”
공단원 : (아까 그 눈빛이 사라지며) “올해는 비가 마이와가 행팬없다 아입니까”
그런데 추성산장 아주머니가 갑자기 끼어들며...
산장아줌마 : “아직(아침)에는 천왕봉 간다케노코....”
머쓱해 하는 내가 보였는지
산장아줌마 : “괘아나요 쟈가 우리 막내라 카이”
그 공단원이 산장 막내란다.
막내는 자기 어머니와 내가 친한 걸 보고 짐짓 모른 체 딴 짓을 한다.
그래도 난 끝까지 체면을 지켜줘야지..
나 : “아침에는 천왕봉 갈려 했는데 그냥 선녀탕에서 사진만 찍었어요”
말린 벼를 모으고 있는 母子
아무튼 이 기회를 빌려 추성산장을 소개하자면,
1. 아무것도 안 사먹고 민박을 안 해도 쾌히 주차를 하게한다.
2. 샤워를 부탁하면 조건 없이 하라고 한다.
3. 캔음료 값이 500원이다 (다른데는 거의 700-800원)
예) 2-3년전 산행 후 ‘만복대(철언)’가 마천에 주차를 해놨기 때문에 택시를 부른다고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니까 뭐 하러 괜히 택시비를 버리느냐며 추성산장의 딸이 직접 마천까지 태워다
주고서는 내미는 수고비를 펄펄 뛰며 사양한 사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혹시라도 ‘나’ 정도면 그 따님이 호감이 가서 태워다 줄 수도 있겠다
하겠지만....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만복대’는.......(이하 생략)*
2013. 11. 30현재 조회수 : 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