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1-25 23:26
[정령치-세걸산-세동치-부운치-부운]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4,529  
1. 산행일시
2007. 8. 1(수) 08:25 - 14:46

2. 코 스
정령치 -> 세걸산 -> 세동치 -> 부운치 -> 부운마을

3. 참가인원 4명
송주일 부부
‘아멜리아’
‘나’

4. 시간대별 도착지
08:25 : 정령치 출발
08:36 : 마애석불
09:05 : 고리봉
09:30 : 휴식(▥ 10)
10:40 : 휴식(▥ 20)
11:08 : 세걸산
11:20 : 세동치 샘
점심
12:30 : 세동치 출발
13:26 : 부운치(▥ 10)
14:46 : 부운마을

5. 산행시간 및 거리
총 6시간 21분
도상거리 11.2㎞

6. 산행일지
20대 후반부터 골프에 푹 빠져 거의 언더나 이븐, 아니면 2-3개 오버하는 친구가
이제 막 등산에 맛 붙여 전주 모악산만 싸드락 싸드락 다니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8월 1일에 시간 있으면 덕유산 한번 가게요 한 번도 안 가봐서....”
그러자고 대답을 해놓고 생각하니 한 여름에 무슨 덕유산, 상고대 있을 때나 덕유산이지
지리산 쪽으로 가리라고 작정을 하고보니 코스가 얼른 떠오르질 않는다
아직은 초보 인지라 천왕봉은 일단 무리이고, 그렇다고 처음부터 비지정으로 안내하긴 그렇고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고민 고민 하다가 결국 정령치에서 바래봉 방향으로 시작해서
힘 되는대로 가다가 떨어지기로 한다

전주에서 6시에 출발,
인월을 지나면서 일출식당에 아침준비를 부탁한다
맥주 해장반주로 배를 채우고 나니 춘식이가 정령치까지 태워다 준다.
그리고는 하산길도 픽업해준다고 연락을 하라네 고맙게시리...

08:26 평일이라서 그런지 한산한 정령치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송사장 부부는 마냥 들떠있다



기대에 부풀어 있는 송사장 부부

정령치에서 능선길로 접어드는 주변에 원추리가 한창이다
선선하게 살랑거리는 바람에 마치 봄나들이 나온 기분이 든다

08:36 송사장 부부를 마애석불로 안내한다



안내판도 새로 단장해 놨네



석불상을 배경으로....모두 12개의 석불이 새겨져 있다네



능선길에서 석불상까지 안내목과 밧줄을 설치해 놨다 주변 풀도 깔끔히 깍아 놓고...

능선길은 온통 고추잠자리 떼가 장악하고 있다
사람을 피하지도 않고 귓가를 간지럽힌다
문득 몇 년전 장터목에서 봤던 고추잠자리가 생각이 나서 옛 산행기를 들춰본다

아래 글은 2002. 7. 24 썼던 산행기중 일부이다.....

18:05
장터목 산장
세석까지 두어 시간이면 갈 텐데, 가볼까 생각하다가 어차피 1박2일 종주는 물 건너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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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산장 처마 밑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라면을 끓였다. 라면이 익는 동안 육포 안주에 200㎖
소주병에 담아간 시바스리갈을 홀짝 홀짝 아껴가며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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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하지만 평생 잊지 못할 멋진 밤이었다.
밤10시에 소등을 한다했는데 언뜻 야광시계를 보니 10:45 그런데도 너무 환해서 고개를 들
고 봤더니 엄청 큰 보름달이 빛을 쏟아내고 있는데 그런 밝은 보름달은 처음이거니와 더욱
죽이는 것은 수많은 고추잠자리떼가 달빛에 실루엣으로 날아다니는 광경이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밤이 깊을수록 스치는 바람과 부드럽게 애무하는 침낭카바의 감촉이 잠을 달아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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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던 길을 잠시 돌아보며....



송사장 모자가 바람에 벗겨져 날리는 순간

‘아멜리아’와 나는 그저 그런 산행인데 송사장 부부가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야~~ 좋다 진짜 기가 막히다....’
입에 발린 말 이기에는 감정이 너무 많이 묻어 나온다
안내하는 사람으로서 싫지는 않지만 조망도 제대로 안 나온 상황이 어째 미안하기
까지 하다
하긴 나도 서북능은 거의 겨울철에나 오고, 아니면 태극종주나 그런 때 에는 부리나케
지나가기 바쁘니 차분한 여름 풍경은 감상하지 못했는데 찬찬히 보니 괜찮네



쉬엄 쉬엄...

09:05 고리봉



여기서 백두대간이 갈리고..어쩌고.. 저쩌고....설명을 한 뒤..

첫 기념이니 만큼 푯말에서는 무조건 사진 찍어 주기로...
평일이라서 그런지 단 한명의 등산객도 볼 수가 없네



삼복 중의 서북능, 멀리 바래봉이 보인다



돌아보니 만복대가 그윽하고....

09:30 첫 번째 휴식
송사장이 포천 막걸리를 얼려 왔다는데 막상 먹으려니 다 녹아버리고 미적지근하네
아직 경험부족이라....
‘아멜리아’가 가져온 얼린 커피는 아직 녹질 않았고......

- 까마귀의 유영 -









까마귀 노는 짓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아멜리아’

10:40 2번째 간식타임



‘이제 커피가 딱 좋게 녹았네요...’

이 휴식시간에 대화 내용들....
여자 아나운서 아무개가 대기업 회장과 결혼했는데....돈도 아니고...욕심도 아니고...
나이차이가 29살이니...사랑이고 어쩌고...저쩌고...
탈레반에 납치된 사람들이 안타깝고...그치만...어쩌고...저쩌고....
여자는 거리가 안나니 근력운동이..어쩌고..저쩌고...
평창 금융여직원이 명품땜에 횡령..어쩌고..저쩌고...

무료한 나는 뭘 하나???? 그러다가.....



잠자리만 7-8컷 찍었나??? 그 중 한장



어~~ 내 등산복 바지에 줄무늬가 있네!!!! 몰랐는데.. 그나저나 이게 벌이여 뭐여..



쿨러 위에 앉아 있는 이 놈은 또 뭐지???

저 네들의 대화에 안 끼어들고 혼자서 잘 놀았다



마냥 앉아있고 싶은 부부

전주 모악산을 자주 다녀서 인지 힘들어 보이지 않고 잘들 간다
지금 기분이면 어디까지라도 갈 자신이 있다나??

11:08 세걸산



컨디션들이 좋은 듯 표정이 환하다

11:20 세동치 샘.



와~ 표주박이 많이도 걸려 있네....

송사장 부부는 이렇게 높은 곳에 저렇게 수량이 많은 샘이 있을 수 있냐고 신기해 한다



베이컨 안주에 소맥, 그리고 라면과 쫀득한 콩밥

점심을 한참 먹는데 4박5일 태극종주 마지막 날이라며 ‘산지니’와 ‘덕이아빠’ 등 3명이
나타난다. 정령치에서 잤다는데 전날 지원 나온 일행들이 대포알깨나 쏘았나 힘들어 한다


구수하게 추어탕이 끓고 있는데도 전혀 생각들이 없는 듯...

‘덕이아빠’는 예전 남남종주때 동부능에서 내 의자 떨어져 있는 것을 주워준 분이고,
‘산지니’는 ‘티파니’라는 부인과 지리산에서 만나서 결혼을 했다
그리고 벌써 4살, 2살 아이가 둘씩이나 있다네....
그래서 또 옛날 산행기를 떠들러 봤지

아래 글은 2002년 10월 20일 대소골 산행기중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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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기어이 미끄러져 넘어진 ‘티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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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16:11 심마니능선과 하점골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우리는 하점골로 내려간다.
‘메들리’가 컨디션이 안 좋다며 계속 쳐져 속도가 무척 느리다.
뒤따르던 ‘만복대’가 무엇에 마음이 급했는지 앞서 나간다.
그 뒤를 ‘티파니’가 바싹 따른다.
이제 후미는 ‘산돌이’‘김정주’‘메들리’‘나’ 넷이다.

16:44 고도 1,000m다.
갑자기 어디서 희미한 외침이 들린다.
길 잃은 우리 ‘띨파니’의 절규였다.(흐~ 이 야기는 산행기에서 빼 달랬는데,
빼 달라 했다는 말까지 다 쓰네..미안~!)
이 뒤로도 또 한번 미아가 된다.
‘만복대’를 따라 간 줄 알았는데 엉뚱한 곳으로 새 버린 것이다.
진짜 큰일 날 뻔 했다.



엉뚱한 길로 갔다가 돌아오는 ‘티파니’ (부끄러워 얼굴을 못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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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는 언제 저런 산행 해보나 이제 끝났다고 봐야지.... 이렇게 초보 안내 산행이나
슬렁슬렁 하고 다니지 뭐...

12:30 세동치



겨우 샘터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세걸산에서의 표정과 사뭇 다르다

반주를 곁들여 배부르게 먹은 다음 산행이 얼마나 팍팍한지 아직 모르겠지
산행 중 말이 없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힘이 든다는 거겠지
아무래도 부운치에서 떨어져야 할 모양이다
하긴 그래야 픽업하러 올 춘식이도 덜 부담스럽지


돌아본 세걸산, 그런데 반야봉과 영락없이 닮은꼴이네



서 너 걸음만 훌쩍 뛰어내리면 닿을 것 같은 부운마을

13:26 부운치



많이 지쳐 있는 모습

이제 댐배 한 대 참이면 내려가니 힘들 내요



내리막 길에서 마지막 휴식



옴마!! 다리가 출렁거리네.....



‘아멜리아’ : “산행 끝나고 걷는 이런 길이 제일 짜증나요”



부운마을에 나타난 ‘홍콩에서 온 마담 박‘과 ’마타하리’

14:46 반가운 춘식이가 나타난다. 산행 끝~~~
갈증을 참고 가서 시원한 맥주를 두 어 잔 때리려는데, 차에서 내린 춘식이가
바로 옆 민박집에 들어가더니 얼음물을 한병 가져온다
쯧쯧...저래서 어디 장사 해먹겠나...

일출에서 간단히 샤워를 하고 하산주를 위해 전주로.....
나는 가맥이나 한잔 하자 했더니 송사장이 한사코 ‘장발짱’ 가든으로 가잔다
그래도 지리산 머리 얹어줬는데 단장집에서 한잔하자고....



오리훈제에 소맥

앞으로는 무릎도 생각할 겸 오늘 같이 편안한 코스로 초보들 안내산행이나 했으면 좋겠다
맨 날 젓가락하고 입만 가지고 다니다가 곰팡이 난 코펠, 버너 챙겨가기가 좀 그렇지만..

2013. 11. 30현재 조회수 : 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