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1-22 18:36
[목통-화개-토끼봉-칠불암능]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3,954  
1. 산행일시
2002. 11. 6(수) 06:50 - 11:56

2. 코 스
목통 출발 -> 목통골 -> 화개재 -> 토끼봉 -> 칠불암 능선 -> 목통마을

3. 등반인원
(혼자)

4. 시간대별 도착지
06:50 : 목통 마을 출발
07:23 : 계곡 우->좌
08:05 : 계곡 좌->우
08:13 : 고도 900m 우->좌
08:31 : 계곡 버리고 고도치다
08:38 : 고도 1,100m
08:57 : 화개재
09:26 : 토끼봉
09:42 : 토끼봉 탈출
10:25 : 참샘
10:34 : 고도 1,000m
11:19 : 칠불사 도로
11:42 : 목통 샛길(고도 1,400m)
11:56 : 목통 마을

5. 산행시간 및 거리
총 5시간 6분
도상거리 12.2㎞

6. 산행일지
06:40 아직 어둑한 목통마을에 주차하고 산행준비를 하는데 동네 어르신으로 보이는 분이
정장나들이를 하시는 듯.
지나치시며 나를 위아래로 한번 보시더니 “빨리 가쇼 좀있으믄 단속원나오요”



평화로운 목통 마을

06:50 목통마을을 관통하며 좌측으로 잡아 돌아 목통골로 진입하다.
마을 처마마다 정성스레 깎아 줄줄이 말리는 곶감 고치가 풍요롭다
그래도 목통마을은 진입로 외에는 사태로부터 평온한 듯 하다.
계곡물이 시원스럽게 흐른다.
길은 등산로라기보다 시골마을의 뒷산 가는 길 같은 느낌이다.
초입부터 한참은 그 흔한 시그널하나 없다(공단원의 사정권내 지역인 듯)

07:10경 철망이 쳐진 밭이 나오고 움집 같은 창고도 두어 동 보인다.
안에 뭘 키웠는지 철망이 상당히 이어진다.

07:23 계곡 오른쪽으로 진행했었는데 처음으로 좌측으로 건넌다.
제법 수려한 계곡이다.
역시 여기는 남쪽이고 남향이라서 그런지 포근하다
북사면하고는 느낌부터가 천지차이다.
‘아참, 오늘이 수능시험날이지... 그런데도 의외로 따뜻하네...’

08:05 숯구덩이로 짐작되는 곳이 가끔 눈에 뜨인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 목통골은 뱀사골 만큼이나 스케일이 크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계곡의 격식은 갖추고 있으니
뱀사골과 연계하여 ‘보부상의 자취’‘영호남의 화합’등을 이슈로 숯과 소금과 목기등의 이동
경로를 공부해 보는 탐방로를 만들어 봄직도 하지 않을까?]
크크~ 하긴 이런 저런 이유를 가져다 붙이면 지리산에 남아날 곳이 없겠지



고도 800-850m사이의 목통계곡 모습


08:13 고도가 900m가 넘으니 곳곳에 녹지 않은 눈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길은 계곡을 잊었다 찾았다하며 서서히 고도를 높여간다



고도 950m의 목통골


높일수록 눈은 점점 많아지고 아직 러셀이(러셀이라 표현하기 좀 민망하지만) 안 된 길에 발도장을 팍팍~ 찍어본다.
산토끼들의 발자국인 듯 길 따라 산발적으로 보인다.
<참고 : 러셀 시 길이 불분명할 때 만약 짐승 발자국이 있다면 80-90% 그게 길임>



귀여운 내 발자국과 커다란 산토끼 발자국


08:31 고도 1,100m 정도에서 계곡을 버리고 본격적으로 경사면을 친다

08:57 화개재에 도착
반야봉은 구름에 살짝 가려있고 불무장등은 삼도봉을 피해 열심히 아래로 줄달음질 친다.
뱀사골 대피소에서 맥주나 한 캔 들이 키고 갈까 하다가 산장지기 영호와 돈을 받네 안 받네
아웅다웅하기 귀찮아서 나중에 잘팍하게 젖기로 하고 오늘은 그냥 토끼봉으로...
오늘 날씨가 따뜻하기는 한가보다 1,400m가 넘는 주능길 눈이 녹아 질척거릴 정도이니..
토끼봉까지 가는 동안 등산객이 한명도 안 보인다.
주능인데 별 일이다.



눈이 녹아 질척거리는 주능길

09:26 토끼봉이다
잉??? 그런데 저 사람들 누구지???
2명의 남자가 토끼봉 정상에 통도 크게 텐트를 쳐놓고 아침밥까지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아직 나를 못 본 모양이다.
근데 각자 무슨 T.V안테나 같은 것을 들고 하는 말..

“야야~ 왕시루봉능선 쪽으로 내려가 버렸다”

알고 보니 반달곰 생태연구하며 보호하는 공단원들이다.
곰에 발신장치가 있어 그걸 추적하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난감하네 내가 가야할 길이 그 텐트를 지나쳐서 가야는데..

나 : “안녕하세요 수고가 많으십니다”

공단원 : “네 안녕하세요 어디서 오십니까?”(왜 공단원들은 항상 어디서 오느냐고 묻지?)

나 : “아 뱀사골에서 자고 오는 길입니다.”

공단원 : (아침식사를 준비하며)“같이 식사나 하십시다”

나 : “저는 방금 먹고 왔습니다 어서 드십시오”

(어쩌지?? 그냥 지나칠까?? 그러다가 반달곰 운운하며 못 가게하면 어떡해..)
잠시 머뭇머뭇 하다가 우황을 떨어본다.

나 : (혼잣말 처럼) “어허~ 묘향대를 찍어야 하는데 왜 잘 안보이지?? 올라오는 길에서는 잘 보이던데”

와~ 고마운 공단원, 울고 싶은데 귀싸대기 때려 주듯 대뜸 하는 말
텐트 뒤쪽, 내가 내려 가야할 길 쪽으로 손가락질을 하며 “저기 바위 위에서 한번 보세요”

나는 얼른 “아 감사합니다”
텐트에서 약 20여m 떨어져있는 그 바위, 그런데 거기에서도 아슬아슬하게 묘향대는 안보였다.
키키~ 내가 지금 묘향대가 문제인가???
바위를 내려오자마자 손살같이 내려와 버렸다
그리고는 결심을 했다

<오늘의 맹세>
지금까지는 어떻게 해서든지 입장료를 안내려고 갖은 이유를 붙이며 뺑돌거렸는데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공원 입장료를 확실하게 내겠다.
저렇게 애쓰는 공단원들이 있는데 수입이 넘쳐나야 급여도 오를테니....



↑ 반달곰을 추적하는 공단원 (텐트 옆에 있는 사람이 더 고참인 듯)



↑ 토끼봉에서 바라본, 삼도봉과 구름 덮인 반야봉


10:01 범왕이 3.9㎞남았다는 표지판을 지나다.
칠불능선과 능선 좌측으로 우회해서 떨어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나는 그냥 칠불능선을 택했다 참샘에서 물도 마실 겸

<탄생과 죽음>



칠불암 능선에서...


10:25 참샘이 나온다
맛있게 두 바가지를 그득~~~



- 저 가느다란 외로움의 길이는 어디까지 닿아 있을까 - (참샘)

10:34 고도가 1,000m로 떨어지고 편안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칠불사에서 막아 놓은 듯 등산로를 우회 시킨다.



칠불 능선길

오른쪽 나무 사이로 은은하게 칠불사가 보인다.



등산로에서 내려다본 칠불사

11:19 범왕교에서 칠불사로 올라가는 시멘트길에 도착



공사중인 범왕교-칠불사 길

나는 칠불사 방향으로 올라가다가 목통으로 떨어지는 좌측 지름길을 타야한다.
짜증나는 시멘트 길에 칠불사에서 무슨 행사를 하는지 관광버스, 자가용들 짐 실은 트럭들
온통 먼지를 나에게 뒤집어씌운다.
잉? 관리공단 트럭이 올라온다
공사중이라서 서행을 하는데 ‘제발 저리 듯’ 내가 먼저 물었다.
“목통으로 내려가는 지름길이 어딥니까?”
와~ 차안에 정복 단원이 4명이나 타고 있다
(내말에 대답은 안하고 역시 묻는 말)
공단원1 : “어디서 오십니까?”
나 : “목통에 차를 주차하고 칠불사 사진 찍고 오는 길인데 지름길이 있다해서요”
(빙긋이 웃는 표정들이 거짓말인줄 아나보다 킬킬...)
공단원2 : “지름길 없어요 아침에 왔던 길로 가세요” (진짜 모를까?)
(흐흐~ 안 가르켜주면 내가 모를까봐??)

11:43 목통으로 가는 지름길로 들어서다.
초입에 흙덩이를 밀어부쳐 놔서 한참을 헤매고 찾았다.
두릅밭과 어린 밤나무 밭이 있는 길이다. 드문드문 녹차밭도 보인다.

11:56 목통마을에 도착
마을의 맨 윗집에 팔순 할머니와 60대 아들이 곶감을 깎고 있다
너무 평화롭게 보여 사진을 찍어도 좋으냐고 물으니 쾌히 승낙 하신다.
도리어 말랑한 홍시가 없어 대접을 못해드린다며 미안해하신다.



곶감 깎는 할머니


마을길을 걸어 내려와 주차시킨 곳에 다다르니 마침 아기를 안은 새댁이 나들이를 가는지
동네 오른쪽 첫 집에서 걸어 나온다.
아기 사진을 한 장 찍어준 후, 신흥3거리까지 태워다 주기로 했다



장애기와 엄마(아기 이름을 모르니)

쩝 새댁인줄 알았더니 초등 2,3학년짜리 아들, 딸이 있고 안고 있는 아기는 늦둥이란다
남편이 자식욕심이 많다나....
주소랑 받아 적고 남편이름으로 사진은 부쳐주기로....
근데 행정구역상 ‘목통’은 없나보다 주소는 그냥 하동군 화개면 범왕리 몇 번지로 나간다
훗, ‘목통’이나 ‘와운’ 같은 마을들은 마을사람들 자체가 단속원이니 친해져서 나쁠 거 없지
그 새댁의 말을 빌리면 그 골짝까지 관광버스가 들어와 등산객을 퍼 놓는 것이 가장 문제란다.

신흥3거리에서 母子(아니 모녀든가?? 깜박 아기 성별을 안 물어 봤네)를 내려주고 나니 12:25 이다
이제부터는 점심 메뉴로 고민해야지...*


2013. 11. 30현재 조회수 : 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