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1-25 21:49
[성삼재-KBS송신소-문수대-질매재-느진목재-홍류동-남산]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4,858  
1. 산행일시               
2010. 7. 20(화) 10:00 - 15:53                            
 
2. 코    스               
성삼재 -> 노고단대피소 -> KBS송신소 -> 문수대 -> 질매재 -> 느진목재 -> 홍류동골
-> 남산마을 
3. 참가인원 
(혼자)
4. 시간대별 도착지           
10:00 : 성삼재 출발
10:46 : 노고단 대피소
11:00 : KBS 송신소             
11:25 : 문수대 (▥ 8)
11:55 : 왕시루봉 능선
12:25 : 질매재
13:39 : 싸리샘
13:54 : 느진목재
14:22 : 본계곡(홍류동) 시작 
14:53 : 임도
15:22 : 남산 마을
15:31 : 865 지방도
15:53 : 승차
5. 산행시간 및 거리               
총 5시간 53분             
표시 및 도상거리 11㎞ (2.9km+8.1km) 남산마을까지
                            
6. 산행일지 
그제(7/18 일요일) 정기산행이 좀 서운하기도 했거니와 버스로 가는 산악회를 따라가 보니
코스 골라 먹는 재미가 여간 매력 있는 게 아니다
더구나 혼자서 내키는 대로 안 먹고 덜 쉬고 갈 수 있으니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어, 6월 청학동 갔던 차가 아니네’ 
같은 차량을 1년 계약하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출발 할 때는 좌석이 절반도 안 찼는데 몇 군데 경유하다보니 좌석이 메워진다.
전주를 벗어날 때는 총 34명이 된다.
08:00 정각에 전주 남원간 도로에 있는 대명휴게소로 들어간다.
전에 왔을 때는 아침을 먹고 왔지만 오늘은 나도 아침을 얻어먹어 보기로 하고 안 먹고 
왔다. 아니 얻어먹는 게 아니라 정당하게 먹는 거지....흐~
      
감자와 수제비가 들어간 미역국에 밥을 말아 준다.
반찬은 김치 한 가지지만 국 맛이 제법 좋다
      
배식하던 여자회원들은 맨 마지막으로 식사를 한다.
30여명이 식사를 하고 출발하는데도 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전에는 아침식사 마치고 출발하고 난 뒤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건 섹스폰의 구성진 뽕짝 
가락이었었다.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고 무심히 TV 모니터를 보고 있었는데 기사분이 한참을 뭘 찾다가
틀어 주는데..... 
화면이 나오자 백구두에 백바지 온통 흰색 차림의 남자가 나와 앞으로 옆으로 뒨전거리더니
(지루박 6박을 찍어주며 설명하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 
이내 장면이 바뀌며 한 쌍의 남녀가 나와 찍고 찍고 돌리고 돌리고.....
      
60, 70년대는 삼각스탭, 나 배울 무렵(80년대)에는 일자 스탭이었는데....
저 걸 보니 지금은 영 딴판이다 겅중겅중 두루미 망 보 듯 암튼 별로 이다
뒤쪽 여자 회원분들은 난리가 났다
남자 회원들도 몇몇은 입이 벌어져 있다
09:45경 버스가 성삼재에 도착한다.
      
평일 이어서 그런지 우리 팀 외에는 등산객이 없다
간간이 방학한 학생들만 눈에 띌 뿐
나는 화장실 옆에서 스틱도 챙기고 무릎 보호대도 하고 노닥거리며 맨 나중에 가기로 한다.
      
무릎 보호대를 하려고 신발을 벗자 흐~~~ 빵구 난 내 양말.....
출발하려고 시간을 보니 09:58, 10시 출발에 맞추려고 일부러 2분 더 기다린다.
이 짓도 혼자 하니 가능한 일
      
이 계단을 놓기 전에는 왜 길을 안 내고 무단출입을 하게 하느냐고 불평을 했었는데... 
오늘은 코재도 볼겸 도로로 싸목싸목 돌아간다.
      
차 소리를 못 들은 척 한참을 가운데로 갔는데도 빵빵 거리지 않는다.
갸륵해서 선뜻 비켜준다
      
      
이게 언제부터 있었지??? 본 기억이 없는데?
이 것 때문에 이 부근 지명이 코재에서 무넹기로 굳혀지나 보다
      
성삼재 노고단 길을 수없이 와 봤지만 이럴 때는 드물었는데....
      
혼자 노닥거리며 가니 별 걸 다 찍네...
노고단 대피소로 올라가는 돌계단 지름길도 버리고 도로를 따라 올라가 본다.
그렇게 여기를 많이 왔어도 도로로 가기는 처음이다
      
도로 정비가 아주 잘 되어있다.
10:46 노고단대피소
      
한산한 대피소에는 개스만 자욱하다
보통 성삼재에서 노고단대피소까지 40분 정도 잡는데 오늘같이 삥삥 돌아와도 불과 6분
차이 밖에 안 난다
노고단대피소에서도 계속 도로만 따라 올라간다.
오늘 코스를 문수대로 정하기 전까지만 해도 서산대로 내려갈까, 용수암골로 내려갈까, 
무착대로 내려갈까..... 확실하게 정하지를 못하였는데.... 문득 재작년 문수대에 들렀을 때
스님과 지나가는 말로 약속(나 혼자)을 한 게 생각이 나서 문수대로 잡았다
그 때 노스님이 어디에서 왔냐기에 전주에서 왔다고 했더니 64년도에 전주에서 학교를 
다니셨다며 말문이 터졌었다
생필품을 KBS 차량이 입구까지 실어다 주면 거기서부터 져 오신단다.
사실 KBS정문에서 문수대까지는 그리 먼 길은 아니지만 완전 너덜길이어서 뭘 지고 온다
는 게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스님 다음에 들를 기회 있으면 뭐 좀 가져다 드릴께요”
그리고 그때 배낭을 뒤져보니 난 암 것도 없고 ‘만복대’가 오렌지쥬스인가? 2병을 드리니
한사코 사양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문바우등이나 느진목재에서 내동, 내서리로 떨어지는 길을 안 해봐서 이쪽으로 방향
을 정했다 
올라갈수록 개스는 점점 짙어진다.
      
꽃은 별 관심이 없어 원추리만 알겠고 다른 꽃은 전혀 모르겠다.
원추리도 지금이 빠른지 늦은 지도 모르겠고.....
      
바람에 원추리 꽃잎 하나가 꺾여 있다.
11:00 KBS 송신소
      
아까 올라가던 차 때문에 정문이 열려 있나보다
      
너덜길이 나오기 전까지는 온통 꽃길이다
11:25 문수대
 
      
수행을 방해하지 말라는 문구가 있다
우리 등산객들이 비록 불교도가 아니라 해도 경우 없는 짓을 하지 않고 예의를 지키는 이상 
우리를 박대하는 암자는 거의 없다
굳이 꼽자면 영원령 밑의 도솔암 정도나???  하긴 거기도 스님을 직접 만나보지를 못 하였
으니 뭐라 말 할 수는 없지만.... 
(2002년 12월에 2003년 달력과 고무장갑을 영원령 7암자에 배달했을 때 도솔암에서만 스
님을 못 만나 마루에 올려놓고 온 적이 있다. 그 선입견 때문 일까?) 
반가운 마음으로 뜰 안으로 들어선다.
      
깊은 잠에 빠지려는 문수대를 쉼 돌 위의 아령이 한사코 흔들어 깨우고 있다
스님을 몇 번 불러보지만 인기척이 없다
      
뒤켠으로 돌아 가보니 문이 굳게 잠겨있다
출타중이신 모양이다
      
텃밭도 잡초들만 자리 잡고.....
      
하는 수 없이 용정차와 통조림 2개를 쪽지와 함께 들창가에 올려놓고 나온다.
비는 오지 않지만 너무 자욱한 개스에 조릿대고 나뭇잎이고 잔뜩 젖어 있다
그 물들을 모두 털고 오니 내 옷은 소나기 맞는 것과 진배없이 물이 뚝뚝 떨어진다.
바지가 젖으니 양말을 타고 신발 속으로 쏠래쏠래 물이 스미기 시작한다.
 
11:55 왕시루봉 능선
능선길은 좀 나을까 생각하고 카메라 보호천으로 싸매고 배낭에 넣지 않았었는데 능선길도
마찬가지다
      
카메라를 배낭에 넣기 전 젖은 신발 한 번 찍고....
      
고실고실하게 말라 있는 건 모자뿐이라서 모자에 싸서 배낭에 넣는다. 
이 사진은 핸드폰으로 찍었음
12:25 질매재
신발에 물이 완전히 차서 걸을 때마다 뽀그작 뽀그작 개구리가 울어 댄다
신발 창갈이를 한 번 했었는데 창과 등부분 이음새에서 자전거 빵구 나서 물에 담가보면 나
오는 수포들이 여러 군데에서 발을 디딜 때마다 뽀골뽀골 올라온다. (창갈이 부실이네)
단 한 가지 좋은 점은 이렇게 신발에 물이 들어가 오래 산행을 하면 발이 아주 깨끗해진다
는 것이다 그렇다고 원래 지저분하다는 말은 아니고 깨끗한데 더 깨끗해진다는 말~~
      
이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느낌 상 반달곰과 관계되는 것 아냐?
13:39 싸리샘
      
싸리샘은 도룡용 알 있을 때만 와 봤었는데 오늘은 올챙이가 몇 마리 돌아다닌다.
휴대폰 사진이라 올챙이가 안 땡겨진다
싸리샘 전 후 길은 넝굴이 자라나 서로 길을 가로질러 진행을 상당히 성가시게 한다.
(이런 데는 단체 산행이 지나간 후에 와야 편한데...)
25,000도를 보면 느진목재 전에 문바우등 지나 1158봉에서 내서리로 떨어지는 능선길이
표시되어 있어 유심히 보고 왔는데도 찾지를 못하겠다.
13:54 느진목재
넝굴 등이 걸리적 거리는 바람에 예상보다 좀 늦다
좌측으로 길을 잡아 떨어진다.
길은 산죽밭에서는 분명하다가 너덜이나 건계곡에서는 이번 비에 쓸려나갔는지  길이 없어
진다.  그러다가 이내 또 나타난다. 몇 번을 반복한다.
젖었던 옷은 점차 말라간다.
14:22 고도 700m정도에서 본격적으로 계곡이 시작된다.
길은 계곡을 좌로 한번 우로 한번 건너고 나서 길 좌측으로 끝까지 진행된다.
계곡을 두 번 건널 때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흐~~~ 엉망이다
올릴 수조차 없다
      
      
이번 비로 사태 난 지역
핸드폰 사진이라 원근감도 없고 광각으로 잡지 못했지만 계곡 양쪽이 엄청 파였다
14:53 임도
      
      
배낭에서 카메라를 막 꺼냈을 때는 괜찮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렌즈와 필터에 김이 서린다.
15:22 남산 마을
지게지고 나오는 영감님에게 계곡의 명칭과 유래에 대해 물어보니 계곡 위에 2군데 바위에 
홍류동(紅流洞)이라 각인이 되어있고, 예전엔 계곡 양쪽으로 물버들 같은 가지에 붉은 꽃이
계곡 양쪽 가득하게 피어있었다 한다.
꽃이 만개를 하면 붉은 물이 흘러내리는 것 같이 보여 홍류동이라 했고 그 지역사람들은 그
냥 줄여서 ‘홍골‘이라 부른다 한다.
하긴 그 지역 사람들이 말한다고 꼭 옳은 것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러고 보니 예전에 용수암골로 내려 왔을 때 어떤 아주머니와의 대화가 문득 생각난다.


2002. 10. 25(금) 06:45 - 14:10 
...................
......
..............
14:10 직전마을이다.
휴~~ 산행은 끝났지만 썩 상쾌한 기분은 아니다
직전마을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맘씨 좋은 듯한 가게 주인아주머니가 묻는다
아주머니 : “단풍귀경 잘힜소???”
나 : “별로네요”
아주머니 : “맞어 이번엔 다 베렸다고들 헙디다”
나 : “저는 단풍구경보다 저기 용수암골로 해서 넘어왔어요”
아주머니 : “잉? 용수암골이 어디데야?”
나 : “피아골에서 오른쪽으로 갈라져 올라가는 계곡요”
아주머니 : “거그는 그렇게 안불르는디?”
나 : (다른 지명이 있나보다 솔깃해서) “그럼 뭐라 불러요”
아주머니 : “거그 용수바우골이여...”
나 : ................멍~~~~쩝..
.................
.......

      
시골도 번지가 이렇게 바뀌나보다
      
남산마을 밑으로 길을 내고 있다
(렌즈 바깥과 필터의 김은 닦아냈는데 안쪽에 김이 서려...)
      
다리 건너서 뒤 돌아본 남산마을 입구(아직 안쪽 김이 많이 끼어있다)
15:31 865 지방도
      
도로로 올라선다. (김이 조금씩 사라진다)
      
(앞에 있는 개 발밑으로만 김이 약간 남아있다)
그나저나 직전 주차장까지 갈 일이 끄막~~하다
히치가 자신도 없지만 아예 차도 안 온다.
까딱까딱 걸어가 보기로 한다.
내동보건소 앞 민박집 앞에 주인이 나와 졸고 있다
‘나’ : “직전 주차장까지 걸어가면 얼마나 걸려요?”
‘쥔’ : “40분 정도 걸릴걸요? 좀 기다리면 4시 10분에 버스 와요”
시계를 보니 3시 40분 이그 30분을 어떻게 기다려 걸어가고 말지
터덜터덜 걸어올라 연곡사를 지나서 열심히 가고 있는데 왠 버스가 내려온다. 
오잉~? 저거 우리 버스인데???
벌써 다들 와서 출발하는 건가??
반갑게 손을 들어 차를 탄다. 이때 시간이 15:53.......
알고 보니 직전부근 주차장은 취사가 일절 금지되어있다 한다.
그래서 취사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으며 슬슬 내려가는 중이라고....
연곡사 매표소 옆 주차장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일행 중 15명 정도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배낭을 버스에 싣고 갈아입을 옷과 수건과 카메라만 꺼내들고 매표소 화장실로 느긋하게 간
다.
대충 씻고 옷을 갈아입고 개운한 마음으로 주차장으로 향한다.
앗~! 그런데 차가 없어졌네 또 어디로 갔지?
      
씻고 나온 화장실
핸폰이랑 지갑이랑 모두 배낭에 있는데......
매표소 여직원에게 혹시나 해서....
“좀 전 저기 있던 버스 어디로 갔어요?”
“300m정도 내려가면 좌측에 주차장 있어요 그리 갔어요”
“휴~~~~”
쎄빠지게 왔던 길을 또 다시 쎄빠지게 내려간다.
취사 할 수 있는 곳이 거기뿐이란다
      
반가운 우리 버스
      
전을 부치고 도토리묵과 상추도 버물리고.....
그보다 놀란 것은 앉은뱅이 목욕탕 의자에서 파라솔테이블과 탁자의자로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것
짐칸에 배낭을 못 넣게 한 이유가 있었군 저 모든 것을 싣자면 배낭은 각자 가지고 타야....
      
부추고추 부침개에 도토리묵 무침, 두부구이..... 막걸리 안주에 제격이다.
그러고 보니 산행 시작부터 지금까지 물 두 모금 마시고 문수대에서 8분 쉬었나보다
카메라 넣고 빼고 몇 분씩 쉬었겠지만.....
나는 같은 회원이 아니고 손님이라고 대우도 극진하다
요령껏 양껏 막걸리를 여기저기에서 받아먹는다. 
회비 17,000원에 너무 황송하다
      
좌측 어르신은 56년에 처음 천왕봉에 오르셨다는데 으~~~ 난 셰살때네....
그때 산행하며 걱정되었던 것은 남아 있을지 모르는 빨치산이었단다.
지금이나 그때나 ‘공’자 걱정은 같네
오늘은 운 좋게도 첫 번 정차지점이 내가 내릴 곳이다
차에서 내리니 막 7시가 넘었다. 대낮이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며 어디서 모자란 하산주를 떼울까 생각하는데
전화가 온다.
오랜만인데 좀 어려운 선배에게서의 전화다
‘나’ : “형님 오랜만이시네요”
‘형’ : “응 잘있었어? 저녁 약속있나?”
‘나’ : “아니 없는데요”
‘형’ : “자네 개 혀?“
‘나’ : “그럼요”
.............
......
오늘도 살 빠지기는 틀렸다



2013. 11. 30현재 조회수 : 1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