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1-22 18:45
[수철리-세동-바래-운지사]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4,043  
1. 산행일시
2002. 12.19(목) 09:25 - 14:32

2. 코 스
운봉(청소년수련장) -> 세동치 -> 부운치 -> 팔랑치 -> 바래봉 -> 운지사 -> 운봉(용산리)

3. 등반인원 2명
‘만복대’
‘나’

4. 시간대별 도착지
09:25 : 청소년수련장 주차장출발
09:49 : 임도
10:24 : 세동치
11:25 : 부운치
12:02 : 팔랑치
12:23 : 바래봉밑 오두막
(점심)
13:10 : 출발
13:17 : 바래봉
13:45 : 임도버림
14:02 : 국립공원경계
14:11 : 운지사(우무실절)
14:32 : 운봉 용산리

5. 산행시간 및 거리
총 5시간 07분
도상거리 11.2㎞

6. 산행일지
평소 같으면 06:00-06:30 경에 전주를 출발하는데 투표 때문에 07:00에 전주 출발
남원에서 뼈다귀해장국에 반주로 소주 1병을 둘이 나눠먹는다
우리 관심사도 산행보다는 대통령선거에 잔뜩 쏠려있다

09:25 청소년수련장의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인적이 없는 수련장의 아스발트 길을 간다
차 안은 제법 따뜻했는데 밖에 나와 걸으니 바람이 매우 세차다
소나무가 울창한 등산로 옆으로 잘 정비된 훈련장 세트가 있다
마치 유격장을 축소시켜 놓은 것 같아서 군생활이 떠올라 언뜻 추억에 젖어본다



훈련장 모습


09:49 운봉쪽을 통과하는 서북능의 4-5부 능선을 가로지르는 임도가 나온다
임도를 지나서도 소나무 숲은 계속된다



세동치 가는 길


소나무 숲이 끝나자 고도가 서서히 곧추 선다
운봉면 수철리마을과 옆쪽으로 저수지가 보일 무렵 세동치에 가까워져 있음을 느낀다
오른쪽 위로는 세걸산이 우뚝하다

10:24 세동치



↑ 세동치의 표지판 ↓ 헬기장에서 본 세걸산




뒤이어 올라온 ‘만복대’가 끅끅~ 대며 토하고 싶단다
아침에 뼈다귀에 붙은 살점을 그렇게 허급지급 먹더니 체했나보다
하긴 나도 속이 좋은 편은 아니다 이 시간쯤 되었으면 소화가 되고도 남았을 터인데
잔 트림이 계속되는걸 보면 ‘뼈다귀탕’ 자체에 이상이 좀 있나보다
세동치 샘물을 들이키면 좀 나을까???
헬기장에서 좌측으로 70-80m 내려가 있는 샘에 가보니 파이프는 5개나 박혀있는데
물이 나오는 호스는 하나뿐이다 그것도 병아리 오줌 누는 것 같이 나오는 둥 마는 둥,
한참 만에 적은 피트병에 물을 채워 먹고 빽해서 바래봉 방향으로.....



세동치 샘터


11:25 부운치
좌측으로 운봉읍과 백두대간 3구간에 속하는 고남산이 보이고 그 뒤로 보절의 만행산이 보인다



운봉읍(오른쪽 우뚝한 봉이 보절의 만행산 그 앞자락이 백두대간 코스)


오른쪽으로는 지리산의 북사면들이 용틀임을 하며 엉겨있다
좌측이 속계라면 우측은 선계이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야산에 올라있고, 오른쪽을 우러르면 지리산에 와 있다



뒤로 바래봉이 보이는 서북능


12:02 팔랑치
철쭉꽃이 아니면 눈꽃이라도, 그것도 아니면 상고대라도, 하다못해 얼다 만 고드름이라도
기대해 보건만 보이는 건 쓸쓸하기 그지없는 맨 가지 뿐,
철쭉 군락지 사이로 만들어 놓은 나무도로(?), 나무계단을 간다



팔랑치의 나무길


12:23 바래봉 오두막에 도착



점심준비


속이 뒤집힌 ‘만복대’는 점심을 못 먹겠단다
라면 국물에 소주라도 한잔하면 나을 거니 일단 끓이자
‘쯧쯧... 체했다면서 술이라면 그저......’
간단히 라면과 소주로 점심을 때우고 바래봉으로....



바래봉으로....


13:17 바래봉



오른쪽으로 뻗어 나간 서북능이 전방을 휘감고 좌측으로 돌아 주능을 이룬다




우리는 바래봉에서 두루두루 사방을 둘러 본 다음 하산을 서두른다
만복대로 이어지는 서북능을 눈부시게 비치는 역광을 따라 능선길로 4-5분 내려오니 임도.
재미없는 임도를 터덜거리며 내려온다 옥계타운의 저수지가 보인다

13:45 오른쪽으로 휘어 나가는 임도를 사정없이 버리고 운지사로 직접 내려가는 지름길을 택한다
이 길 역시 소나무가 우거져 심신이 아주 상쾌해진다



운지사로 내려가는 길


14:02 국립공원의 경계를 벗어난다
14:11 용산리 사람들은 ‘우묵실절’이라 부르는 ‘운지사’를 지나 이제는 시멘트 포장길을 내려간다



운지사의 종각


띨팍한 우리 둘은 차 속에 휴대폰을 모두 놓고 와서 전화가 있는 용산리까지 짜증나는 길을 20-30분 가야한다

14:32 용산리 구판장
우리의 대화는 다시 선거로 돌아간다


<바래봉의 겨울나무>
- 겨울나무 -



- 詩 : 프록켄타



온 사방의 냉기가

모두

나를 향해 짓 때리고

나는 고집스럽게

온갖 질시를 먹고 있다

무수한 상흔에

피 딱지 앉은 마음을 뒤집어

북빙의 바람자락에 흔들어 본다

정수리에서 발바닥까지 관통된

소돔의 터널은

언제 흐를지 모를

회개의 눈물을 기다리는가

더 부끄러워 할 것도 숨길 것도 없는

낱낱한 이 알몸을

진실된

순백의 네 손길에 맡긴다



하늘 마저도

우주의 어둠을 통채로 얼음 송곳에 숨겨

폐부 깊숙히 꽂아 놓고

내 일생의 줄거리를

적나라하게 토하도록 만든다

온몸 여기 저기에 붙어 있는

과거의 시간들이

목과 뇌를 향하여 몸부림치며

올라 오려 하는데

나는

서리 한 쪽 녹일 체온도 상실한 채

차라리

너의 손길에 철저히 쪼개어져

네 마음을 활활 태울

장작이 되고 싶다*



2013. 11. 30현재 조회수 : 1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