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1-22 18:49
[언양골-만복대-군막터]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3,911  
1. 산행일시
2003. 2. 6(목) 07:20 - 16:39

2. 코 스
달궁 -> 언양골 -> 정령치 -> 만복대 -> 군막터능선 -> 만복대골 -> 도로 -> 달궁

3. 등반인원
(혼자)

4. 시간대별 도착지
07:20 : 달궁 출발
08:11 : 고리봉 방향 합수부
08:32 : 계곡 건넘
09:23 : 계곡 버림
11:08 : 서북능
11:12 : 정령치
11:25 : 정령치 출발
12:58 : 도경계(서부능)삼거리
13:14 : 만복대
13:25 : 만복대 출발
14:32 : 군막터능선 버림
14:56 : 만복대골
15:35 : 일주도로(심원, 달궁삼거리 사이)
16:39 : 달궁

5. 산행시간 및 거리
총 9시간 19분
도상거리 12.3㎞

6. 산행일지
07:10경 달궁,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초입에 있는 지리산장식당만 불이 켜져 있다
문을 살짝 여니 아주(할)머니가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
새벽부터 좀 미안하지만 식수를 얻어 챙겼다 이따가 점심을 여기서 먹으면 되지 뭐..

아주(할)머니 : “이 시간에 어딜 간당가요??”
나 : “언양골로 해서 정령치로 갈려구요”
아주머니 : “오메 혼자 가길라고요 우에는 질도 없고 아직 사람이 안댕겼는디요 조심허쑈잉”
(고로쇠 채취꾼이 아직 안 갔다는 말일 것이다)



언양골 초입


07:20 난 고맙다는 말과 감사의 미소를 넉넉히 드리고 달궁 출발
초입의 눈길은 발목까지도 채 닿지 않는다
마을의 내음이 사라질 무렵 눈은 차츰 발목에서 종아리쪽으로 그 높이를 더해 간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다가 현실로 돌아와 보니 길을 잘못 들어 눈으로 위장한 잡넝굴더미에
갇혀버렸다
이것이 오늘 일정을 예고하는 복선일 줄이야....
오기로 뚫고 나가려다 결국 포기하고 빽~~~



20여분 갇힌 넝굴기문둔갑진


길이라고 느끼긴 하지만 길이건 아니건 진행하는 속도나 체력소모와는 무관하다
뒤편 심마니능 위로 뜨는 햇살이 고리봉과 정령치를 정통으로 쏘아 보고 있다

08:11 오른편 고리봉쪽으로 차고 오르는 계곡과의 합수부,
나는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왼쪽으로 계속 진행한다

08:32 조그맣게 얼어붙은 폭포 앞에서 처음으로 계곡을 좌에서 우로 건넌다
어렴풋이 조릿대 사이로 길이 이어졌다 끊어졌다 한다
고도가 더해갈수록 눈도 깊어진다



고도는 높아지고, 눈은 깊어지고...


09:23 계곡을 왼쪽 밑에 버리고 본격적으로 눈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있으나 마나였던 길이지만 그나마 이미 없어졌다
너덜지대에 빠진 발을 꺼내는 그 짜증~!
허리까지 차 있는 눈 속에 러셀을 막는 조릿대,
그래도 눈이 좀 녹아 있는 양지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한발 전진하다 두걸음을 미끌어지고...
햇빛 찬란한 정령치는 바로 눈앞에서 ‘나 잡아봐라~~!!’하고 놀리는 듯하고...
카메라는 몇 번이나 눈 속에 파 묻혔는지 헤아릴 수도 없다 후다닥 장갑으로 닦아내고, 입으로
후후~~ 불어 털어내고,.....이러니 사진이 잘 나올 리가 없지



언양골 막바지에서 본 만복대


11:08 드디어 정령치를 코 앞에 둔 서북능에 도착
원래 예상 도착은 09:00경으로 잡았었고 하산까지 12:30경으로 계획 했는데
무려 2시간이나 더 걸렸다
‘에효~ 오늘 점심도 또 굶었군’
난 오후 1시가 넘으면 점심을 아예 굶는다, 왜냐?????
1시 넘어서 뭘 먹으면 저녁술이 맛이 없기 때문.
‘그런데 서북능이 왜 이러지???’
희미한 1명의 발자욱만 있을뿐 거의 러셀이 안되어 있다
바람이 덮었나???



↑ 정령치 입구의 표지판



↑ 육모정에서 올라오는 도로


11:12 정적이 감도는 정령치 휴게소
인적하나 없이 홀로 있는 정령치 휴게소가 쓸쓸하다 못해 불쌍한 생각이 든다
꿀맛 같은 물을 단숨에 들이키고 맛없기로 유명한 정령치 물을 채웠다



↑ 적막한 정령치 휴게소(정면에 반야봉이 우뚝하다)



↑ 천왕봉에서 반야봉까지....(앞쪽의 심마니능과 가운데 중북부능이 희미하다)



내가 올라온 언양골 (정령치 주차장에서..)


11:25 만복대로 출발
만복대로 가는 길 초입계단에는 뚜렷한 1명의 러셀자욱이 있다
그런데 산불감시초소를 지나면서 없어진다
황당하게 전진이 더디다 차라리 무릎이면 무릎, 허리면 허리까지 눈이 차있으면 좋으련만
점잖게 가다가 기우뚱 푸우욱~ 이러기를 숨쉬듯 반복하니 힘드는 것 보다 약이 오른다



눈에 묻힌 조난구조위치표시


12:08경 어, 70리터 정도의 박짐을 멘 30대 초반의 등산객이 1명과 마주친다
언뜻 보기에도 지쳐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 : “어디에서 오십니까?”
등산객 : (어쩐지 멋 적어 하는 듯하며) “어제 고기리에서 올라와 정령치에서 자고 천왕봉
까지 가려는 계획이었는데 스패치도 찢어지고 러셀이 너무 안 되어 있어 포기해야겠네요
정령치에서 만복대 2/3지점인 표지판이 있는 전망대까지 3시간도 더 걸렸어요
그래서 만복대도 못가고 다시 빽하는 중입니다“
나 : “애 쓰셨네요 조심하십시오”

부여에서 왔다는 그 등산객의 돌아가는 발길이 너무 무겁게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아침에 지나갔다면 라셀 흔적이 없던 그 깨끗함은 뭐였지??
바람이 그렇게 심했었나??...



숲속의 동화나라



소나무에 매달린 고드름


그 등산객이 쉬었다가 다시 돌아간 자리에는 소란스런 식사장면이 재현되어있다

평소에는 거기서부터 만복대로 가는 길, 한 토막이 가장 운치 있는 길인데
오늘은 완전 구궁팔괘진을 연상케 한다



저 보기에 평탄하고 순박한 길에 수많은 부비츄랩이 숨겨져있다


그 반듯한 외길에 한번 헛디디면 가슴까지 빠져 나올 길이 막막하다
오히려 바람에 씻겨 쌓여진 눈언덕을 딛고 가는 게 더 낫다
그마저 연약한 부분은 푹~ 꺼져 들어가지만....

12:58 서부능과의 갈림길 삼거리다
‘어랍쇼’ 만복대 턱밑이긴 하지만 여기는 의외로 러셀이 되어 있다

13:14 만복대



↑ 만복대에서 노고단까지...



↑ 만복대에서 바래봉까지...


지평선위로 약간의 자외선 띠가 둘러져 있지만 그래도 장쾌하게 시야가 트여있다
점심 삼아 0.5ℓ 피트병에 담긴 물을 몽땅 비워버렸다
묘봉치 쪽에 일단의 등산객들이 점심을 먹고 있는 듯한 광경히 아스라이 보인다

13:25 물 점심을 마치고 만복대 출발
헬기장으로 해서 일주도로를 관통하여 바로 달궁쪽으로 떨어질까 하다가 그냥 군막터능을
타기로 했다



만복대 정상 부근에서 발견한 괴 발자국


내려오는 길 역시 발디딤의 예측을 불허한다
식사를 마친 등산객들이 짐을 꾸리고 출발하는 모습이 보인다 2명이 선발대인 듯 먼저 출발하고
100여미터 간격을 두고 나머지 일행이 뒤 따른다
배낭 크기로 봐서 종주산행은 아닌 듯 하다



↑ 군막터능에서 본 등산객들..



↑ 뒤 돌아본 만복대


14:32 내려오는 러셀도 만만치는 않다
치미는 갈증에 능선을 버리고 만복대골로 직행. 어차피 길이나 아니나 같은데 뭘



군막터능에서 만복대골로.......


14:56 만복대골
보기만 해도 갈증이 풀릴 것 같은 맑고 깨끗하고 시원하게 보이는 계곡 웅덩이,
실컷 마시다



만복대골의 정갈한 물


고도가 1,100m 이하로 떨어지니 눈도 따라서 깊이가 얕아 진다
군데 군데 ‘서울대남부연습림’이란 리본이 붙어있다

15:35 달궁 삼거리와 심원사이의 일주 도로에 도착
달궁까지 3-4키로는 될텐데....도로를 보니 차가 다닐 성 싶지 않다
그래도 눈길이니 맨 아스팔트보다는 훨 낫다
차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검은색 무쏘가 내려온다
에고 도저히 손이 안 올라간다
신발은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이고, 나는 모르지만 땀 냄새는 또 오죽할까
에이 그냥 걸어가자
트럭이나 와서 뒤 적재함에나 타면 모를까...

16:39 낮이지만 비수기라서 그런지 강아지들만 간간히 짖어댈 뿐 너무 조용한 달궁,
나의 애마가 다른 때 보다 조금 더 반갑다

오늘 저녁은 따끈따끈한 정종 중탕으로 한잔 해야지.....

2013. 11. 30현재 조회수 : 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