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1-22 18:55
[법천골-통신골-천왕봉-중봉골-중산리]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4,399  
1. 산행일시
2003. 5. 4(일) 05:10 - 11:53

2. 코 스
중산리 -> 칼바위삼거리 -> 법천골 -> 통신골 -> 천왕봉 -> 중봉안부 -> 중봉골
-> 용추폭포 -> 경남자연학습장 포장도로 -> 중산리주차장

3. 등반인원
혼자
찬조출연(‘지계주님’ ‘윤회장님’ ‘강대장’ ‘만복대’ ‘김용군’)

4. 시간대별 도착지
05:10 : 중산리 매표소 출발
05:34 : 칼바위 위삼거리
06:28 : 유암폭포
06:34 : 통신골
06:53 : 일행과 조우(아침식사)
07:50 : 출발
08:18 : 통천문방향 계곡과 갈림길
08:23 : 일행 버림
09:11 : 천왕봉
09:28 : 중봉골 초입
09:33 : 중봉샘
10:15 : 고도 1,400m
10:38 : 고도 1,200m
11:02 : 능선길
11:08 : 법계사, 순두류 삼거리
11:17 : 화장실
11:22 : 포장도로
11:53 : 중산리 주차장

5. 산행시간 및 거리
총 6시간 43분
도상거리 12.2㎞

6. 산행일지
원래 계획은 5월 3일 (토) 13:00에 ‘강대장’이랑 ‘만복대’랑 셋이서 전주를 출발하고 울산분들
3명은 중산리에서 만나 같이 통신골에서 비박을 하기로 되어있었다

약속날인 3일날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퉁퉁 부어 말도 안나오고 머리는 불덩이 같다
새벽 3시까지 술을 먹긴 했지만 숙취나 남으려니 했는데 왠 병이람....
사스가 목이 붓는다는 증상은 없으니 다행이긴하다
등산약속을 골프약속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지만 이 상태로는 일어서기조차 힘들 것 같다
그래도 한때는 별명이 ‘철인28호’였는데 이 꼴이 뭐지???
‘만복대’에게 겨우 문자메시지로 못 간다는 연락을 하고 억지 잠을 청해본다

물 한모금도 넘기기 어려운 목에다가 점심으로 무지막지하게 매운 비빔밥을 우겨넣었다
고추장에 고춧가루에 청량고추 다진거에 후추가루에......
오후 3-4시가 되니 목이 좀 가라앉고 열도 내린 것 같다
저녁 7시, 맥주 2병에 소주 한병을 칵테일하여 톡~ 쏘는 겨자소스에 야채를 비빈 겨자채를
안주로 해치우고 새벽 1시50분에 알람을 맞추고 잠자리에 들어간다
2시에 출발하면 중산리에 5시에는 도착할거고 아침 8시 안에만 통신골에 들어가면 일행을
잡을 수 있으리라
경방이 안 풀렸으니 못 들어간다고 중산리 매표소에서 옥신각신 하는 꿈을 꾼 것 같다

진안, 장계를 지나 대진고속도로로 진입, 아직 정신이 멍하다
03:45경 늘 투덜거리면서도 찾는 산청휴게소에서 3,000원짜리 맹탕 같은 라면으로 아침을 떼운다

05:10 표를 끊는데 익숙치 않지만 그냥 5,300원이나 내고 중산리 매표소를 지나친다
주변은 아직 어둡고 아침은 하늘멀리서부터 희뿌둥둥하게 깨어오고 있다
랜턴까지는 필요없을 만큼만 길이 보인다
아무래도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닌 것 같다
몇무리인가의 등산객들을 추월한다
어느 40대정도의 부부를 추월해 가는데 부인이 나를 불러 세운다

부인 : “아지씨예~”
나 : (몇 발 내디디다 문득 나를 부른다는 느낌을 받고...돌아다보며..) “저요???”
어둠에 정확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부인 : “그리 날래 가믄 천앙봉까지 얼매나 걸립니꺼??”
쩝 싱겁긴...
나 : “두어시간 걸립니다...”
둘이 궁시렁대는 소리를 뒤로 하고 더 날랜 척 하며 실은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래도 기분이 가벼운 건 유난히도 경쾌하게 조잘대는 새소리들 때문인 것 같다
전문가가 들으면 적어도 5-6종 이상의 새들을 구별해 내리라

05:34 칼바위 윗 삼거리에서 우측의 법계사쪽을 버리고 좌측 법천골로 접어든다
어느새 어둠이 제법 가셨다 그래도 아직은 카메라 노출이 나올 정도는 아니다
계곡 물소리에 새소리가 잦아든다



동트는 법천골


05:44 우측에서 아주 조그만 지류가 법천골로 흘러들어간다
갑자기 심한 갈증을 느낀다
시에라컵으로 연달아 4개를 들이마신다
산행 30여분만에 이렇게 물을 마셔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뭔가 정상이 아니긴 아닌 모양이다



법천골의 정경(1)



법천골의 정경(2)



법천골의 정경(3)


06:28 사태너덜지대를 지나 유암폭포를 만난다
사태지역의 돌들을 가지런히 배열해 등산로를 만들어 놓았다
공단은 항상 마음에 안 들었다, 들었다 한다



유암폭포 밑의 사태 너덜지대



유암폭포


06:34 법천골 계곡으로 내려선다.
우측에서 흘러내려 합류하는 통신골로 접어든다
통신골도 사태에 예외지역은 아니다
그 수려했던 수석 같은 계곡 바위들이 누런 사태바위로 뒤덮여져있다
쓸려 내려간 것은 아니니 언젠가는 모습을 다시 드러내겠지...



초입에서 본 통신골


길은 없고 계속 계곡을 차고 올라간다
위 쪽에서 은은하게 인기척이 들리는 듯 하다

06:53 일행을 만나다



일행의 비박지


지뢰매설차 내려오던 ‘윤회장님’이 나를 먼저 발견하시곤 반갑게 맞아주신다
‘만복대’도 내가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지 놀라는 눈치다
이런 협곡에 이런 비박지가 있다니....
일행은 거의 아침을 다 끝내고 마지막 비빔밥 몇 술을 처치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아침 생각은 없지만 해장소주의 안주로 남은 비빔밥을 내가 박박 긁어 먹었다
‘지계주님’이 내가 올 줄 알고 고래고기도 가져오셨다는데 어젯밤에 다 먹어버렸단다
에효~ 내복이 그렇지뭐.....
주변은 온통 ‘곰취’ 천지다 바위틈에는 당귀도 보인다

07:50 주변정리를 바친 뒤 출발
10여분 진행하자 다행히 사태로부터 온전한 계곡이 나온다 참으로 수려하다
‘만복대’를 제외한 다른 분들은 ‘곰취’를 모으느라 무아지경이다
‘강대장’은 쇤 두릅이 맛있다며 이파리가 한뼘이나 자라난 두릅을 딴다 (식성도 별나다)

<통신골을 쳐 올라가는 일행들>









08:18 통천문쪽으로 올라가는 계곡과 천왕봉 턱밑으로 붙는 계곡과의 합수부
우리는 우측의 천왕봉 방향을 택한다
여기도 온통 ‘곰취’ 밭이다



우리가 올라가야할 천왕봉 방향


산행이 지체되니 ‘만복대’가 나에게 미안한 듯
‘만복대’ : “형 먼저 가요”
나 : “내가 먼저가면 저 분들이 나에게 미안해 할거아냐...”
‘만복대’ : “아까 형이 청도가 어디쯤이냐고 물었자나요 그러니 오후에 거기 갈 일 있다고 말 할께요”
흑~ 착한 우리 ‘만복대’!!!



↓↑ 일행과 벌어지면서....



08:23 일행을 뒤로 하고 다시 사태지역으로 들어선다
지질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적어도 2가지는 알 것 같다
첫째,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군데군데 바위의 균열들이 큰 비에 언제라도 밀려
떨어져 내려갈 것 같다
둘째, 멀지 않은 시기에 천왕봉이 내려앉을 거라는 것이다 주변의 바위들을 보면 완전 노년기
지층인지 바위가 흙같이 부서지고 있다
*. 멀지 않은 시기 = 5백년 or 3천년
하지만 만약 작년같은 비가 몇 차례 더 온다면 그 시기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으리라



통신골 상단부 사태지역



↑↓ 고도 1,700m정도 에서본 촛대봉(중앙)





고도 1,800m정도에서 본 촛대봉과 그 앞의 제석봉


09:11 밧줄을 쳐놓은 천왕봉
천왕봉엔 20-30명의 등산객들이 주변을 감상하고 있다
오늘 날씨로 봐서 일출은 못 봤으리라



2003. 5. 4 09:16경 천왕봉


09:28 중봉쪽으로 두 번째 안부 우측의 중봉골로 들어선다
4-5분거리에 멋진 비박지와 중봉샘이 있다
중봉샘의 수량을 보니 요즘 비가 많긴 많았나보다



그때 그 자리, 첫 번째 안부(왼쪽이 현재, 오른쪽이 2003. 1. 2일 08:00경)




중봉샘


얼마 후 내려가는 한 쌍의 커플을 추월한다
내가 카메라를 앞에 메고 있어서 야생화 작가나 되어 보였는지 커플 중 남자가 조그맣고 예쁜
꽃을 가리키며 이름을 묻는데 훗, 알아야 면장을 하지....
하지만 앞으로는 관심을 좀 가져봐야겠다
‘산돌이’ 같으면 바로 알았을텐데...



딱따구리가 남긴 구멍


중봉골은 길은 있지만 그렇게 편안한 길은 아니다 더구나 지루하기도 하다

10:15경 고도계가 1,400m를 가리키고 계곡의 좌측에 아담한 4인용 정도 야영지가 있다
여기서 계곡을 좌에서 우로 건너 이제부터는 계곡을 좌측에 두고 계속 진행한다
길이 지루해지면 계곡으로 내려가 바위에서 바위로 징검치기를 하다가 험해지면 다시 길로..
계곡을 왼쪽에 두고 그러기를 몇 번 반복....



중봉골의 아담한 소 하나


10:38 고도 1,200m를 지나 재미없는 조릿대길과 너덜길을 번갈아 내려온다
용추폭포를 지나면서 계곡을 차차 멀리하며 능선으로 붙는다



용추폭포


11:02 완전한 소능선 길이다 좌우측의 계곡물소리가 화음을 이룬다
11:08 자연학습장 도로에서 법계사로 가는 길과 합류한다 법계사까지 1.7㎞란다

11:17 화장실을 지나 황금능선을 우러르다 보니 11:22 짜증나는 포장도로이다
포장도로에는 3개의 질러가는 지름길 샛길이 있다
여기에 왜 계단이나 또는 정비된 길을 내주지 않는가 이해가 안 간다
차량이나 노약자는 서서히 길을 따라 가도 되겠지만 팔팔한 사람들에게 괜히 볼거리도 없이
빙빙돌게 하는지.... 딱히나 보호할 식물류도 없는데...



천왕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초입


11:53 중산리 매표소,
하루 종일 주차가 4,000원이니 오전만 주차했으니 2천원 내달라고 괜히 심통을 부려본다
‘만복대’ 차 윈도우브러쉬에 울산분들에게 미안하다는 쪽지를 끼워 놓고 중산리를 떠난다
주차장을 막 벗어나자 앞에 젊은 남녀 한 쌍이 걸어가는데 액션은 없지만 히치가 필요한 것 같다
죽어도 히치 못하는 내가 그 심정 잘알지...
대구에서 와서 전날 백무동으로 올라왔다는 20대초반의 학생들이다
단성으로 빠져나가는 것보다 20-30분은 손해 보겠지만 내친김에 산청까지 태워다 주기로 했다
한많은 밤머리재도 볼겸...
마침 카메라도 2방이 남아있어 밤머리재에서 기념촬영을 해줬다
잘나왔으면 퍼다가 빼겠지...

13:10경 함양휴게소가 산청휴게소보다 한결 낫다 새것이라 그러겠지만..
휴게소에서 짜장면을 한 그릇 때리고나니...비로소 오늘의 산행이 끝난 느낌이다
이제부터 시작이겠지만....




산청까지 태워다준 학생들..



2013. 11. 30현재 조회수 : 1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