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1-25 19:40
[장재능-바래봉-팔랑치-팔랑마을]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5,344  
1. 산행일시
2004. 10. 17(일) 06:53 - 11:25

2. 코 스
장재골 입구 -> 장재능 -> 바래봉 -> 팔랑치 -> 팔랑마을

3. 참가인원 2명
‘아멜리아’
‘나’

4. 시간대별 도착지
06:53 : 장재동 입구 도로 출발
07:12 : 장재능
07:19 : 송이 움집
07:44 : 너래이재(임도)
07:47 : 국립공원경계
08:30 : 참호가 있는 봉
08:45 : 966m봉
09:08 : 1,018m봉
09:30 : 철조망지대
09:57 : 바래봉
10:13 : 바래봉 샘터 출발
10:37 : 팔랑치
11:01 : 팔랑마을, 바래봉, 팔랑치 삼거리
11:25 : 팔랑마을

5. 산행시간 및 거리
총 4시간 32분
도상거리 9.4㎞

6. 산행일지
지난주는 로타리 체육대회 한다고 빼먹었더니 산행 한지가 몇 주 되는 것 같다
‘만복대’는 홍도로 놀러가고, ‘뫼가람’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연락도 안 되고,
‘작은세개’는 산악회 인솔한답시고 설악산으로 튀어 버리고......

‘아멜리아’는 비행기 여독이 덜 풀린데다가 감기몸살 기운이 있어 쉬었으면 하는데 내가 살살 꼬드긴다

나 : “이번 코스는 아주 간단해, 땀 한 방울도 안 흘리고 금방 갔다 금방 오게...”
‘아멜리아’ : “정말이죠?? 선생님은 항상 5시간이라면 7시간되고 7-8시간이라면 10시간이 넘잖아요”
나 : “아냐 이번에는 진짜 4시간!!! 하늘땅, 별땅,”(데리고 가 주는 것만도 어딘데 따지긴..)

아침 5시,
차에 타는 순간, “어휴~ 술냄새..” 하며 ‘아멜리아’가 코를 감싼다
술도 덜 깬데다가 잠도 2시간이나 잤나???
몸 상태가 영 아니지만 감기몸살 기운이 있는 사람에게 운전을 시킬 수도 없고.....
‘뫼가람’과 ‘작은세개’가 너무 그립다
‘아멜리아’는 감기 핑계대고 출발하자마자 고개 떨구고 잠들어 버리니 라디오를 벗 삼아 갈 수 밖에...

삼신암 앞을 지나니 시멘트 포장길이 끝난다
비포장 길로 200여m를 가면 장재골계곡과 광천(廣川)(인월에서 산내로 흐르는 천)합수부가 나오고
길은 우측으로 90도 꺾어 장재골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서 잠깐 산내 부근의 하천을 집고 넘어가자면,
인월에서 산내로 흐르는 광천과 내령방향에서 산내로 들어오는 저연천(猪淵川)이
산내 대정리에서 합수되어 마천으로 흘러가는데 이것이 만수천이다

여기서 저연천은,
반야봉에서 발원하여 심원을 거쳐 산내면 돌고개(봉산골합수부)를 지나 달궁에 이르러
정령치와 고리봉에서 흘러내리는 언양골과 합하고, 덕동에서는 세걸산방향에서 내려오는 오얏골을
합한 뒤 용무남(용문, 龍門)과 학나드리(학천, 鶴川)를 지나 반선에 다다른다
반선에서는 도탄(桃灘)(뱀사골에서 내려와 내,외령으로 합류하는 물을 지칭)을 흡수하고
몰안내에서 부운골을 끌어내리고, 내,외령에서는 팔랑골의 물과 합류하여
산내 대정리에서 광천과 만나는 천이 저연천이다
광천과 저연천이 합쳐져 마천방향으로 흐르며 만수천이 되고
만수천은 백무동 계곡과 칠선계곡을 끌어안은 뒤 임천강(臨川江)으로 커버린다
그리고는 경호강을 이루고 남강, 낙동강으로 흘러나간다

일반적으로는 저연천, 만수천 통틀어 만수천이라 한다.

사설은 그만 접고,
장재골 안쪽에 재작년인가 와보니 큰 불사를 하던데 불사공사 때문에 차들이 드나들기 쉽게
돌아가는 코너 언덕을 포크레인으로 긁어 넓혀 놨다
그 넓은 부분에 주차를 시킨다.

06:53 출발
길가로 가 굽어보니 계곡으로 뚝 떨어져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공사하던 인부들이 샛거리 먹으러 내려갔던 길인가??
10여m를 내려가니 계곡 끝 부분에 콘크리트로 제방을 만들어 놨다
제방 난간으로 계곡을 건넌다
밭터인가 집터인가 허물어진 석축을 넘어 막바로 능선을 보고 뚫고나가니 금방 길이 나온다

07:12 장재능
이 장재능은 동면(인월면)과 산내면의 면 경계이다
능선길은 너무나 뚜렷하다
이내 송림이 나타나며 좌측 가지 사이로 아침 해가 떠오른다
20-30년은 실히 됨직한 육송 숲이 끝날 것 같지 않게 계속 된다



장재능의 아침

07:19 송이 채취가 목적이었던 것 같은 텐트 형태의 움집이 능선길 가운데 버티고 있다
널브러진 집기들이 조금 전 까지도 사람이 있었던 듯 한 느낌을 준다



송이움집

07:44 임도가 능선까지 올라온 ‘너래이재’에 도착
임도는 장항리 장항마을에서부터 올라와 능선을 넘어 장재동으로 이어지는데
장재동방향으로의 길은 묵혀진 것 같다
검은 관이 땅속으로 이어져 가는데 아마 장재동에 하나 남아있는 굿당으로 이어지는 문명의 손길인 듯하다
장재동(長才洞)은 예전에 천석꾼이 살아서 장재동이라고 한다는데 그렇다면 한자로 ‘재(財)’자로
표기되어야 옳을 듯 한데 재주재자로 남아 있다



평지 같은 능선길

울창한 송림은 계속된다
곧이어 국립공원경계를 넘어 들어간다
경계를 넘어 10여분 진행하자 송림이 끝나며 능선이 선상지 같이 펑퍼짐하게 퍼져버린다
올라가는 거야 별 문제가 없지만 이 능선으로 내려오려면 정확한 독도 없이는 힘들 것 같다
특히나 고도 850-900m 사이에서는 헷갈리는 부분이 2-3군데 나타난다

08:30 경계 참호가 있는 봉이 나온다
이 장재능선은 참으로 편안하고 재미난 능선이다
평탄한 능선길이 지루할 만 하면 3-4분 살짝 오르막이 나오고 숨이 가빠질 만 하면 또 편안한
길이 펼쳐진다
땀 한 방울이 안 비친다
아직 숨이 붙어있는 낙엽들을 밟는 감촉도 운치 있는 산행에 일조를 한다

08:45 966m봉
2-3분 간격으로 연이어 970봉, 983봉이 삼형제같이 나란히 봉긋이 솟아있다
이 비단길에 흠이 있다면 봉 정상에서도 시야가 터진 곳이 없다는 것이다

09:08 1,018m봉
길은 이 봉 밑을 오른쪽으로 우회해 가지만 시원한 전망을 한번도 보지 못해 행여나 하고
10여m를 기어올라가 바위위로 올라가 보니 사방이 툭 터지진 않았지만 아쉬운 대로 지나온 봉과
나무사이로 바래봉이 보인다



↑ 바래봉



↑ 지나온 봉

09:30 철망 울타리 지역이 나온다
70년대 면양을 키울 때 쳐 놓은 울타리인 모양이다
이 철망은 바래봉 턱 밑까지 군데군데 뚫린 채로 이어진다
지금까지는 비단길이었는데 서서히 오르막이 열리며 비로소 등산 맛이 난다
능선 오르막이 특기인 ‘아멜리아’가 뒤쳐지는걸 보니 몸이 안 좋긴 안 좋은가보다



운치 있는 낙엽길

철쭉 몇 그루를 지나쳐 언덕으로 오르니 시야 활짝 트이고 솜털 떨어진 억새가 바람에 떨고 있다
별다른 감정이 없는 나인데도 새삼 계절이 몸 속 깊이 까지 느껴진다
날씨는 맑은데 자외선이 드리워져 주능방면은 희뿌옇게 신비로움을 더 한다



바래봉 부근에서 본 서북능(왼쪽에 반야봉이 희미하다)

09:57 바래봉
정확히 바래봉 푯말로부터 30여m 밑이다



바래봉의 가을, ‘아멜리아’의 가을



장재능을 돌아보며....

고민이 생긴다
택시비 돈만원 정도의 거리에 하산길이 너무 많다
바로 장재골로 내려가면 택시비도 필요 없지....
덕두봉으로 해서 흥부골이나 구인월로 갈까??
그냥 우묵실절로 해서 운봉으로 내려갈까??
수철리로 내려갈까?? 팔랑마을로 내려갈까??
청소년수련장이나 부운마을은 5시간이 넘어 ‘아멜리아’가 꽁알거릴 것 같고....
에이! 팔랑치에서 떨어지자

일요일인데도 인적이 전혀 없다
산행시작부터 팔랑마을에 도착할 때까지 단 한사람의 등산객도 만나지 못한다
아마 모두 단풍을 따라간 모양이다

10:13 바래봉 샘터에서 목을 축인 뒤 출발
참으로 너무 할랑할랑한 코스인 것 같다
바람은 춥지도 덥지도 않게 서북능선상을 간지럽힌다

10:37 팔랑치(八郞峙)
8명의 장사가 태어나서 팔랑이란 이름이 붙었다는데 그렇게 마을이 컸나???
이제 팔랑마을까지 내리막만 남았다고 하니까
힘들어하던 ‘아멜리아’도 좀 아쉬운가보다

“풀썩~! 두두두두.......”
15-20m쯤 우측 옆에서 송아지만한 멧돼지가 등만 흘끗 보인 채 튀어 도망간다
뒤 따라 오던 ‘아멜리아’는 소리만 듣고 몸채는 못 봤다고 서운해 한다
곧이어 산토끼도 한 마리 발견한다
팔랑마을에 먹을 것이 많나??

11:01 바래봉으로 가는 길과 삼거리
팔랑치 1.5㎞, 바래봉 1.5㎞, 팔랑마을 1.5㎞
이내 바로 수량이 풍부한 계곡을 만나고 우측의 계곡 물소리를 따라 하산길을 재촉한다

11:25 팔랑마을



팔랑마을의 한 채 남은 억새지붕 집

‘앗! 빈택시가 돌려나가고 있다’
‘아멜리아’가 소리쳐 부른다 “택시~~~~택시~~~~~”
무정한(아니 재수없는) 택시는 못 듣고 사라져버린다
인월택시를 부르니 15,000원을 달란다
인월, 운봉, 산내 부근 통틀어 팔랑마을길과 삼신암길이 가장 기사들이 싫어해 거리에 관계없이 비싸단다
우리는 하필 가장 비싼 길에 주차하고 가장 비싼 길로 하산한 셈이다



바래봉이 보이는 팔랑마을

택시를 불러놓고 슬슬 걸어 내려가는데 휴대폰 벨이 울린다
번호를 보니 ‘작은세개’다 ‘어, 설악산 갔는데???’

나 : “여보쇼!”
‘작은세개’ : “저 재홍이요 ‘장발짱’님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
나 : “왜?”
‘작은세개’ : “같이 설악산에 왔는데 뒤쳐졌는지 다른 길로 빠졌는지 안 오시네요”
나 : “가만있자.......019..........”
‘작은세개’ : “아~ 저기 오시네요 되었네요”
싱겁기는....

원래는 ‘일출식당’으로 가서 비빔밥이나 한 그릇 씩 때리고 가려했는데 차를 회수하고 나니 맘이 바뀐다

빨리 전주로 가서 소맥에 통닭이나 뜯자
안 먹고 산행하니 확실히 좋긴 좋다 하산주가 얼마나 맛있을까

2013. 11. 30현재 조회수 : 1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