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1-25 19:41
[하점좌골-심마니능-심원능-옛길-봉산입구]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4,348  
1. 산행일시
2004. 10. 23(일) 07:50 - 15:56

2. 코 스
달궁 -> 하점좌골 -> 심마니능 -> 1380m봉 -> 심원삼거리 -> 심원능 -> 심원마을 -> 심원옛길 -> 봉산골입구

3. 참가인원 3/5명
(‘만복대’)
‘뫼가람’
(‘솔주’)
‘아멜리아’
‘나’

4. 시간대별 도착지(▥:휴식, 숫자:휴식시간)
07:50 : 달궁주차장 출발
08:05 : 계곡산행시작(▥ 12)
08:32 : 우골,좌골 합수부
08:52 : (▥ 11) 09:25 : 고도 900m
09:36 : 식수준비(▥ 10)
09:58 : 고도 1,100m
10:02 : 계곡버림
10:25 : 심마니능(▥ 13)
10:44 : 1,380봉
10:56 : 하점골 길로 올라오는 삼거리
11:09 : 봉산골 삼거리(▥ 7)
11:35 : 전망바위(▥ 9)
11:58 : 심원 삼거리 (▥ 점심)
13:12 : 출발
13:37 : 대소골 삼거리
13:43 : 반야봉6㎞, 심원4㎞ 표지판
14:10 : 계곡, 능선삼거리
14:29 : 묘(▥ 6) 14:57 : 심원
15:56 : 봉산골 입구

5. 산행시간 및 거리
총 8시간 6분
도상거리 13.3㎞

6. 산행일지
아무래도 ‘뫼가람’ 차 보다는 ‘만복대’ 승용차가 더 잠자기는 좋겠지
더구나 지점장 되었다고 나온 새 차라서 소음도 없을거고...
‘솔주’는 운전석 뒷자리에 앉고, 나는 조수석 등받이를 눕히고 맘 편하게 잠을 청한다

막 잠들려는 찰라,
“따르르릉~~ 따르르릉~~” 옛날 전화벨소리로 설정해 놓은 내 휴대폰 우는 소리다
‘오잉? 전화 올 곳이 없는데....’

(짜증을 숨기며..) “여보세....”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뫼가람’ 차에 탔던 ‘아멜리아’ 목소리가 다급히 튀어 나온다
“선생님, ‘뫼가람’님 신발 옮겨 실으셨어요??”
‘쳇 그 걸 내가 왜 옮겨 지가 옮겼어야지....’

며칠 전 ‘산돌이’가 전주 출장 왔을 때 점심부터 소주 번개를 시작하여
(결국 속없는 ‘산돌이’는 그 날 남원에 못가고 ‘만복대’ 집에서 자고 다음날 같이 출근했다)
저녁까지 이어 지고, 그 날 ‘작은세개’ 가게에서 신발도 사고 사은품도 얻어서
모두 내 차에 실어 놨는데, 다들 취해서 그냥 헤어졌다 (지금까지도 모두 내 차속에 있음)

원래는 모두 ‘전일저축은행’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고,
그랬으면 ‘뫼가람’이 알아서 내 차에서 챙겼겠지
난 내 차에다 실어 놓은 채 둔 것으로 의무는 다 한거고
그런데 약속시간이 5:30에서 5:00으로 앞당겨 진 걸
‘만복대’가 ‘뫼가람’에게 알려주기로 해 놓고는 깜박 한 것이다
뒤 늦게 약속장소에 와서야 그걸 기억해 내고는 ‘뫼가람’에게 지름길로 해서
전주남원간 도로에서 만나기로 하니 이런저런 경황에 신발까지 생각이 못 미친 것이다

나 : “그럼 돌아가서 가져와야지 신발 없이 어떻게 가”
이미 전주에서 10여분을 달려왔다 ‘만복대’는 차를 세우고 돌아갈 차비를 한다
‘아멜리아’ : “그냥 가자고 하시네요 바닥 닳은 신발 하나 트렁크에 굴러 다닌데요”

달아난 잠을 불러 모으며 “어이, 철언이 담배 좀 작작 피워.....아무리 자기 차라고....”

문 닫는 소리에 잠이 깨어 고개를 들어보니 벌써 일출식당이다
‘철화’님과 ‘산하’님 일행의 단잠을 깨운 것 같다
춘식이야 주인이니 상관없지만...
아침을 먹고 가자네
난 차속에서 잘테니까 느그들끼리 먹어
다시 차 속으로 돌아가 몸을 눕히려는데 춘식이가 냉장고에서 소주병 같은 걸 꺼내는 것이 언뜻 보인다
에이, 자도 한잔 먹고 자자
다시 들어가니 벌써 맥주들도 한 잔씩 했네
와 아침상에 버섯탕에 왠 흑돼지김치찌게 까지....
맥주한잔을 단칼로 비운 뒤 소주 반컵에 달걀을 한개 깨뜨려서 홀짝 빨고는 다시 차 속으로...

봉산골 입구에 ‘뫼가람’ 차를 주차시키고 달궁으로 돌아와 산행 준비를 한다
신발 끈을 졸라 묶고, 스틱을 늘리고, 카메라를 목에 걸고, 배낭을 메고 난 뒤
일행의 준비 모습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on시키는데 어, 먹통이네.....
끌끌, 밧데리를 충전시키느라 빼놓고는 그냥 온 것이다
이런 실수가 있나,
(그런데 새옹지마라고 산행 시 바위에서 정면으로 정통으로 넘어져 만약 카메라가 있었다면 박살 날 뻔 했다)

“어이, ‘뫼가람’ 잠시 쉴 때나 카메라 한번씩 빌려줘”
‘오늘 같은 날은 포인트가 단풍이니 단풍은 주인에게 양보하고 난 먹자판이나 찍어야지’

07:50 달궁주차장을 출발
하점골 본래 등산로를 택한다

어떤 지도들(1/25,000포함)에는 하점골이 ‘광산골’로 표기 되어있는데
이것은 달궁에 니켈광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봉산골 등산로 부근과 묘지에서 달궁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군데군데에 광산 흔적이 있다
봉산골을 전에는 ‘어름골‘이라고 불렀다는데 아마 은백색의 니켈원석이 얼음 같아서
그렇게 칭했지 않나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08:05 등산로가 처음으로 계곡을 건너는 부분에서 바로 계곡 등반으로 들어간다.



‘만복대’가 지뢰 묻으러 가는 바람에...

저번 여름, 계곡에 물이 많을 때는 처음 계곡 만나는데서 10여분을 더 길로 진행하다가 좌측으로
떨어져 계곡 등반을 했는데 그때는 이미 좌골로의 합수부를 지나쳐 있었나보다

우리 일행은 합수부에서 갈라지기로 했었다
나 혼자만 좌골로 올라가고 나머지 4명은 우골을 타서 심마니 1,380봉에서 만나기로...
그런데 결과적으로 모두 좌골을 타고 말았다



‘이거 13만원이나 주고 산거예요’ (‘아멜리아’ 고도계가 안 맞는다고 놀리니...)

08:32 좌,우골의 합수부
이 지점이 갈라지는 부분인데 본류로 생각한 우골이 거의 건계곡 같이 보여 그냥 좌골로 진행한다
너무 쉽게 무심코 지나쳐 버린 것이다



‘어디쯤에서 지나쳤지?’ (먹자팀과 탐구팀)

사실 이 하점골은 우골은 이끼계곡으로, 좌골은 아기자기한 바위와 폭포들로
각기 개성이 있는 계곡들이고 수량이나 길이 등으로 봐도 어떤 게 본류다라고
딱 집어 말하기가 곤란할 것 같다
아무튼 처음부터 계곡등반으로 시작해서 하점 우골을 타려면 고도 650-700m 부근에서
우측으로 건계곡 같은 소류가 보이면 그쪽으로 붙어야 한다
정령치를 바로 뒤꼭지에 두고 계곡은 이어진다



좌골로 접어 든 뒤....



‘솔주’가 안 오네.....

09:25 고도 900m
우리는 이미 800m부근에서부터 좌골로 들었음을 감지했다
우골보다 못하리라고 짐작했던 생각은 아예 바꿔야 한다
하기야 지리 구석구석 큰골이나 작은골이나 각기 특징이 있어 어느 골을 무시하랴마는
하점 좌우의 밸런스는 완벽하다
이번 토요일 달궁부근 비박모임에서 보나마나 술이 떡이 될 텐데 일요일 산행은 가볍게
하점 좌우든 우좌든 권하고 싶다 술 깨는 코스로는 그만일 것 같으니...
나야 어차피 로타리모임 실버안내산행으로 성삼재에서 정령치를 타야 할 것 같고...에효~~

09:36 계곡의 물이 말라가고 우리는 식수와 라면 끓일 물을 준비한다
봉산삼거리와 심원삼거리 사이의 전망바위 밑 샘이 말랐을지도 모르니....



끙차~!



계곡 상단부에는 벌써 낙엽이 지고...

09:58 고도 1,100m를 지나,
10:02 건계곡으로 깊게 이어지는 골을 버리고 좌측의 훤한 능선을 잡아 간다
골을 버리면 항상 고생한다는 교훈을 익히 알면서도
막상 현지에서 닥치면 또 시행착오를 하고야 만다
바로 뒤에 붙어 오는 ‘만복대’는 별수 없고 나머지 세 사람에게 소리친다

“올라오지 말고 골타고 곧장 올라가!!!!!!!!!!!!!!!”
계곡을 버릴 때는 상당히 차이 났었는데 심마니능에는 비슷비슷하게 도착한다

10:25 심마니능
오랜만의 산행이라서 그런지 ‘솔주’만 약간 쳐진다
신혼이라서 체력이 떨어질 만도 하지



‘솔주’를 기다리며...

10:44 적송 군락지인 1,380봉이다
이 부근은 와운의 천년송에 버금가는 고송들이 수두룩하다

10:56 하점골로 등산로를 따라 올라오면 만나는 삼거리를 만난다
이 부근 조릿대 숲에서 좌측으로 떨어져 계곡을 타고 내려가면 무조건 이끼폭포가 나온다

11:09 봉산골 삼거리

11:35 전망바위
샘터로 내려가 보니 물이 흐르지는 않는데 완전히 말라 있지도 않다
낙엽을 살살 걷고 시애라로 떠내면 라면 몇 개는 끓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목이 환장하게 마르지 않는 이상 선뜻 떠먹기는 싫다
이제 심원삼거리만 가면 점심을 먹을 텐데 그 새를 못 참아 ‘만복대’와 ‘아멜리아’는
어린애 머리만한 사과를 하나씩 추켜들고 베어 물기 시작한다



틈만 있으면 먹어대는 두 사람

11:58 심원삼거리
다른 때 같으면 배낭을 뒤집듯이 모든 것을 꺼내 놓는 ‘만복대’가 오늘은 조심조심 숨기듯 꺼낸다
‘솔주’와 둘이서 뱀사골대피소 가서 잠자며 먹을 것을 감추느라 그런가보다
아이스쿨러도 반뼘 정도만 열고 먹지도 못할 요상한 조미 밤봉지 하나를 꺼내고는
얼른 닫아버린다 ‘아멜리아’가 한사코 보여 달라 해도 배낭 안에 감춰버리고 안 보여준다
쯧쯧 먹을 것 같고 쪼잔하게....
라면 끓이는 시간이 지루했는지 제일 큰 날진 통에 가득 재어온 돼지불고기를 겨우 두어점만
꺼내 소주 안주로 볶는다(쩝 치사해서 안 먹으려다가....)



치사한 돼지볶음(두 어점 밖에 안 되는데 사진에는 많게 나왔네)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한 후, ‘뫼가람’과 ‘아멜리아’는 여기까지 왔으니 중봉이라도 본다며 간다

13:12 ‘만복대’와 ‘솔주’는 묘향대를 경유 뱀사골대피소로 간다고 우리 일행과 헤어지고
우리는 심원으로 향한다
이 심원능도 지루하지 않는 능선길로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13:18 무릎정도 크기의 조릿대가 인포커스로 깔리고 노고단에서 달려오는 주능이 한아름에
들어 올 것 같은 전망이 트인 길을 지난다
(표현이 모자라 ‘뫼가람’ 사진 한 장 빌려 와야겠네 단풍사진 아니니 괜찮겠지)



‘뫼가람’에게 빌려온 사진 (노고단이 우뚝하고 임걸령도 보인다)

13:37 대소골로 떨어지는 길과의 삼거리를 지난다
표지기들은 그 쪽 방향이 많이 붙어있는 것 같다
능선에 그늘이 별로 없어 햇살이 따가우니 ‘뫼가람’이 모자를 꺼내 쓴다
그 모습을 본 ‘아멜리아’가 패랭이 쓴 경찰 캐릭터와 똑같이 구(※)엽다고 놀려 댄다

13:43 반야봉 6㎞, 심원 4㎞ 표지판이 나온다
거리를 2배씩은 부풀려 놓았네....

13:57 단기 인데도 200여평이 넘는 시원스런 묘지를 지난다

14:10 다시 삼거리가 나온다
좌측으로 가면 노고단으로 가는 삼거리가 있는 대소골 하류가 나오는 길이다
우리는 심원마을의 심원산장 뒤로 떨어지는 능선길인 우측으로 진행한다
고사목사이로 노고단과 성삼재가 보이는 소능선 끝에서 길은 뚝 떨어져 내려간다



같은 고사목 사이로 본 노고단과 성삼재

14:21 낙엽이 발목까지 빠지는 길에서 동심이 치밀어 올라 마구 발먼지를 피워 본다
오잉~ ‘망가’님과 에코로바의 표지기가 짱짜라니 걸려있네
낙엽길이 끝나가는 능선 막바지 부근에서는 심원마을이 바둑판 내려다 보 듯 굽어보인다

14:57 단풍객들로 붐비는 심원마을에 도착
바로 심원마을을 관통하여 심원 옛길로 접어든다
계곡주변의 단풍은 바야흐로 발악을 하며 몸을 불태우고 있고,
‘뫼가람’은 계속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이런 절정의 단풍철에 왜 심원 옛길에는 단풍객이 하나도 없는 걸까?
힘든 오르막이 있는 것도 아니고, 멋진 심원(달궁)계곡과 어우러진 이 경관이 결코
뱀사골이나 피아골에 뒤지지 않을 것 같은데.....



심원 옛길

15:56 ‘뫼가람’ 차가 주차된 봉산골 입구 도로에 도착

달궁의 은행나무집에서 ‘뫼가람’의 직장 상사이자 전북은행산악회장이고 나의 후배인
엄정용지점장을 만나 맥주에 복분자주에 돼지바베큐를 얻어먹는다
운전은 ‘아멜리아’에게 맡기기로 하고 ‘뫼가람’도 슬슬 시동을 건다

18:00경 반선, 일출식당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랴
입가심으로 맥주나 한 잔 하려고 들렀더니 아직까지도 ‘철화’님이 있네???
곧이어 ‘철화’님 소개로 걸걸하고 시원스런 남도 사투리의 ‘천년소옹’님과 ‘메아리’님을
소개 받고 인사를 나눈다
곧이어 임우식님이 들어오시는데 알고 보니 우식님 태극종주 축하 모임 인 것 같다
우식님의 퉁퉁 부은 눈과 부르튼 입술, 거친 턱수염....
한마디로 우식님 얼굴에 ‘태 ․ 극 ․ 종 ․ 주’라고 쓰여 있다
“수고하셨습니다”

돌아오는 차속에서 ‘뫼가람’은 정신을 못 차린다
달궁에서 돼지바베큐를 추워 떨면서 갑자기 먹은 게 좀 안 좋았던 데다가 일출에서 맥주를 거푸
마셨지, 배가 뒤틀린 모양이다
전주 하산주는 물 건너 갔네 (‘뫼가람’ 보내고 ‘작은세개’ 불러내 먹었음)

[에필로그]
10/25(월) 0:35경 ‘아따수퍼‘
“때르르릉~~~때르르릉~~~” 내 휴대폰이 울린다
엥? ‘만복대’ 집이네.......

나 : (‘만복대’ 인줄 알고) “왜????”
그런데 ‘만복대’ 각시다
‘만복대 처‘ : “혹시 선용이아빠랑 같이 안계셔요?”
나 : “아뇨, 난 토요일에 전주로 왔고 철언이는 일요일까지 산행을 했는데??” ‘만복대 처‘ : “휴대폰을 해도 안 받네요”
나 : “가만, 일요일 산행 끝나고 달궁에서 ‘산돌이’랑 한잔 하고 있다 했는데 내가 알아 볼께요”

나 : “인호? 안 잤어? 아직 철언이가 집에 안 들어 왔다해서....어쩌고..저쩌고...”
‘산돌이’ : “달궁에서 7시쯤 일행이 있어 나 먼저 왔는데요???”
나 : “‘솔주’에게 알아봐야겠네...”

나 : “늦게 미안하네 철언이랑 언제 헤어졌어?”
‘솔주’ : “‘만복대’님 술이 취해서 제가 운전하고 10시경에 아파트 앞에 주차시키고 전 왔는데요”

나 : “아파트 앞에 내려가 보세요 차 속에서 자고 있나 봐요”
‘만복대 처‘ : “네 죄송해요 내려가 볼께요”

얼마나 지났을까......
“때르르릉~~때르르릉~~~”
나 : “여보세요”
‘산돌이’ : “성님, 아파트 근처 싹 뒤져도 없단디??”

‘만복대’ 처가 나에게 또 전화하기가 미안했던지 ‘산돌이’에게 응원을 청한 모양이다

어디로 실종된 걸까?
월요일 신새벽부터 갑자기 바빠진다


2013. 11. 30현재 조회수 : 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