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1-25 19:42
[돌고개야영, 작은고리봉능-만복대-정령치]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4,311  
1. 산행일시
2004. 10. 31(일) 12:08 - 16:30

2. 코 스
작은고리봉능선(동능) -> 안부헬기장 -> 묘봉치 -> 만복대 -> 정령치

3. 참가인원 29명
‘작은세개’
‘아멜리아’
‘나’
로타리 회원 26명

4. 시간대별 도착지
12:08 : 심원 휴게소 출발
12:33 : 작은고리봉 능선
13:25 : 작은고리봉 안부 헬기장
(점심)
14:08 : 출발
14:38 : 묘봉치
15:40 : 만복대
16:30 : 정령치

5. 산행시간 및 거리
총 4시간 22분
도상거리 6.2㎞

6. 야영 및 산행일지
--먹자판이 예견된 모임이긴 했지--
--하지만 일요일 산행까지 접고 진종일 마셔댈 줄은 누가 알았겠어--
--결국은 서로 어떻게 헤어졌는지 조차 모르더군--
--이놈의 모임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네--

10월 30일(토)
‘만복대’와 ‘산딸기’, 종서는 토요일 오후 3시에 전주를 출발하여
남원에서 ‘산돌이’를 픽업해 가기로 한다
그런데 도중에 ‘물깃‘님의 연락을 받고 같이 합류했나보다
나는 ‘장발짱’과 ‘아멜리아’랑 셋이서 ‘장발짱’ 차로 4시에 출발한다
‘뫼가람’과 ‘작은세개’는 5시가 넘어서 ‘작은세개’차로 온단다
이렇게 각각 움직이는 데에는 피치 못할 사정들이 있었다

공개하지는 못 할, 새로 개발한 방법으로 내령매표소를 프리패스한다
일출식당이 약 1분 거리에 남아있을 무렵 ‘만복대’에게서 전화가 온다
“동주형, 혹시 아직 일출 안 지났으면 냄비 큰 거 하나만 빌려 와요”
기막힌 타이밍이다
냄비에 얹혀 춘식이가 1.8ℓ 산도라지 술을 한 병 준다
그리고 상황 봐서 한가하면 놀러 온단다
결국, 안 왔지만 안 오기를 잘했지, 왔으면 아마 일요일 장사 망쳤을 걸....

먼저 온 일행은 돌고개 밑 달궁계곡에 자리를 잡고 있다
내가 도착하자 즉시 운봉 흑돼지 구이에 소주로 시동을 걸기 시작한다
한쪽에서는 모닥불을 준비 한다
보통은 나무 때문에 한참을 헤매고 다니는데 여기는 지천이 마른나무 천지다

곧이어 창원팀인 해씨부부와 ‘치명타’가 도착하고 약간 늦게 ‘뫼가람’과 ‘작은세개’가
마지막으로 합류하며 본격적인 술 사냥이 시작된다
바람이 일렁이면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들, 열이레의 달은 휘영청 나무 끝에 매달려 있고,
은은한 계곡의 물소리는 고요를 적당히 깨트려 시끄러운 우리를 미안치 않게 해 준다



시원스레 타는 모닥불

주 안주는 흑돼지 구이이고 ‘장발짱’이 가이바시(키조개), ‘해’부부가 낙지해물볶음,
‘산딸기’가 동태찌게, 술이나 안주나 오늘은 너무 풍족하다
풍족하니 행복하다
‘산딸기’는 역시 밥 짓기에 진수를 보여주며,
세동치에서의 떡도 아니고 죽도 아니고 밥은 더더욱 아닌 ‘XXX'이(가) 만든 정체불명의 음식(?)을
궁금해 한다



올때마다 ‘작은세개’는 장비를 하나씩 선보인다 (오늘은 2인용 텐트)

난 늘 카메라를 험하게 가지고 다녀서 고장 난줄 알았던 후레쉬 설정 기능을 ‘뫼가람’이 손 봐준다
쩝 그래도 젊은 사람이 낫긴 낫군
난 왜 그리 매뉴얼이 보기 싫은지....



‘맞짱 한번 뛸래???’



분위기는 무르익고...

언제나 그렇듯이 성질이 급해 원샷으로 들이키는 ‘산돌이’가 가장 먼저 고개를 떨군다
그러면서 늘 나에게 하는 말
“아따, 성님은 왜 맨날 요상스런 사진만 찍으요 나도 멋지게 한번 찍어줘 보쑈”
나도 멋지게 찍어주고 싶지만 그러려면 연출을 해야 하는데 난 그런 것은 싫고,
자연스럽게 찍으려면 꼭 아래와 같은 모습만 잡히니 나보고 어쩌라고....

<1등으로 꼴인하는 ‘산돌이’>









우리 산 모임에 처음 참석하시는 ‘물깃’님은 조용하고도 잔잔하게 분위기를 즐기신다
막내인 종서는 열심히 심부름하느라 바쁘고(가만, ‘아멜리아’와 갑장이던가??)
해질녘은 역시 이것저것 먹느라 정신이 없고
한바트면 결혼을 했을지도 모르는 ‘산딸기’와 ‘치명타’가 오랜만에 회포를 푼다
모닥불에 둘러앉아 한 순배 두 순배 술잔이 돌아가며 술이 익고, 밤(栗, 夜 모두)이 익고,
달궁계곡의 가을도 익는다



술통 돌리는 ‘뫼가람’



원샷! 원샷!



‘치명타’ 완전 보살같네



‘하나 도!’ ‘줄까 말까?’



‘얻어 묵을라니 더러버서...’



끝까지 먹어대는 ‘작은세개’

대포알이 비어 나 뒹굴고 한 말 짜리 구기자술이 점점 줄어들자 일행의 수도 하나 둘 줄어 든다
‘물깃’님이 들어가시고, 종서도 사라지고, ‘만복대’마저 언제부터인가 보이질 않는다
어리버리 삼형제만 끝까지 술통을 들고 나 댄다

어리버리 삼형제란
‘뫼가람’ ‘작은세개’ ‘해파남’ 이렇게 세 명인데 이 날 ‘아멜리아’가 붙여준 별명이다
각각 연년생이라서 ‘뫼가람’은 선배대우를 받으려고, ‘작은세개’는 어영부영 맘 먹으려고
늘 찌그락 짜그락 했는데, 또 한 명의 연년생인 갱상도 싸나이 ‘해파남’이 시원스레 가래를 타준다
‘작은세개’에게 “마 지금부터 행님이라 할꺼이니 행님도 ‘뫼가람’님에게 행님이라 하이소”
이렇게 하여 어리버리 남바완에 ‘뫼가람’ 남바투에 ‘작은세개’, 어리버리 막내에 ‘해파남’이 정해졌다
덕분에 ‘해파남’은 날십만원이 넘는 기념품 하나 챙겼지?



결론에 도달한 어리버리 삼형제

막내와 남바완이 자러가고 ‘아멜리아’도 들어간다
불설겆이를 마무리하려는데 남바투가 남바완 곁에 매트랑 침낭이랑 두고서 다시 온다
그리고는 뭘 두리번두리번 찾고 다닌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금방 ‘뫼가람’ 곁에 둔 침낭 등을 못 찾아서 헤매고 다녔다는 것이다
아래 내용은 다음날 ‘장발짱’ 증언

(‘작은세개’가 가지고 온 2인용 텐트에 ‘장발짱’이랑 ‘작은세개’가 자기로 했었음)
‘아, 한참 자고 있는디 뭐 자꾸 달라붙는 거여, 그러더니 내 침낭 쟈크를 열고 발을 막 디밀고
들어오려고 하는디 그게 좁아서 들와져???‘
‘추워서 발발 떠는디 어떡 허것어 별수 없이 침낭을 양보하고 텐트 밖으로 나와 봤지’
‘그랬더니 지 매트랑 침낭이랑 침낭카바랑 멀쩡하니 바로 옆에 있더만 그걸 못 찾고.....’



가을에 갇힌 달

10월 31일(일)



차분한 아침

06:20경 눈이 떠진다
어제 일찌감치 잠들은 ‘산돌이’ 목소리가 쌩쌩하게 들린다
로타리 안내산행은 보나마나 11시가 넘어서야 버스가 달궁을 지나갈텐데 그동안 뭘하지???
다른 일행들은 늦어도 10시면 산행을 시작 할 거고....
그래도 다행인 것은 ‘뫼가람’과 ‘작은세개’, ‘아멜리아’를 저번 주부터 살살 꼬셔놨다
재미없겠지만 나를 봐서라도 안내산행에 같이 동참해달라고...

아침국으로 김치콩나물을 얼큰하게 끓인다
라면사리를 서로 건져먹으려고 싸운다 ‘아멜리아’는 ‘뫼가람’에게 손등을 포크로 찍히고
‘산돌이’는 ‘해질녘’을 한사코 챙겨 라면가닥을 젓가락에 돌돌 말아 주는데 익지도 않아 다시 넣는다
바람이 불때마다 낙엽 몇 잎이 냄비 속으로 들어가 가을까지 먹는 기분이다

화근은 구기자술이 통 밑바닥에 시애라로 2-3잔 분량이 남아 있는데서 시작된다
‘뫼가람’이 또다시 통을 들고 해장을 권하고 다닌다
‘물깃’님은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혼자 산행을 떠나시며, (에고 가려면 그냥 가시지....)
시원하게 해장이 될 만한 새우찌게꺼리를 내놓고, 거기다가 차속에 백세주가 대여섯병 있다며
종서편에 백세주를 들려 보낸다
이거 설상가상이라해야 하나 금상첨화라 해야 하나 ‘강산애’가 안내산행을 맡아 지나가며
피쳐 맥주를 또 전하고 가니, 아침부터 독한 술이면 모두 피했을텐데
계속 보드라운 술이 보급되니 한잔 두잔 또 젖어간다
낙엽 속에 묻혀 깜박했던 춘식이가 준 도라지술이 발견 된 것이 크라이막스다
도라지 술이 빌 무렵 ‘산돌이’는 또 침낭을 향해 제일 먼저 기어들고,
‘만복대’왈 “산행은 무슨... 어이 종서, 술 좀 더 사오지...”
‘뫼가람’왈 “양사장님 저 못가겠네요 세분이서 그냥 가시죠”
‘해질녘’의 외침 “냄편아! 그만마시고 잠좀 자두라!! 어찔라고 그러나!! 내도 모르겠다!!”



“에라 내도 묵어 뿔란다!!

10:40경 인월을 통과한다는 로타리 버스에서의 연락을 받고 배낭을 꾸린다
나도 처음 구기자주나 백세주에는 괜찮았는데 도라지술 먹은 게 알딸딸 하다
바야흐로 무르익는 술판을 두고 떠나자니 시원섭섭하다

11:10 봉산골 입구에서 우리 3명은 버스에 올라탄다
마이크로 산행에 대한 멘트를 간단히 한 다음 자리에 앉자마자 회장이 산사춘을 권한다
안주도 없이 반컵을 들이키니 입안이 쓰다
‘작은세개’에게도 권하려는데 벌써 잠들어 있다
길이 무지무지 막힌다
심원까지 가는데 벌써 12시가 다 되었다
성삼재까지 가려면 얼마가 더 걸릴지 모르겠다

12:08 심원휴게소에서 내려 걸어가기로 한다
좌측 팬스가 가로막지만 않으면 바로 치고 올라가리라
심원휴게소에서 첫 코너를 돌자 약 20여m 팬스가 없는 부분이 나온다
‘작은세개’와 ‘아멜리아’를 앞세워 보내고 나는 마지막 후미에 뒤따른다
초보도 많고 나이 드신 분도 있는데 길 없이 치고 가려니 미안한감이 있지만
아스팔트길을 한참 올라가야 되고 또, 이쯤에서 치면 길어도 30분이내에 능선에 도달하리라는
생각에 그냥 진행한다



능선을 향하여....

12:33 산죽을 뚫고 시야가 확보되는 능선에 도착
작은고리봉에서부터 내려오는 능선임이 감지된다
왠만하면 능선에는 길 흔적이 있는 법인데 뚫기가 어려운가보다
더구나 ‘작은세개’는 박배낭이라 가지와 넝쿨에 많이 걸릴텐데
나중에 들으니 ‘아멜리아’가 뒤에 바싹 붙어 걸리는 가지를 계속 떼어주며 진행했단다
선두가 길을 뚫느라 지체되는 바람에 속도 있는 산행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다
난 맨 뒤에서 고속도로같은 길을 서나서나 가니 미안하다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작은고리봉 능선에서 본 성삼재

13:25 작은고리봉 정상으로 직등하지 않고 만복대방향으로 우회하여 안부 헬기장에 도착
우리 셋은 먹을 게 하나도 없어 십시일반으로 얻어먹는다
‘아멜리아’는 김치뿐이라고 투덜댄다
(흐~ 내가 산행에 오게 하려고 반찬이 푸짐하다고 뻥쳤거든)
산에서는 불 피우면 안 된다고 말 한 게 효력이 있어 100% 항상 도시락이다
(유구무언.....)



작은고리봉 안부 헬기장에서의 점심

‘아멜리아’ : (휴대폰을 접으며..)“선생님, 지금 모두 일출로 옮겼대요 일출서 또 마시겠죠??”

.................................

14:08 점심을 끝내고 출발
몇몇이 묻는다 ‘아까 같은 길 또 있어요??’
10월 마지막 날의 서북능은 제법 등산객들로 붐빈다
날씨도 춥지도 덥지도 않고 아주 적당하다
단풍도 심원마을 주변과 계곡 옆으로 아래쪽만 조금 남았을 뿐 이제 눈이 어울릴 분위기다



만복대를 향하여...



만복대가 보이는 서북능길

14:38 묘봉치를 지난다
‘작은세개’와 ‘아멜리아’에게 만복대 샘과 비목을 보여주려고 일행을 앞질러 먼저 서두른다
만복대샘에 들어와 보니 엥? 말랐네 여기는 마르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나는 소리친다
“어이, 내려오지마!!!! 말랐어!!!!!!!!!!!”
‘작은세개’가 시애라를 들고서 소리친다
“쪼금도 없어요?????”

나는 샘 위치를 알려줄 목적이 먼저였는데 ‘작은세개’는 갈증이 엄청 났었나보다
물이 없어 배낭을 뒤지다 보니 정종이 날진통에 있어 그것을 마셨단다



말라버린 만복대 샘

15:40 만복대
표지판이 뽑혀져 없어졌네???
능선끝의 비목은 02.9/22 처음 봤을 때 보다 훨씬 키도 커지고 주변도 정리되어있다
지리산꾼들이 더 많이 와서 외롭지 않게 해주면 좋겠지



만복대 능선 끝의 비목

로타리 주보에 낸다며 단체 사진을 찍자한다



단체사진

16:30 정령치
셋이 먼저 정령치에 도착해 캔맥주부터 찾는다
저녁식사를 남원의 암소식당에 30명분 예약해 놓고
아침에 미리 주차해 놓은 ‘작은세개’차로 우리는 먼저 남원으로 이동한다
구룡계곡부근의 단풍은 지금이 절정인 것 같다

암소식당에서 소주 1병을 반주로 먹고 본격 하산주는 전주로 미룬다
식당에서도 우리 먼저 나오려니 로타리측에 너무 미안하다

전주에 거의 다다를 무렵 ‘만복대’에게서 전화가 온다

“저는 지금 집에 들왔는데 모두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물깃’님이 일출에서 모두 계산을 해버려서 미안해서 어쩌죠??
동주형이 감사하다고 전화라도 좀 해줘요“

2013. 11. 30현재 조회수 : 1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