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1-25 20:17
[토지-형제봉능-노고단-우번대-상선암]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3,950  
1. 산행일시
2005. 1. 16(일) 07:30 - 14:24

2. 코 스
토지주유소(19번국도) -> 형제봉능선 -> 월영봉 -> 형제봉 -> 밤재 -> 노고단 -> 코재 -> 우번대 -> 상선암입구

3. 참가인원 3명
‘강산애’
‘아멜리아’
‘나’

4. 시간대별 도착지
07:30 : 주유소 출발
07:45 : 임도(千行峙)(?)
08:44 : 삼배재(천황재)
08:52 : 삼각점(▥ 8)
09:37 : 월령봉(국립공원경계)
09:58 : 형제봉
10:15 : 밤재
10:57 : 화엄사골 삼거리(고도 1,000-1,030m)
11:06 : 문수골 삼거리
11:11 : 土9(1,120봉)
11:20 : 간식(▥ 15)
12:49 : 노고단 길
13:14 : 코재
13:38 : 우번대
14:24 : 상선암 입구도로

5. 산행시간 및 거리
총 6시간 54분
도상거리 16.8㎞

6. 산행일지
산행 전날 오후 5시경....

“때르릉~ 때르릉~.......”
가게 소파에 누워있는데 핸폰이 울린다
‘만복대네’

“동주형, 저 철언인데요 내일 못가겠네요”
목소리가 완전히 맛이 간 것 같다
목소리만 들어도 상태가 어떤지 익히 알겠다
목에 염증이 생겼대나 어쩠대나...

약 2시간 후

“때르릉~ 때르릉~....”
‘오잉, 이번엔 ’아멜리아‘네’

“선생님, 저 아무래도 내일 곤란 하겠어요 어머니랑 갑자기 중요한 일이 생겨서요”

문득, 그럼 하루 쉬어버려???? 생각했다가 ‘강산애’가 저번 주에도 산행을 못해서 잔뜩
기대하고 있는데 둘이 라도 가야지 싶어,

“알았어, 별 수 없지 뭐 철언이도 못 간다는데 강대장이랑 둘이가야지”

“‘만복대’님도 못가신대요??” 철언이도 못 간다하니 좀 걸리는 모양이다

“그럼 선생님 전주에 몇 시까지 도착할 수 있어요? 약속이 6시이니 4시까지는 와야 하는데..”

“알았어, 어떻게든 약속에 지장 없게 해줄게 나와”

이렇게 하여 당초에 형제봉능선으로 올라가서 왕시루봉으로 내려오려던 계획을 변경한다
‘강산애’가 남부 쪽을 안 해봐서 ‘강산애’와 동행하면 당분간은 남부에 치중해야 할 듯...

16일(일) 06:00 전주를 출발한다
늘 그렇지만 오늘도 잠을 2시간 밖에 못자 ‘강산애’에게 운전대를 맡긴다
의자를 눕히고 잠을 청해보지만 몸만 뒤척여 질뿐 눈은 말똥해 진다
다음부터는 내가 운전을 하다가 졸려지면 후다닥 바꿔서 자야 하려나 보다
하긴 그러면 바꾸는 과정에서 또 잠이 깨겠지.... 그러고 보면 ‘만복대’는 타면 자니
참 희한한 사람이다

토지주유소(LG) 옆 식당 공터에 주차를 한다
오늘의 대충 계획은 형제봉능선 4시간30분쯤, 노고단-코재 30분, 코재-상선암 1시간 30분
그러면 6시간 30분정도니 오후 2시면 상선암 밑 도로에 떨어지고 차량 회수하는데 30분,
전주 도착하면 오후 4시 완벽하다 (이론상으론..흐흐...)

07:30 주유소에서 능선으로 올라가기 쉽게 나무계단이 만들어져있다
능선의 각도가 완전히 제로에서부터 시작한다
구례군 마산면과 토지면의 면계를 간다
산행 시작하고 1시간이상, 꼭 어릴 때 동네 뒷산에 온 기분이 든다
게으른 장 닭의 홰치는 소리, 능선까지 따라오며 뛰 노는 강아지들...
어느덧 왕시루봉의 꼬리부분, 섬진강물골 위로 해가 떠오른다.



섬진강 물골 위로 동이 튼다

07:45 나무를 베어내고 과실수를 심어놓은 임도부분을 만난다
임도는 10여분이상을 이어져 어느 묘지에서 끝난다
임도와 묘지를 버리고 능선의 길을 찾아 진행한다
소리만으로 따지면 거의 태풍수준의 바람이 분다
어쩌다가 바람길이 흐르는 능선으로 접어들라 치면 매섭게 찬바람이 몰아 때린다



묘지만 보면 비석 구경하는 ‘강산애’ (우측 뒤로 구례읍내가 보인다)

08:44 좌측으로 차일봉능선은 아직 기척이 없고, 오른쪽으로 왕시루봉의 등뼈가 가까워 올 무렵
양쪽으로 길이 있는 재가 나온다.
우로는 토지면 중대마을이 나올 것 같고, 좌로 가면 마산면 상사마을이나 가랑마을이 나올 것 같다
25000도에는 천황치(天皇峙)로 표기되어 있으나, 몇몇 지도에는 ‘삼배재’로 나와있다

삼배재를 지나면서 고도는 제법 날을 세우고 거만을 떤다

08:52 앞쪽으로 시야가 트이는 최초의 봉에 오르니 삼각점이 있고
형제봉까지 줄잡아 7-8개의 봉들이 줄지어 있다
능은 S자로 심하게 굽어나간다
지도상에는 삼각점이 나와 있질 않다

바람이 잔잔한 곳에서 잠시 쉬잔다. 8분에 걸쳐 휴식....
언제 봐도 고래등을 연상시키는 왕시루봉을 배경으로 ‘강산애’와 ‘아멜리아’는 간식을 먹는다
나는 왜 배도 안고프고 목도 마르지 않을까?
‘산돌이’가 있으면 야생짐승이라서 그런다고 하겠지...
암튼 오늘도 결국 7시간 산행 끝날 때까지 물 한모금 안 먹었다... 아니 안 먹혔다



고래등 같은 왕시루봉



‘강산애’ : “뭐좀 묵고 갈까요”
‘아멜리아’ : “좋아요”
‘강산애’ : “알쓰요 내 것 꺼낼께요”
‘아멜리아’ : (기대 기대...)



‘오잉, 저게 더 맛있게 보이네.....’



‘너도 저런 것 골라야지...’

09:37 묘가 있고, 국립공원경계표시가 있는 월령봉
월령봉과 삼각점 그리고 25000도를 비교해보는데 뭔가 미심쩍다
월령봉은 749m로 되어있는데 도상의 그 위치는 분명 750m가 넘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삼각점과 월령봉의 거리는 30분이상 거리차가 있으니 연결고리는 없을 것 같고...
에이, 골치 아파 모르겠다..

5-10분 거리로 오똑오똑한 봉들을 지나친다

09:58 형제봉
노고단 쪽을 보니 상단부는 온통 하얗다
이거 아무래도 계획한 시간대로 진행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슬슬 불안해 진다
‘아멜리아’가 걱정할 까봐 일단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그리고는 눈에 보이지 않게 속도를 붙인다
정 안 되면 성삼재로 내려가면 되겠지뭐...



노고단 부근은 하얗다

10:15 밤재
밤재로 내려서니 바람이 좀 잔다
밤재부터 다시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좌측에서 언제부터인지 차일봉능선이 같이 따라 나선다

10:57 고도가 약 1,000-1,030m 사이에 화엄사골로 내려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11:06 능선길이 문수골 방향으로 비스듬히 떨어진다
무심코 길 따라 가면 능선에서 벗어나게 된다
길을 버린다 하고 능선을 고집하면 바로 능선길이 다시 나타난다
전에 아시는 분이 밤재에서 노고단으로 올라가다가 능선을 잃었다 해서 의아해 했는데
비로 이 부분에서 잘못 들은 것 같다

11:11 1120봉 밑의 바위에 ‘土9’라 음각해서 흰 페인트로 칠해놨는데 뭔지 모르겠다
토지면에서 마산면에게 권리주장하는 것인가???
이 후로도 ‘土10’....‘土13’ 까지 발견했다
그러고 보면 어느 곳에서 인가 ‘土1’부터 시작했다는 얘기인데....



???

11:20 어차피 점심도 안 먹을 거니 대용으로 간식이라도 먹고 가잔다
‘강산애’는 빵을 ‘아멜리아’는 떡을 꺼낸다.
나는 멀건히 맛있게 먹는 그들을 바라만 본다
안 먹을 게 뻔하니까 빈말이라도 먹어 보란 말 한마디 않고 자기들끼리 키득거리며 잘도 먹는다
난 속으로 시간이 없어 초조해 죽겠는데 태평스럽게 마지막 부스러기까지 다 먹는다
재촉을 하며 마지막 휴식을 끝내고 출발하는데 그래도 15분이나 허비했다



사진만 보면 종일 먹기만 하는 줄 알겠다

11:35 출발
쉬었다 가는 걸 시기하는지, 간식 먹은 걸 나무라는지 칼바람이 사정없이 볼을 난도질 한다
참을 수 있는 정도를 벗어난다
하는 수 없이 답답하지만 모두 바라클라바를 착용한다
안면모를 사 놓은 지는 3-4년 되지만 내 기억에 처음 사용하지 아마???
고도가 1,300을 넘어서자 상고대가 기분 좋게 반긴다



상고대가 시작되고.....

바람은 차라리 더 잦아든 것 같다
발밑의 눈은 점점 깊이가 더해가 발걸음을 잡아끌고,
이윽고 길마저 없애버리니 더욱더 시간을 지체 시킨다
설상가상으로 문제의 왼쪽 무릎에 통증이 오기 시작한다.
산행이 무리해서라기보다 찬바람에 계속 노출되니 다시 도지나보다
이럴 때면 미리 무릎보호대를 할 걸 하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아프지 않으면 갑갑해서
못하겠는 걸 어쩌나...



바람받이 능선은 눈이 다 날라 가고 없다



바람 없는 능선은 푹푹 빠지고....



능선의 끝, 다 왔다

12:49 드디어 노고단 도로에 도착
예상 시간보다 무려 50분이나 늦었다
갈등이 생긴다. 그냥 성삼재로 내려가야 되나, 아니면 계획대로 우번대로 내려가도 될까
한참 고민을 하며 속보로 걷는 중인데 ‘아멜리아’가 다가와 심각하게 말을 건넨다.

“선생님, 저 땜에 서두르시는 것 같은데 저 혼자 성삼재로 가서 알아서 전주로 갈 테니
두 분은 계획대로 하시면 어떼요“

‘뜨끔~’(눈치는 여시같네..) 순간 갈등이 들어간다.
포기하고 그냥 성삼재로 가자니 안 가본 코스 간다며 콧노래 흥얼거리며 신나하는
‘강산애’를 어찌할 것이며...
그렇다고 연약한 여자를 혼자 보내고 우리끼리 산행하는 것도 도리는 아닐 것 같고..

다시 한번 최단 시간 계산을 해 본다 그런데 우번대-상선암이 확신이 안 선다
눈이 있다 손 치고 1시간이면 가능하겠지..... 확인작업에 들어간다

‘강산애’가 ‘만복대’에게 전화를 해서 바꿔준다(노고단 산장 앞을 걸어내려 오면서...)

나 : “어이, 우번대서 상선암 얼마나 걸릴 것 같아??? 눈 있다 가정하고...”
‘만복대’ : (완전 맛이 간 목소리) “으음으음(앓는소리) 더듬거려도 1시간 더 걸리겠어요??”
나 : “알았어, 이따가 전주가면 전화할게 하산주 먹으러 나와...”
‘만복대’ : “아뇨 오늘은 못나가겠어요 목에 염증이 심하대요”

똥차가 똥 마다하는걸 보니 단단하긴 하나보다..........

13:14 코재
화엄사에서 올라오다 보면 너무 경사가 심해서 코가 닿을 것 같다 해서 ‘코재’라 했단다
우번대 주지 차는 코재 한 켠에 완벽하게 포장되어 있다



코재에서 종석대로 올라온다

‘강산애‘가 백두대간을 진즉 끝마쳤는데 딱 한군데 성삼재-종석대-코재 구간을
단속 땜에 빼먹었다(알려진 단체 인지라...)
이 참에 반 분이라도 삭히려면 종석대를 올라야 되는데 시간이 촉박해서 다음으로 미룰밖에
사실 시간상으로만 본다면
코재-종석대-능선삼거리-우번대-빽(약3분)-상선암 이나
코재-차일봉능삼거리-우번대-능선삼거리-상선암 이나 거의 차이가 없는데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고나 할까

13:38 우번대



우번대 샘(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시멘트 공사할 때 왔었는데...)

‘강산애’는 속도 모르고 잘팍하니 쉬려고 한다
‘어이 빨리 가세 시간 없어’ 몰아 세운다
눈도 방해 할 만큼 쌓이지는 않았다

내가 내려가는 모습을 보고 ‘강산애’가 한마디 던진다

“행님 무릎 아프요??”
“어떻게 알았어??” 뒤 돌아서 물으니
“내리가는 자세가 이상하구만”

스틱으로 잔뜩 버티며 멀쩡한 척 해보지만 (맨날 아프다고 징징대면 같이 가는 사람 짜증날까봐)
아무래도 어색한 게 티가 나나보다

14:24 상선암 입구 도로
상선암 삼거리에서 구례화엄사 개인택시를 이미 불렀다
토지주유소까지 2만원 달라는 걸 1만5천으로 깎았다
‘아멜리아’도 여유가 생겼는지 히치 할 걸 괜히 택시 불렀다며 야냥게를 피운다
사실 5시까지만 도착해도 된다나?????
그리고는 내려오는 차를 향해 마구 손을 든다

“알았어, 알았어, 히치의 여왕인지 아니까 하지마 택시 불렀는데 무슨짓이야..”



택시를 기다리며...

돌아오는 길에 하산주 동료를 모으려고 ‘뫼가람’에게 전화를 하니 잉??? 왠 ‘돼지평전’???
저 혼자 무릎 테스트하려고 갔다나??
진즉 알았으면 아예 노고단에서 합류했으면 더 편했을 것을 웬수......

전주에 도착하니 오후 4시 20분
‘강산애’가 점심을 굶었으니 요기 될 것을 먹자네 그래서 삼겹살집으로....
소주를 먹기 전에 맥주로 건배를 한다
바빠서 바로 갈 것 같던 ‘아멜리아’는 동참해서 기어이 맥주 한잔을 마시고야 만다
완전 빈속에 들어가는 그 맥주 한잔의 맛이란 표현할 길이 없다
이 맛을 위해 하루 종일 굶는 것 아닌가!!

2차는 ‘뫼가람’과 ‘작은세개’와 ‘에코’와 함께 한다

2013. 11. 30현재 조회수 : 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