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1-25 20:20
[산동-투구봉-1044능-영제봉-중기제]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3,987  
1. 산행일시
2005. 3. 27(일) 08:05 - 12:28

2. 코 스
산동 대기촌 -> 투구봉 -> 능선삼거리 -> 1044봉 -> 영제봉 -> 중기제 안부 ->수락폭포

3. 참가인원 4명
‘만복대’
‘산돌이’
‘아멜리아’
‘나’

4. 시간대별 도착지
08:05 : 대양마을 대기촌 출발
08:14 : 능선
08:26 : 투구봉(▥ 4)
09:15 : 능선 삼거리
09:35 : 간식(▥ 8)
10:30 : 서부능(1044봉)
10:48 : 영제봉(▥ 10)
11:31 : 중기제 안부 삼거리
12:00 : 기도처(임도)
12:14 : 중기제(수락저수지)
12:28 : 히치

5. 산행시간 및 거리
총 4시간 23분
도상거리 9.2㎞

6. 산행일지
‘만복대‘가 운전하는 조수석에 곯아 떨어져 있다가 눈을 뜨니 어느새 산동이다
‘산돌이’도 픽업해 타고 있네
아침을 먹는다며 고른 식당이 지리산온천랜드 바로 옆 ‘二代순두부’집이다
SBS, KBS, MBC,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등 출연 및 소개업소라며
밖에 간판이며 벽면이며 온통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게 그래도 기본 맛은 할 것 같다
순두부 4 그릇을 시킨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먹음직스런 순두부가 금방 나온다

한 숟갈 입에 떠 넣는 순간 우리 넷을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할 말을 잃는다
이런 음식을 어떻게 뻔뻔스럽게 돈을 받고 팔 수가 있을까
완전 맹탕이다. 그냥 맹물에 소금간만 해서 끓였다는 느낌이다
언젠가 대진고속도로 산청휴게소에서 순두부를 먹고 짜증이 났었는데
거기 것은 이것에 비하면 500배는 낫다
식당에서 남의 입맛까지 버린다며 절대 음식타박을 안하는 ‘아멜리아’도 한 마디 한다
“참 맛이 독특하네요?”
산행 집어 치우고,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피켓 들고 앞에 앉아 있고 싶은 심정이다

‘망가’랑 ‘에코’가 산동에 있다는데 전화 통화가 안된다
눈짐작으로 대충 초입을 찍어 농로로 차 닫는 곳 까지 가본다
‘대기촌’ 이란 푯말을 지나치자 이내 길은 끝난다
‘농촌 일손주기 사무소’ 란 조립식 막사가 있다



연약한 여자에게 수통 채워오라 하고 사진 찍고 있는 ‘산돌이’

08:05 산행시작
간벌을 한 소나무 숲을 질러 올라간다
10여분을 올라가자 묘지가 있는 능선에 도착한다
울창한 소나무 숲은 송이 산지인 듯 곳곳에 출입금지 표지판과 흰 금줄이 여기저기 쳐져있다
고로쇠나무도 없는 소나무 숲에 왠 길다란 호스가 어지럽게 가로세로로 늘어져 있을까 궁금했는데
이내 답이 나온다
송이에 수분을 공급하기 위한 스프링클러 장치가 고도를 더 할수록 그 수가 늘어난다
이런 송이 밭은 투구봉을 지나 본 능선이 나올때까지 계속된다
내가 지금껏 봐온 지리산 주변의 송이 밭 중 최대인 것 같다



‘아멜리아’ 뒤에서 산행시작부터 귀찮게 하는 ‘만복대’



송이를 위한 스프링클러

08:26 삼각점이 있는 투구봉
삼각점만 없다면 투구봉인지도 모를 초라한 봉 같지도 않는 봉 이다
투구봉에서 4분정도 휴식을 취한다



스프링클러를 위한 저수통

투구봉을 지나자 갑자기 이어지던 능선이 사라지고 고립되어 버린 느낌이다
자세히 살피니 희미한 길이 좌측으로 푹 꺼져 내려간다
느낌상으로는 꼭 능선 맥이 끊긴 것 같다
한참을 내려간 안부에서 제법 날이 선 깔끄막을 다시 쳐올린다

09:15 좌측에서 선명한 길이 올라온다. 능선 삼거리다
사실 그쪽 길이 1044봉에서 내려오면 당연히 이어지는 본 능이다
우리는 투구봉을 지나겠다는 목적으로 왔기 때문에 이제야 본능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25000도에 표기되었다는 의미로 밟아 왔지만 지금 생각하니 아무의미도 없는 것 같다
도상으로 보나 실제 산세로 보나 효동마을부터 시작하든지 끝내든지 해야 제대로 된
1044능선 산행일 것 같다



1044능선에서 본 서북능(만복대와 작은고리봉 가운데, 묘봉치 위로 보이는 반야봉)



작은고리봉과 종석대 사이의 노고단

09:35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배낭커버도 씌울 겸 잠시 간식 타임을 갖는다(▥ 8)
가만히 되 집어 보니 참으로 순한 능선길이다
그 흔한 암릉은 커녕 바위덩어리 하나 없었던 것 같다
마냥 포근포근한 솔잎만 밟고 왔지 싶다



동물 배설물에 섞여있는 괴 뼈



간식과 비 채비

빗줄기가 굵어지고 일행은 모두 오버쟈켓을 꺼내 입는다
난 배낭풀기가 귀찮아 그냥 비를 맞기로 한다
실상 비에 젖는 것 보다 조릿대 잎에 더 빨리 젖는다

10:30 서부도계능선상의 1044봉에 도착
우뚝한 소나무 한그루가 외롭다
지금까지 올라온 능선보다 서부능이 차라리 더 잔가지에 걸리적거린다
아래 산동네에서부터 개스가 끼어 올라오기 시작한다



서부능 (영제봉을 향하여..)



우리가 올라온 능선

10:48 영제봉(1,050m)(▥ 10)
비도 내리고 하니 소주생각이 간절하다
근데 이게 왠일??? 아무도 술을 가져온 사람이 없네
심기일전하고 예전의 진짜 광속단으로 돌아가자는 거야 뭐야
쫄쫄 술은 굶고 ‘아멜리아’가 가져온 빵과 오렌지 쥬스로 배들을 채운다
나에게는 아예 줄 생각도 안하네,,,,
그러고 보니 ‘아멜리아’가 아침도 사고 간식도 다 대고 있다
‘산돌이’가 한마디 한다 “기왕 쓰는 김에 하산주까지 다 사지”



영제봉



자기들만의 간식



개스 차오르는 서부능의 끝자락

11:31 중기제(수락계곡) 안부 삼거리
당초 첫 번째 계획은 서부능에서 산동으로 갈라지는 마지막 능선을 타고 내려오기,
아니면 두 번째는 수락마을 삼거리로 내려오기,
그런데 비가 오는 핑계로 또 짤라 먹어버리고 만다
뒤에서 ‘산돌이’와 ‘아멜리아’가 조잘댄다
광속단은 그저 짤라먹기를 좋아하는데 술자리만 길디길게 연장하기를 좋아한다고...

12:00 커다란 하우스같은 것이 나온다
인적은 없는데 주변을 보니 장작더미도 쌓여있고 아마 기도처 인 듯 하다
바로 임도가 나온다



바야흐로 산수유 꽃봉오리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12:14 이제 완성된지 얼마 안 된 중기제(수락저수지)가 웅장하게 버티고 있다
저수지 밑에서부터는 포장도로로 이어진다



저수지가 뭐 볼 것 있다고.....



버들강아지를 찍고 있는 ‘산돌이’

12:28 히치의 여왕답게 ‘아멜리아’가 뒷좌석이 있는 트럭을 잡아세운다
아예 길 가운데 버티고 안 설 수 없게 만든다 참 뻔뻔하기도 하지..
맘 좋은 노인이 운전을 하고 부인이 옆에 탔는데 빗물이 줄줄 흐르는 우리를 한사코
안으로 타라고 몰아세운다
5분여간의 실랑이 끝에 결국 우리가 이겨 4명모두 트럭 적재함에 올라탔다
모두 오버쟈켓을 입고 나만 꼴랑 티 한장 입었는데 트럭 뒤에서 얼어 죽는 줄 알았다



얼어 죽게 생겼는데도 사진은 찍네....
아참 재홍이 이 사진 보거든 세로또레 연락해서 배낭이라도 하나 스폰서해라해!

산동장터에 내려 ‘만복대’는 혼자 택시를 잡아 차량회수하러 가고
우리는 장터부근 대포집인 ‘구례집’으로 들어갔다
막걸리 첫 사발을 들이키는 순간,
아침에 엄청나게 성질났던 순두부 감정이 스르르 녹아내리고 만다
술에 대해서는 상당히 까다로운 입인데 첫 맛부터 너무 달지도 너무 텁텁하지도 않은
그 맛에 정말 반했다
더구나 술값도 한초롱에 1,200원 밖에 안 받네...
4초롱을 비운 뒤 5초롱을 사가지고 온다



산동 장터의 ‘구례집’ 왕대포상

남원에서 ‘산돌이’를 내려주며 한잔,,,,,
전주로 향하며 ‘뫼가람’ ‘작은세개’를 호출한다
‘장발짱’ 사무실로 오라고....
결국 훌라에 2차, 당구에 3차 밤늦은 짜장면에 4차........
귀가 시간은 자정을 넘는다
산행이 빨리 끝나든 늦게 끝나든 상관없이 우리는 반드시 12시를 넘긴다

2013. 11. 30현재 조회수 : 1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