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1-22 16:55
[한라산]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4,409  
[제주 관광 및 한라산 등반]

1. 관광 및 산행일시
[관광] 2003. 1.25(토) 10:10 - 19:00
[산행] 2003. 1.26(일) 08:00 - 13:57

2. 코 스
[관광] 1/25(토) : 한림공원 -> 씨 빌리지 옆 해안(육각바위) -> 용머리해안 -> 송악산 -> 마상쇼
[산행] 1/26(일) : 성판악 -> 진달래 대피소 -> 백록담 -> 왕관릉 -> 용진각 대피소 -> 공원관리소

3. 관광 및 등반인원 44명
전북은행 산악부 40명
‘Y본부장‘
‘L차장’
‘만복대’
‘나’

4. 시간대별 도착지
[관광] 생략
[산행]
1/25(일)
08:00 : 성판악 출발
09:30 : 사라악 대피소
10:10 : 진달래 대피소
11:12 : 백록담
11:41 : 왕관릉
12:03 : 용진각 대피소
12:18 : 용진각 출발
12:45 : 삼각봉
13:15 : 탐라계곡 건넘
13:57 : 공원 관리소

5. 산행시간 및 거리
총 5시간 57분
현지 표지거리 18.3㎞

6. 산행(여행)일지
원래부터 단체 산행은 별로 취향에 맞지 않아 피해 왔는데 한라산은 처음이고, 또한 주최측
엄대장의 개인행동허가 배려로 동참하기로 했다

1/25(토)
07:10경 전주 전북은행 본점에서 광주공항으로 출발
우등고속에 길들여진 다리가 좁은 공간에서 몸부림을 친다
버스 안의 공기마저 숨이 턱턱 막히게 한다
08:25 광주공항 도착



제주로 가는 배낭 행렬


09:20 광주발 -> 10:10 제주착
차라리 오늘부터 우리 일행 4명은 관광 말고 등산을 하자고 제의를 하니 한라산은
오전 09:30에 입산 통제한다나???
그냥 일정에 맡기고 포기

점심 전 별로 내키지 않은 한림공원을 어슬렁거려 본다




한림공원에서...



왼쪽부터 (Y부장, L차장, 만복대)


13:10경 약식 뷔페인데 좀 늦은 점심이라서 그런지 너무 맛있다



점심.....


점심 후 들른 곳은 중문단지 ‘씨 빌리지’ 호텔 옆에 있는 해안가인데
현재 개발 중인, 그래서 진입로마저 비포장으로 어설픈 곳이었다
흘러내리던 용암이 급속 냉각되어 육각모형으로 굳어져 있는 모습이 싯퍼런 바닷물색깔과
어울려 짙은 인상을 준다



↑ 전체 일행들..



↑ 해안가의 육각바위



↑ 엄대장과 만복대



↑ 엄대장과 같은 지점 여행원들....


15:00경 용머리해안으로 이동
해안가를 돌며 사진 몇 커트 하고 가다보니 ‘Y부장’‘L차장’‘만복대’가 자리잡고 해삼에
소주를 곁들이고 있다
똥파리가 똥을 그냥 지나칠 리 없지

<용머리 해안에서의 사진들>



↑ 야수의 비상과 ↓ 야수의 휴식





↑ 용머리 해안에서의 간식

16:15경 마라도행 배가 오가는 송악산 절벽부근에서 20-30분 배회



↑ 송악절벽에서 본 산방산과 운무 드리운 한라산



만복대의 고독


17:00 사천서커스+마상쇼를 보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서커스단의 꼬마 여자애들은 영원한 애상의 상징이다
‘만복대’는 박수 치느라 손바닥이 얼얼하단다

19:00경 신제주 ‘대원모텔’에 여장을 풀고 모텔 앞 ‘육모정’이란 식당에서 저녁을 먹다
‘Y부장’님의 억지로 가기 싫은 노래방까지....
휴~~ 그런데 ‘만복대’의 연주소리땜에 잠자리에 들 것이 걱정스럽다.



열창하는 만복대


1/26(일)
05:30 전화벨이 모닝콜을 외친다
제법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있다
산 위에는 눈이 내리리라

07:45경 성판악 휴게소 주변은 온통 관광버스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비와 운무와 버스매연과 인파가 뒤섞여 혼잡의 극치이다



출발 준비 (성판악 매표소 앞)


08:00 엄대장의 배려로 우리일행 먼저 성판악 출발,
‘L차장’이 안 보인다 스패치 착용 때문에 출발이 늦나보다
그런데 이 ‘L차장’의 지각이 우리 일행의 오늘 운명을 이상하게 뒤범벅 시켜놓게 될줄이야
눈에 뒤덮여 있는 길이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더불어 운치를 더해준다



그날의 그 길


비 때문에 카메라는 아예 안면모와 비닐로 둘둘 말아져 목에 매달려 있다
예비 자동카메라는 오버트러우져 주머니 속에서 가늘게 숨을 쉬고 있고....

2천원짜리 우비로 무장한 인파들이 우리의 발길을 막아선다
‘L차장’이 알아서 따라 잡겠지 하는 마음에서 우리는 몇 무리의 단체를 추월했다
기다릴까?? 하다가 기다리면 추월했던 단체가 다시 앞을 막을까 걱정되어 그냥 간다

08:45 울창한 전나무숲이 나타난다
또 한 무리의 단체를 추월한다
이제 ‘만복대’ 마저 쳐진 것 같다(나중에 들으니 설사가 났다나???)

09:30 사라악 대피소
빗줄기가 서서히 굵어진다
주변은 개스가 차서 시야도 막혀있지만 그보다도 비 때문에 사진 찍을 엄두가 안 난다
그럴 바에야 빨리 진달래 대피소로 가서 점심 먹을 자리나 확보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속도를 높인다
꼭 명절에 귀성 전쟁하는 꼴이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어느 때는 하염없이 서 있고....
별수 없이 염치 불구하고 러셀이 안 되어 있는 옆길을 차고 추월을 시작한다
같이 오던 ‘Y부장’님마저 떨치고 이제 혼자가 되었다

10:10 진달래 대피소
여기가 점심장소??? 말도 안 된다 이제 10시 10분 인걸???
한참을 망설인다 일행을 기다려야 될까???
용진각 대피소에 가서 기다릴까???
결국 에이, 먼저 가자
고도가 서서히 각도를 더해간다
내려오는 사람들의 한결 같은 말
“왠만하면 그냥 내려가세요 바람이 장난이 아닙니다”
아직도 비는 눈으로 바뀌지 않고 끈질기게 오고 있다

정상을 700여m 남겨 놨을까???
능선을 돌아 막 계단지대로 올라서자마자 때려 갈기는 바람짜락!!!
거기다가 빗줄기는 콩알탄으로 바뀌어 따다다닥~ 따끔 따끔하게 마구 쏘아댄다
작년 여름 태극종주때 장터목의 바람은 그래도 이따금씩 몇 초간 정지해 주는 인정머리라도 있었지
이건 숨 쉴 겨를도 없이 밀어 붙인다

11:12 엥?? 이게 뭐야??
정상이라네....
백록담은 눈 씻고 봐도 없다



↑ 내가 본 백록담(내가 어린왕자일까???)


보이는 건 흰색 바람과 흰색 개스, 그리고 얼차려 기합 받는 대학산악부원들 뿐,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매몰찬 날씨에 선배의 호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얼차려를 달갑게
받는 그 젊음, 그 정열이 너무 보기에 좋았고 나마저 같이 받아보고 싶은 충동이 인 것이었다



↑ 원산폭격 얼차려 받는 대학산악부 학생들..


포장되어 매달려 있는 카메라가 불쌍하다



정상에서 관음사 방향으로...


참 신기하기도 하다
정상에서 관음사 방향으로 내려서자마자 그 사납던 바람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이쪽으로는 내려가는 사람이 별반 없다
포근한 눈길을 미끄럼 반 뜀뛰기 반으로 내려온다



관음사로 내려가는 도중(산행 마지막 사진)


11:41 왕관릉
표지판에 그렇게 써있어 왕관릉이지 주변이 뭐가 보여야 말이지

12:03 용진각 대피소

이제야 점심시간인데 뒤 일행이 따라 붙어 올까???
질퍽거리는 대피소안은 발 붙일 곳도 없다
자리라도 있다면 기다려 보겠는데...
일단 여기서 정리라도 하고 가야지....
필요 없는 카메라도 배낭 안에 넣어버리고...
싸맨 카메라를 풀고 보니 비닐 안으로 물이 새 들어와 안면모는 물론 카메라도 젖어있다
‘제길, 못 쓰면 이 기회에 디카로 바꿔 버리지뭐’

12:18 대피소를 출발하는 찰라~
‘Y부장’님이 반갑게 따라 붙는다
30초만 차이 났어도 못 만날 뻔 했다
(‘만복대’는 우리가 여기서 기다릴지 알고 죽자사자 왔다가 우리가 없자 식은 밥 한덩이로
주린 배를 빗물과 함께 채웠다는 후일담)

12:45 삼각봉
날씨는 더 따뜻해지는지 눈들이 녹는 소리가 들린다
스키 타듯 지치고 내려온다
무릎이 안 좋다며 ‘Y부장’님은 속도를 늦춘다

13:15 처음으로 탐라계곡을 건넌다
갑자기 얼음과 눈이 녹는 바람에 계곡물이 불어나 길을 끊어놨다
위쪽으로 한참을 우회하여 계곡을 건넜다
내려가는 등산로가 이건 길이 아니고 온통 부비츄랩 천지다
겨우내 졸졸거리며 길 위로 흐르던 물줄기가 얼어붙어 얼음길을 만들어 놨는데
그게 갑자기 녹아버리니 디디면 무릎까지 푹~ 꺼져버린다
그렇다고 옆으로 우회하다가는 허리 이상씩 쌓인 눈이 힘없이 주저앉아 밑을 모르게
꺼져 들어간다
앞서 가던 일행중 아주머니 한명이 우회하다가 계곡얼음물에 허리까지 빠져버린다

13:57 공원관리소가 있는 주차장에 도착
매점 앞 수도꼭지에서 성판악 출발이후 처음으로 먹을 것이 입으로 들어간다
공원관리소 안 로비에서 상의 오버트러우져를 벗고 매무새를 재정비한다
그때, 관리사무소안이 좀 소란스러워진다
탐라계곡이 녹은 얼음 때문에 위험하니 통제하라는 지시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전체 44명 일행 중 넘어온 사람이 불과 10여명 밖에 안되었다)
14:20이 약간 넘어 'Y부장‘님이 도착, 얼굴색이 영 안 좋으시다
(다시는 겨울산행 안하신다고.....크크크..)

15:30경 따끈따끈한 목욕물이 온 몸을 감싸니 눈이 스르르 감긴다
‘Y부장’님과 나 둘이서만 택시로 15,000원에 신제주 사우나까지 온 것이다
그리고,
16:10경 공항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함께 곁들인 맥주, 아~~ 그 환상~!
피곤과 술김에 ‘Y부장’님은 공항 의자에서 잠이들고...
나는 시원한 공항 밖에서 원망스럽게 한라산에 드리운 개스를 노려본다

16:35 우리 일행을 태운 관광버스가 공항에 도착
모두 그래도 생생한 모습들이다

<우리 일행의 한라역정>
‘Y부장’ : 신발이 고어가 아니라서 일찍부터 양말은 철벅거리고, 나는 앞서 가버리고
잡았다 싶으면 또 가버리고.... 뒤(L차장, 만복대)는 기약 없고 ....
무릎에 통증은 심해지고...
그 중 하이라이트, 느긋하게 사우나를 한 뒤 갈아입을 옷을 배낭에서 꺼내보니 물이 줄줄...
킥킥, 배낭카바도 없이 배낭 안에 김장독 비닐도 없이 온전하길 바라셨나???
젖은 옷 짜서 고실고실하게 목욕한 몸퉁이에 입히는 심정이 오죽 하셨겠수???

'L차장‘ : 그놈의 스패치 때문에 좀 늦게 출발해서 따라 잡으려 그렇게 애썼는데
앞서간 일행은 보이지 않고...
정상에 도착하니 관음사쪽은 통제하니 돌아가라하는데 배낭에 밥이 있나 라면이 있나
뒤져보니 나오는건 육포 몇쪼각에 팩소주 하나... (도시락이라도 넣어 올걸..)

‘만복대’ : 먹으면 가야하는 고충도 죽겠는데 하필 이럴 때 왠 설사....
길옆으로 숨어들어 지뢰매설 하는 동안 ‘L차장’은 이미 추월해 갔는데 둘 다 그걸 모르고..
‘L차장’이 정상에서 통제로 되돌아올 때 ‘만복대‘는 정상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 그 억센
바람이 눈을 가려 둘은 모르는 사람처럼 엇갈리고....
정상에서 어느 부부가 고구마를 먹는데 부인이 다 먹지 못하고 남기고서는 남편에게 묻는말
“여보 이거 고구마니까 그냥 버려도 되죠???”
이 말을 들은 ‘만복대’ (아~ 배고파 죽겠는데 저거 버린다니 달라할까???)
오죽 배가 고팠으면 비위도 없는 것이 달라고 말하고 싶었을까
그래도 ‘만복대’는 산꾼답게 통제하는데도 살짝 숨어 통과하고....
용진각대피소에서 내가 기다리길 바랐는데 없자 포기하고 식은 도시락 까먹고...
(참고로 우리 점심은, 만복대 배낭에 버너와 도시락, 내 배낭에 코펠과 라면2개)

18:40 제주발 -> 19:20 광주착

21:00 전주에 도착하여 설렁탕과 함께한 저녁식사를 끝으로 이번 여행의 막이 내린다

<제주에서 여자친구에게 받은 선물>



2013. 11. 30현재 조회수 : 1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