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1-22 16:57
[오색-대청봉-희운각-공룡능-비선대]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4,142  
1. 산행일시
2003. 6. 6(금) 06:00 - 14:53

2. 코 스
오색 -> 대청봉 -> 중청, 소청 -> 희운각 -> 공룡능 -> 마등령 -> 비선대

3. 등반인원
(시작:22명, 산행:혼자)

4. 시간대별 도착지
06:00 : 오색매표소 출발
06:34 : 제 1쉼터
07:01 : 설악폭포
07:39 : 제 2쉼터
08:17 : 대청봉
08:34 : 중청대피소
08:58 : 소청
09:42 : 희운각대피소
09:54 : 공룡능선 초입
11:32 : 1275봉
12:57 : 마등령
14:53 : 비선대

5. 산행시간 및 거리
총 8시간 53분
도상거리 13.7㎞

6. 산행일지

<에필로그>
2003년 4월 중순
만복대 : "동주형 6월초에 설악산 한번 가죠"
나 : "설악산은 갑자기 왜??"
만복대 : "우리 직원들하고 단체로 가게요 회사 버스로요"
나 : (일언지하에..) "싫어"
만복대 : "왜요???"
나 : "왜는 무슨, 직원들하고 가는데 내가 왜 가?? 그리고 경방 풀리면 지리산 들어가야지 6월 1일 땡~ 하면
천왕일출보고 황금능선으로 내려올거야"
만복대 : "에이 그러지 말고 같이 한번 가요. 가이드는 전북은행 엄대장이 할거구요
같이 가기 싫으면 형은 그냥 먼저 가면 되자나요"
나 : (짬짬~~~ 맨날 구박해도 날 좋아하는 만복대가 너무 고맙다 내가 진짜 구박하는 것도 아니지만...
진짜 싫었지만 좋아하는 만복대의 부탁이니 만큼 지옥이라도 같이 가야지...)
"알았어 봐서"
만복대 : "가는걸로 압니다!!! 참 그리고 형은 우리 코스랑 같이 타지말고 공룡능선으로 돌아와요"
(설악산이라고는 고딩 때 울산바위 가본 게 다인데 어디가 어디인가 내가 어케 알아??
건성으로 알았어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그리고 지리산 경방은 의외로 일찍 풀렸다)

2003. 6. 5(목) 21:30
전일저축은행 주차장에서 얼큰하게 취한 몸을 버스에 싣는다
뒤척이며 자다 깨다, 이름도 기억 안 나는 휴게소에서 체온을 내리고 뭔가를 사먹고 또 뒤척이며 자다 깨다......
해장국집을 찾는 것 보니 오색에 다 왔나보다

북어해장국인데 일행들이 먹고 일어난 자리를 돌아보니 절반 이상 먹은 사람이 없다
맛도 모르는 나만 다 비웠을 뿐, 그런데 간판은 온통 MBC 맛자랑멋자랑에 소개가 되었다는둥....
방송국사람들은 맨날 굶고 사는 사람들인가?? 아니면 간판을 잘 못 썼나??



해장국집


총인원은 25명,
산행인원이 22명이고 산행코스는 오색-대청-희운각-천불동-비선대이다
3명은 산행을 안하고 현지에서 콘도 수속, 식당 예약 등의 뒤처리를 하기로 한다
산행하는 22명중 선두 가이드 '엄대장'(전북은행 산악부)과 나만이 이방인이고 모두 전일저축은행원들이다
2003. 6. 6. 06:00 오색매표소
엄대장 : (매표소 구멍에 뻔뻔한 얼굴을 들이밀며..) "22명인데 2명은 가이드니 빼주쇼"
'만복대'는 죽었다 깨나도 저런 말 못한다 콜택시를 전화로 부르며 얼마냐고도 못 물어본다



전체 일행들...(오색매표소 앞)


엄대장 : "형님은 공룡으로 가야하니 먼저 가요"
나 : "그럼 오후에 봐~~"

설악산 등산은 처음인데..... 약간 설레이기도 한다
정규등산로이면 겪어야하는 예의 그렇고 그런 길을 팍팍하게 간다
아직은 특별히 설악이라는 냄새가 안 난다
그저 묵묵히 끄덕끄덕 추월할 뿐.....

06:34 넓은 공터가 나오고 제 1쉼터란 푯말이 붙어있다
쉼터지만 물은 없는 것 같다
(산행이 끝나고 느낀 거지만 설악산은 지리산에 비해 능선상의 물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새벽부터 출발했는지 올라갈수록 단체 등산객들이 엄청 많다
비비적거리고 추월하는 것도 장난이 아니다



제 1쉼터에서 쉬고 있는 수녀님들...(수녀님들은 등산복 입으면 안되나??)


07:01 설악폭포
등산로에서는 계곡만 보일 뿐 폭포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아침인데도 계곡가에서 물장난하는 사람이 있다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는 나무 계단엔 아이젠용 고무판이 깔려 있지 않아 나무들이 많이 파여 있다



생태계 파괴에 일조를 하는 청솔모



등산로의 고사목


07:39 제 2쉼터
정규등산로이면 나타나는 통나무 계단길이 여기도 역시 어김없다
능선을 잡아도니 비로소 하늘이 트이고 우측으로 뻗어 내려간 능선이 개스 속에 아련하다
(훗 그런데 어디가 어디고 뭐가 어디 있나 알 수가 있나.... 1/50,000 관광지도엔 등고선도 잘 안 보인다)

08:17 대청봉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밋밋한 대청봉이다
아쉽게도 시야도 시원스럽게 터지질 않아 조망이 너무 짧다
1시방향으로 뾰족뾰족하게 솟아 있는 게 느낌상 내가 가야할 공룡능선인 듯 싶다



2003. 6. 6. 08:20경의 대청봉



중청으로 내려가면서 본 공룡능


08:34 중청대피소
물을 보충할까하는데 어랍쇼~! 물이 없네, 파는 생수만 있다
일반인에게 공급하기는 너무 수량이 적은가보다
여기저기 아침식사를 하느라 분주하다



2003. 6. 6 08:35경 중청 대피소


08:58 소청봉



소청봉의 매점


3,500원짜리 캔맥주가 이리 맛있을 줄이야 물에 담가있지만 그리 시원하지도 않은데...
단숨에 한 캔을 비워 버린다 또 먹어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을 것 같지만 참았다
이제 계속 내리막이다
기암괴석군들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반갑게 배낭에 '전주여명산악회'라 쓰인 일단의 등산객들을 지나친다
새벽 4시에 산행을 시작해서 오늘 전주로 돌아갈 거란다



희운각으로 내려가면서 본 공룡능


09:42 희운각대피소
여기서도 캔맥주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다시 한 캔, 역시 3,500원이네....
10여분을 가니 공룡능선(좌)과 천불동계곡(우)과의 갈림길이 나온다
공룡능선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노약자나 악천후에는 진입 말라는 경고판이 서있는 것 같다



2003. 6. 6 09:45경 희운각 대피소


09:54 공룡능선 초입
처음 20여분간은 별 특징 없는 7-8부능 옆구리 산행을 하는 듯 하다가 갑자기 시원한 조망의 바위군 정상에 다다른다
눈 앞에 펼쳐진 괴석군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아 보지만 영~ 성이 차지를 않는다
(계속 끊임없이 멋진 풍경이 이어지니 나중에는 무덤덤 해져 버린다)
감탄과 함께 몇 번이나 오르내리기를 반복했을까
1275봉이 나온다

<공룡능선의 모습들>








11:32 1275봉
공룡능선에서 가장 높은 봉이란다
나중에 돌아 봐도 제일 웅장하게 보였다
공룡능선의 등산로는 너무 황폐하다 자갈부스러기 모래등으로 푸석거려 어떤 식으로든 곧 정비를 해야만 할 것 같다

<공룡능의 모습들 2>






다리를 절룩거리며 거의 진행을 못하는 30대초반의 남자를 만난다
일행은 앞서가고 후미라는데 어떻게 혼자 두고 갈 수가 있을까??? 아무리 본인이 먼저 가라고 했다지만...
바르는 소염진통제와 압박붕대를 꺼내주고 마른나무를 꺾어 스틱 대용으로 쓰라는 말을 남기고..
다시 발길을 재촉...

12:10경쯤 되었을까??
마등령으로 향하는 마지막 가파른 경사를 잡아채는데 쓰러진 여자등산객을 일행들이 열심히 주무르는 광경을 본다
어떤 상태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팔과 다리를 찔러 피를 내려하는데 잘 안되나 보다
팔다리는 경련이 계속나는 듯하고...
에효~ 내가 뭘 알아야지..
K산악회에서 20여명정도가 왔다한다
선두는 이미 갔고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지역인 것 같다
가만히 보니 내가 할 최선의 길은 빨리 선두에게 알려주거나 통화가능 지역에서 119에 신고를 해주는 것이 상책일 것 같다
서두르니 더 늦는 것 같다



환자를 돌보는 일행들...



뒤돌아본 1275봉(중앙 우뚝한 봉)


12:57 마등령
마등령에 도착하니 선두인 듯 한 사람들이 열심히 무전기 휴대폰 총 동원하여 연락들을 하고 있다
어떻게 연락이 된 모양이다
헬기요청도 한 모양인데 환자의 위치를 정확히 모르는 듯 하다
내가 환자를 발견하기 4-5분전에 마등령 1㎞라는 푯말을 봤으니 환자의 위치는 마등령에서 공룡능으로 800m정도 지점 급경사 내리막이다
그 상황을 그 분들에게 설명해줬다
그러자 나에게 환자 상태를 묻는데 쩝... 그냥 의식은 있고 말도 하더라는 말 밖에, '알아야 면장을 하지...'
환자위치가 도움이 되어 무사했으면 하는 바램으로 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30여분 왔을까 헬기소리가 들린다 반가운 마음에 소리를 따라 눈을 더듬어간다
한참을 안 보이다가 정지해 있는 헬기가 눈에 들어온다
거의 틀림없이 그 환자가 있던 봉에 떠 있다
휴~ 안심이다
(그 날 저녁 콘도에서 지역뉴스를 열심히 들었는데 불상사 뉴스는 없는 걸 보니 무사했나보다)



정지해 있는 구조헬기


비선대 0.7㎞ 라고 쓰여있는 이정표로부터 비선대까지는 그야말로 짜증너덜지대이다
차라리 반대로 올라가는 게 100배 낫겠다
금강굴을 들러볼까 하다가 천불동으로 내려오는 일행들에게 너무 쳐질까봐 그냥 비선대로..



마등령에서 비선대로 내려오며...


14:53 비선대



2003. 6. 6 오후 3시경의 비선대


등산로가 갑자기 관광지로 변해버린 듯 계곡에 인파가 넘쳐난다
식당가에서 일행들을 찾아봤지만 아무도 안 보인다
모두 갔나???
신흥사를 지나 매표소를 나와서 택시를 잡았다
한국콘도에 도착해보니 아직 아무도 안 왔다네....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소맥을 2;1(맥주2병, 소주 1병)로 때린 다음 라면을 끓이는데...

따르륵~ 따르륵~
엄대장 : "형님 어디요???"
나 : "응 콘도.."
엄대장 : "형 공룡 안탔지???"
나 : "응... 끊어. 라면 불어.."

갑자기 빗소리에 창문을 여니 소나기가 쏟아진다
우캬캬캬~ 고소하다 비들 다 맞겠다....


2013. 11. 30현재 조회수 : 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