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3-06 15:27
사연 많은 날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3,546  
2015. 3. 2(월)
 
새벽에 꿈을 꿨다
익산 CC에서 볼을 치는 꿈이었는데....
어찌어찌 티업이 취소되고....
환불받아 나오는데
내 신발이 없어진거....
 
어릴때 어른들 말씀이 신발 잃어버리는 꿈은 아주 안 좋다고...
심하게 아프거나 자칫 죽는 수도 있다고...
 
나는 개꿈을 하도 많이 꾸는 터라 믿지는 않지만
왠지 꺼림찍한 것이 없잖아 있다
 
오늘은 까르난도와 먹순이를 데리고 치명자산 가기로 한 날이다
 
 
 
우선 아침밥부터 든든히 먹이고...
 
 
 
근데 이게 무슨 상황이람...
절반쯤 먹다가 서로 바꿔먹는 경우는 또 뭐야?
 
알갱이 크기가 서로 다른데...
암튼 싸우지 않고 깨끗이 먹어 치운다
 
 
 
꼬리만 흔들뿐 걸음은 잘 안 뗀다
 
 
 
예상대로다... 그럴 줄 알고 빈베낭을 가지고 왔지
 
그런데 주변에서 놀던 먹순이가 갑자기 팍~! 튀기 시작하는데 그 쪽을 보니...
도로로 내려왔던 노루를 쫓고 있는 게 아닌가
노루가 산 속으로 뛰어들어가니 먹순이도 바싹 뒤에서 쫓아 들어간다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린다
 
"먹순아~! 먹순아~! "
 
아무리 불러도 산 속은 적막하기만 하다
 
이제 2번째 풀어주는 건데... 노루를 쫓아 산 하나 넘으면 못 찾아 올텐데...
오늘따라 깜박 잊고 이름표 목걸이도 채우지 않고 왔는데...
 
까르난도가 생기니 먹순이가 가는 건가?
 
도로 부근에서 15분여를 기다리다가 어차피 우리가 가는 방향으로 올라 갔으니
살살 가보자고 등산로로 접어든다
 
 
 
그런데 없어질때와 같은 속도로 득달 같이 달려 돌아 온다
휴~~~~ 다행이다
 
 
 
까르난도는 배낭 안에서 신기한 듯 두리번거린다.
 
 
 
편안하게 자리를 잡은 듯...
 
 
 
앗~! 먹순이가 친구를 만난 것 같다
백구 앞에 발발이 황구가 한마리 더 있는 것 같다
 
 
 
까르난도가 이제 심심한가 자꾸 기어나오려 한다
 
 
 
앞쪽으로 자세를 편안히 다시 잡고....
 
먹순이 간 방향을 바라보니 누가 나무 위에 있다
겨우살이 같은 걸 따느가 보다 근데 여기를 많이 다녔지만 겨우살이는 안 보이던데???
아까 그 개들도 저 사람을 따라 왔나보군...
 
 
 
그리고 다가가 자세히보니 목매고 자살한 사람이었다
 
뒤 따라 오는 먹순 엄마를 못 오고 돌아서게 하려는데 이미 봐버렸다
그래도 멀찍이 있어서 좀 다행인가?
 
정확한 시간이 08:14이다  119에 신고를 했다
 
더 올라가는 것은 포기...
 
 
 
멋도 모르는 먹순이는 신나게 뛰어 따라간다
 
 
 
6~7분 사이에 벌써 119가 도착했다
 
 
 
들것을 가지고 1차로 올라가고 2차 팀이 올라갈 준비를 한다
 
 
 
내가 상황설명을 하는 동안 까르난도와 먹순이는 신났다
 
 
 
제일 고참인듯한 대원은 먹순이와 까르난도에게 관심을 보이고...
 
 
 
119와 지구대, 파출소 등에서 열댓명은 온 듯....
파출소에서 온 순경에게 나의 인적사항을 알려주며 틈틈이 돌아서 사진도 찍고...
 
 
 
밖에 나오니 옥상에서보다 더 사이가 좋은 것 같다
 
 
 
목줄을 길게.... 그리고 양쪽에 고리를 달았던 것은 마치 까르난도가 올줄 알고 그랬나?
 
 
 
자... 이제 목줄 풀고 차에 타자~
 
 
 
차 속에서는 아주 얌점하다
 
 
 
코까지 골며 잠들어 버린다
 
 
 
간식 통을 잘못 닫아 몇개 흘렸는데 그거 주워 먹느라 정신없네...
탁자 위에 담요도 집에 하나씩 넣어 줬는데 끌어내 씹어서 찢고... 구멍내고....
앞으로는 담요 빼버려야지...
 
 
 
실컷 뛰놀아라....
담주에 다시 데려 갈께~~~
 
점심때쯤 조서에 도장 하나 찍어 달라는 연락이 서서학동 파출소에서 온다
 
77년생이고 미혼남인데 생활고에 찌들고, 얼마전 어머니까지 돌아신 충격도 겹쳐서 그런 것 같다고...
사망시간을 7시경으로 추측하는데....
우리가 30분만 일찍 출발하고, 먹순이가 노루만 안 쫓았다면....
살릴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나저나 내 꿈땜이 이렇게 되는 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