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1-21 14:57
[DIY 입문기]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2,295  
나는 고치고, 만들고 그런 것들을 하기 싫어 할 뿐만 아니라 아예 할 줄을 모른다.
아니, 아마 싫어하는 것도 손재주가 없고 못하니 싫어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필요한 가구나 소품도 금새 샀다가 물리면 금새 버리고.....
뭐를 고치거나 손 볼 일이 생기면 손재주 좋은 친구를 부르거나 기술자에게 의뢰했다.
그런데 이번에 묘한 일이 생겼다
나무 벽 선반 2개가 길거리에 버려져 있는데 너무 깔끔해서 생각 없이 주어왔다
아마 약간이라도 흠집이 있거나 더럽혀져 있으면 당연히 거들떠도 안 봤겠지만.....
그렇다고 딱히나 붙여 줄 곳도 없어 구석에 그냥 세워두고 있었다.
며칠 전 세워진 2개의 선반중 하나가 미끄러져 옆으로 누워있는데 그걸 보니 그거 한 도막 
잘라서 붙이고 세로로 걸어 놓으면 조그만 화분 하나는 올려놓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하나는 썰렁해서 2개는 붙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걸 뭘로 붙여야 할지....
이미 달려 있는 ‘기역자 꺽쇠’(이 용어도 나중에 인테리어 철물점에 가서 알았음)로 하면 눈
에 보여 보기가 싫을 것 같고.... 못으로 박으면 힘이 없을 것 같고, 본드로 붙이고 피스를
박을까? 
그래서 인터넷을 헤매게 되었는데 와~~~  
세상을 헛 산 것 같다 50이 넘도록 DIY를 몰랐다니 처음 언뜻 봤을 때는 당구대 같이 뭘
올려놓을 때 쓰는 받침을 뜻하는 일본 발음을 저렇게 표기했다냐???
그리고 대부분이 여성들이 많은 것 같았는데 아이디어하며 손재주하며 감탄을 자아나게 했다.
그리고 며칠간 여기저기를 쑤시고 다니다가 처음 듣는 ‘스텐실‘이니 ’라벨지‘니 ’젯소‘니.....
이렇게 우연히, 늘그막에 이상한 취미로 빠져들려 하는 순간이다
인테리어 공사 계통에 종사하는 후배에게 상의를 했더니.....
“형 어디 아퍼요?”
그리고는 직접 나를 안내해서 인테리어 철물점으로 간다.
인테리어 철물점이라는 말도 처음 들어본다.
(요리만 레시피가 있는 줄 알았는데 diy 세계는 더 성실한 것 같다 그래서 흉내를 한 번...)
     
톱 7천원, 목공본드 2천원, 스텐못 2천5백원, 사포와 기리, 꺽쇠는 그냥 준다.
붓이랑 물감은 화방에서 3천원에 구입
   
문제의 벽선반 2개
   
자르고 보니 피스자국이 영 거슬린다.
처음 생각은 자른 부분을 안보이게 붙이려 했는데 피스 자국 때문에 계획을 바꾼다.
   
이것 좀 하는데도 반듯하지가 못하고 삐뚤빼뚤...
   
피스 구멍을 맞추다보니 자연스레 받침대 크기가 달라진다.
(그렇지 않았으면 크기를 똑같이 할 뻔 했다.)
   
꺽쇠가 영 눈에 거슬린다. 흰색으로 칠해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
   
생각 없이 물 반 물감 반..... 10번을 칠해도 나무가 물을 다 먹어버린다
(다음날 물 안타고 바르니 비슷해졌다)
   
어째 좀 어색하다
   
자르고 남은 도막은 그냥 받침대로....(밑바닥 고무는 철물점에 가니 또 거져 주신다)
친구 놈에게 드릴도 하나 얻고....
   
물 안타고 바르니 잘 발리네....
   
내년 봄에 석부작 하려고 둔 돌들을 올려 놓고....
저 화분 받침도 내가 10일만 빨리 diy를 알았다면 안 샀을건데...
   
지 자리는 아니지만 촬영 때문에 잠시......
   
초보라고 낙관이 찍혀져있다.
아까 낮에 목재소를 하는 친구에게 들렀다
“어이, 재단하고 남는 나무 쪼가리는 어떻게 해?”
“응 태워.....”
“1주일에 한번 씩 올 거니까 태우지 말고 놔둬”
“뭐하게?”
“diy 알어?”
그래도 목재소 하는 놈이라서 금방 알아듣고 말투를 확~ 바꾼다
“야가 이제 갈 때가 다 되었나보네 그거 아무나 하는 줄 아냐?”
“암튼 놔둼마”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조금 전 택배가 온다.
‘문고리닷컴’에서 주문한 손타카랑 아직은 필요도 없을 듯 한 이런저런 잡동사니....




2013. 11. 30현재 조회수 : 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