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6-06-16 12:39
내 기억 속의 여자들 22화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200  
2026. 6. 16(화)

22. 조폭이었던 그녀

'SMH'


예전부터 '오색잡놈'이란 말이 있다. 
과부는 기본이고 숫처녀, 여승, 벙어리, 미친년 정도는 먹어봐야 오색잡놈 축에 낀다고 하는데 
그 대상은 주체나 시대에 따라 달라졌으리라. 
가령 상놈의 입장이었으면 양반집 마나님이 포함되었을 수도 있고 현대에 와서는 여승이 수녀로
바뀔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또한 말쟁이들의 썰에 따라 '백XX'(무모증)나 긴자꾸(강한 흡인력이 있다는 전설의 궁)가 포함될 수도 있다.
또 이런 말도 있다.
도. 비, 기, 첩, 처 맛(?)난 순서인데 이 말은 최소 조선말기 이전에 적용되었던 말인 것 같다. 
오색잡놈이나 도비기첩처 같은 상황의 종류가 다섯 가지인 것은 목화토금수 오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 듯싶다.
그런데 이런 상황들을 왜 대상으로만 논하는 것일까? 
예를 들어 오색잡놈 하면 누구누구를 먹어 봤냐가 아니라 어디어디에서 해 봤냐로 정의하면 어떠냐는 것이다. 

Smh, 갑자기 그녀가 생각나 서론을 길게 늘어 놔 봤다. 

그러면 현재에 장소로 오색잡놈이 되려면 어떤 곳에서 해봐야 할까. 
노래방이나 카섹스는 어지간하면 다 하는 장소고 내 경험으로 예를 들어보면 공중화장실, 상대 유부녀의 안방, 
공원벤치, 묘지 등등 인데 이런 곳이 잡놈축에 들지 모르겠다.

그녀는 보기 드물게 여자 조폭이었다. 
폭력전과에 어깨 쪽에 칼자국도 있었고 항상 짧은 머리에 무스로 단정하게 붙였다. 
아담한  체구에(155정도?) 군살도 없었고 얼굴은 미인 형인데 입 꼬리에 흉터가 있어 사납게 보였다. 
현대에서 나온 싸구려 스포츠카인 자주색 '스쿠프'를 타고 다녔다.

알음알음의 여자 후배가 전주극장 뒷골목에서 '슬기네'라는 여성 옷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안목이 탁월하여 
일주일이 멀다하고 서울에서 옷을 떼다 팔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간혹 남자 옷을 가져와 나에게 연락을 할 때가 있었는데 비싸지도 않거니와 거의 내 취향에 맞았다. 
그녀를 처음 만난 곳이 그 옷가게였다. 나는 그날도 연락을 받고 옷을 보러 갔고 
그녀는 새 옷이 들어 올 때마다 안 빠지고 거의 온다고 했다. 
그녀와 어떤 대화를 하고 어떻게 약속을 하여 만나게 되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확실하게 생각나는 건 옷가게 후배가 우리가 엮어지는걸 눈치 채고

"오빠 쟤 조심해!"

그런데 그때도 지금까지도 저 말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 
조폭이어서인지 아니면 질투였는지...

그녀는 남자를 만나는 게 지 가오에 지장을 주는 듯 남의 눈을 지독히도 의식했다.
그래서 만나는 장소도 지금은 없어진 코아호텔 13층 스카이라운지 룸에서만 만나고 
호텔에 드나들 때도 따로 다녔다.
그녀와 첫 섹스는 세 번쯤 만났을 때 코아호텔 10층 스위트룸 1007호에서였다. 
그 당시 A급 스위트룸이 1207, 1107, 1007호 3개가 있었는데 
그 중 내가 단골로 쓰던 방이 1007호였다.
그녀는 섹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느끼고는 싶은데 전혀 몸이 따라 주지 않는 것 같았다. 
행위 중에는 신음소리와 함께 딴에 쎅 쓴다고 하는 말이

"아, 마쳐... 마쳐..." 

내 물건이 자기 벽에 부딪힌다는 말인데 실제 느끼기 보다는 습관적으로 하는 말 같았다.

항상 꽉~ 타이트하게 바지를 입던 그녀가 하루는 펑퍼짐한 청바지를 입고 나왔다. 
아랫배 한쪽이 볼록하게 튀어나와 병원에 갔더니 물혹이 생겼다면서 악성은 아니고 
수술해서 제거만 하면 된다고 했단다. 한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얼굴이 핼쓱해졌다.
마침 그 당시 종근당 전주 지점장이 친한 선배였다. 
의사들에 대한 제약회사의 리베이트가 빵빵하던 시절이라서 제약회사 지점장이면
어느 병원이든 입김이 통했다. 
대학병원에 일사천리로 입원 결정이 되었다. 1인실은 빈 병실이 없어서 2인실을 퇴원 할 때까지 
사용하도록 배려가 되었다. 나중에 간호사들이 자기네 과장님과 무슨 사이냐고 묻더란다. 
훈짐으로 내 면이 나수 섰다.

수술 전 날 저녁 병실을 찾았다. 
그녀는 입원 수속 등 진행에 대해 흡족해 했고 
환자복을 입은 모습은 색달랐다. 
항상 단정하고 전투복 같은 방어적 옷차림이었는데 
벙벙한 무장해제된 것 같은 환자복 차림을 보니 갑자기 쏠렸다.
병실 문에 잠금장치가 있을 리 만무하고 
보호자용 간이침대를 끌어다 문을 막고 침대 칸막이 커튼을 쳤다.

"뭐해? 뭐해?"

"한 번 허게"

신발도 신은 채 바지만 내리고 달겨들었다.

"미쳤어?"

나는 들은 척도 안하고 눕힌 채 손부터 디리 밀어 넣었다.
그녀는 이내 마른 침을 삼키며 쌕쌕거리는 숨소리로 바뀌었다.
섹스는 금방 끝났다.
술도 안 먹은 맨 정신에 갑자기 쏠려 질러댄 것이라 그럴 수밖에...
그녀의 18번인 '마쳐 마쳐'가 채 나오기도 전에 끝나버렸는데 
그녀의 표정에서는 오히려 만족감이 엿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석녀 같은 그녀가 그 짧은 시간에 오르가즘을 느꼈을 수는 없었겠지만 
마치 첫 키스의 경험 같은 야릇함을 맛 본 것은 사실 인 것 같았다.

그 병실에서의 섹스는 내 평생 유일무이 했고 
그녀가 퇴원한 후에도 몇 번 더 만나긴 했지만 더 이상 섹스한 기억은 없다.

이 글에서 코아호텔 1007호를 언급하다보니 1007호와 연관된 여인들이 새롭게 떠올랐다.
다음 화부터는 그녀들을 더듬어 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