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당무계한.. 뱀 이야기 >>====
현존하는 뱀중의 왕은 '능사'(능담, 능글이)이다.
생사탕집이나 건강식품전문점 같은델 가봐도 독사, 꽃뱀, 구렁이 등등은 같이 넣어도 '능사'는 반드시 따로 넣는다.
'능사'와 다른 뱀들을 같이 두면 몇일 안에 다른뱀들은 틀림없이 죽는다.
'능사'는 여름철저녁이면 시골 아스팔트길에 흔히 널부러져 있다.
사람을 잘 물며 독은 없다. 또한 뱀 중에서 유일하게 냄새(마늘 썩는 듯한 냄새)가 나며 우는 소리를 낼수 있고, 검붉은 짙은 무늬를 갖고 있다.
이걸로 술을 담아 먹으면 허리(디스크등) 아픈 사람은 신비할 정도의 효과를 본다.
독사는 고질폐병, 꽃뱀은 정력제, 여자에겐 황구렁이, 남자는 먹구렁이등등.. 서론은 이정도 해두고....
경기도 어느마을에 가난한 형제가 살았습니다.
어느 이야기에서나 비슷하듯 동생인 삼돌이 부부는 무척 성실하고 착했는데 형인 떡쇠 부부는 욕심도 많고 심술궂었습니다.
모두 산에서 겨우 밭이나 일구며 약초도 캐고.. 때로는 뱀도 잡으며 근근히 살고 있었죠.
하루는 삼돌이각시가 저녁을 지으려고 마루 밑에서 장작을 꺼내려 다 왠 갈치가 한 마리 떨어져 있는걸 발견합니다.
"으잉, 왠 갈치???" 그런데 가만이 생각해보니 엊그제 재 너머 박부자네로 생선을 가져다 주러 간다는 갯가에서 온 영감이 잠깐 쉬어 간 일이 있는데 그때, 그 영감이 모르고 떨군 것으로 생각한 삼돌각시는 나중에 또 오면 갚을 양 하고 저녁반찬으로 갈치를 요리하고 맙니다.
<어쩐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저녁상을 받은 삼돌은 뜻밖의 갈치에 눈이 휘둥그래지고 삼돌각시가 사정얘기를 하자 삼돌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둘이서 갈치 한 마리를 뚝딱 해치우며 오랫만에 맛있는 식사를 끝냈습니다. 식사를 끝내자 마자 삼돌은 눈이 충혈되고, 심장이 두근거리며 느
닷없이 입에 침이 고이며..밥상은 웃목에 밀어 놓은채.. 들빵거리 각시를 둘러치고 메치고 뉘엇다 엎었다 아닌 밤중에 왠 홍두께...한바탕 일진광풍이 몰아치고 몇 년만에 뻑쩍지근하게 만족한 부부.
삼돌은 곰곰 생각해보니 뭐가좀 이상했습니다.
아까 먹은 갈치가 꼭 갈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삼돌 :"여보, 아까 그게 갈치 맞는가?"
삼돌각시:"아니 그럼 갈치지 않구요. 무슨 꽁치라도 되나요?"
삼돌 :"아니, 아니, 좀이상해.. 혹 머리나 꼬리나 창자 같은건 어디있나?"
삼돌각시:"창자는 끓여서 삽사리 줬구요. 머리와 꼬리토막은 내일 바싹 구워 먹으려 장독위에 바구니로 덮어 놨죠."
삼돌 :"그래, 어서 가서 한 번 보세"
둘은 장독이 있는 부엌 뒤켠으로 갔습니다.
아뿔사!!! 이게 왠일입니까.
양이 덜 찼는지, 냄새 때문인지 삽사리놈이 막 바구니를 밀어내고 씹어 먹고 있네요. 벼락같이 소리를 지르며 삼돌이가 삽사리를 잡아채려 했지만 훌쩍 뛰어 물러선 삽사리 마지막 한덤뱅이 꿀꺽 삼켜 버립니다.
그런데 장독 옆에 퍼르스름하게 빛나는 것이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삼돌이 그것을 주어서 보니 그것은 갈치의 눈이었는데....
그건 갈치 눈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삼돌이 무식하기로소니 명색이 땅꾼인데... 뱀눈깔 모르고 갈치눈깔 모르까,삼돌이 주워들고 있는건 분명 파충류의 눈이었죠.
삼돌은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아이구... 세상에... 우째이런일이 천금을 주고도 못구할 '청사'를 이렇게 허무하게 먹어버리다니..."
전설 속의 뱀 '청사'였던 것입니다.
복인이 아니면 눈에 띄지도 않고 하늘이 정해주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구전으로 생김새만 전해내려 오던 그 '청사', 삼돌은 폴짝 폴짝 뛰다 죽을 노릇이지요. 그 아까운걸 우우우!!!!!!!!!!!!!!!!
그럴 줄 알았으면 형님네나 불러서 같이 드시자 할걸....
형인 떡쇠가 이 소식을 듣고는 가슴을 쥐어뜯습니다.
욕심사나운 형은 삼돌에게 쫓아와 갖은 포악을 퍼 붓습니다.
갈치인들 왜 혼자만 먹었느냐 '청사' 인줄 알고도 나주기 싫으니 먹었지 하며 급기야 청사 창자와 머리,꼬리를 먹은 삽사리를 잡아먹겠다고 들었습니다.
삼돌은 사정을 했습니다. 자식도 없고 식구라고는 각시와 삽사리 뿐인데 제발 봐달라했지만 떡쇠는 막무가내입니다.
하는수 없이 삼돌은 형님알아서 하십쇼 하고는 포기해 버렸습니다.
허나 삽사리는 쉽게 떡쇠 손에 잡히질 않았죠.
..........
그로부터 얼마 뒤 들녁에 바쁜 농사철이 돌아와 삼돌은 날일로 품삯을 벌겠다고 박부자 집에를 갑니다.
한 열흘 작정하고 갔는데 사흘 째부터 비가 억수같이 오는바람에 사랑에 옹기종기 모여 장기야.. 꼰이야.. 두는데 삼돌은 할 줄 아는게 있어야지요. 멍하니 코나 후비고 있었죠.
박부자도 비도 오고 무료하니 소작준 장계(장부)며 돈, 쌀 차용해 준 장계를 떠들먹 거리다가, 너무 오래되어 너풀거리고 삭아서 테두리만이라도 다시 붙일양으로....
"어이, 삼돌이 풀좀 쑤게나 장께좀 붙일라네"
삼돌이는 풀을 쑤어서 기름 먹인 한지와 같이 들고 큰사랑으로 들어 갔습니다.
한장 한장 꼼꼼히 넘기며 정성스레 땜질하는 것을 잡아주며 삼돌은 무심히 장계를 바라봅니다. 까막눈 삼돌은 새까만 것은 글씨이려니 할 뿐 한 자도 모르지요.
날씨가 개이고, 바쁜일은 숨이 죽고 거의 품일도 끝나갈 즈음...
갑자기 박부자 사랑채에 불이 났습니다.
난리가 나서 온 동리 사람들이 설쳤지만 사랑은 홀라당! 타버렸죠.
박부자! 이제 큰일 났습니다.
다른거야 그렇다치고 장계가 다 타버렸으니....
내 놓고 말도 못합니다. 그랬다간 너도나도 시침이 떼고 확실한..
증인이나 기억이 나는 것 빼고는 나몰라라 할게 뻔한데 그 수백건을 어떻게 후유- 후유- 한숨만 쉽니다.
마음착한 삼돌은 불난 것 때문에 그런줄알고 "어르신 심려치 마세요 품삯 안 받고 사랑채 다 지을 때 까지 서둘러 도와드릴께요."
평소 듬직하고 심성착한 삼돌을 아는지라 박부자는 삼돌에게는 살짝 털어 놓습니다.
"이보게, 저깟 집한채로 내가 이러겠는가 엊그제 자네랑 장께 몇권 붙이지 않았는가 그것이 몽땅 타버렸으니 그 많은 수를 내 어떻게 다 기억을 하겠는가 이거 정말 큰일났네"
그러자 삼돌이는 "아이구 어르신도 빌려간 사람이 더 잘 알텐데 어련히 알아서들 갚고, 아니면 자기들이 언제 무엇 무엇을 빌려 갔다고 다 말해줄거 아닙니까요"
박부자는 "휴- 모두 자네맘 같으면야 오죽 좋겠나만은 대부분의 사람 심뽀는 그렇지 않다네... 어~~휴~~~"
그러자 삼돌이는 뜻밖의 말을 합니다.
"어르신! 접때 풀로 붙이시던 그 책들 안에 써있는 것들이 그 내용들 입니까? 제가 대강 그리면 그릴수도 있겠는데요"
박부자는 기가 막혀서 "야이 사람아, 그게 글씨지 어디 그림인가"
삼돌은 "저는 글씨를 모르니 그냥 그림일 밖에요"하며 쭈그리고 앉더니 풀을 붙이던 첫 권의 표지내용을 땅바닥에 나뭇가지로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소작명부' 박부자는 깜짝 놀라며 "자네 글씨를 아는가?"
"아닙니다 그때 본 것을 그냥 따라 그리는 겁죠"
박부자 : "그럼 그 몇권이나 되는 책을 이렇게 다 그려낼수 있단 말 인가??"
삼돌 : (갸웃 갸웃 하며) "어쩌면 할수도 있겠는데요"
박부자는 급히 삼돌을 잡아 끌어 안채 깊숙한 방으로 데려가 필묵을 준비하였습니다. 삼돌은 박부자와 마주앉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박부자가 볼때는 글씨가 바로 보이는데 그리는 삼돌은 거꾸로 그리고 있는 것이었죠.
풀을 붙일 때 삼돌은 위쪽에서 거꾸로 봤으니 당연히 그렇게 기억할 밖에.. 잘못써서 지우고 다시 쓴 것 까지.... 한쪽에 낙서까지.... 완전한 복사였습니다.
얼마 걸리지 않아 완벽하게 만들어낸 장께를 보며 박부자는 좋아 어쩔줄을 몰라했죠.
박부자는 삼돌에게 논 10마지기를 주며 때때로 자기집에 와서 장계 정리등 집사일을 봐달라 했고 그 품삯은 따로 후하게 쳐줄테니 이제 막일은 하지 말라 했습니다.
한편,
삼돌각시는 전에 같으면 4-5일 걸려서 할 일을 한나절도 못가 끝내 버립니다. 힘이 넘치고 생기가 돌고 얼굴도 피부도 처녀적같이 변해 갔죠. 동네사람들도 그 사정을 알고난 뒤 "착해서 복받았지 뭐..."
"그건 하늘이 내린다는데....."하며 부러워했습니다.
삽사리는 어떨까요.
토끼, 노루는 다반사요 심지어 멧돼지까지 사냥하여 집으로 가져옵니다.
떡쇠가 볼때는 미치고 환장할 일이지요.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그 '청사'가 하필 그놈 집구석에......
저 놈의 삽사리만 잡아 먹으면 저것들 같이 되련만 떡쇠는 자나깨나 삽사리 생각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나무를 하고 내려 오던 떡쇠의 눈에 큰 상수리나무 옆에서 엎어져 자고 있는 삽사리가 띄였습니다.
뛸 듯 기뻐하며 떡쇠는 지게 작대기에 낫을 칭칭 감았습니다.
그리고는 살금살금 다가갔죠. 정수리를 향해 막 내려 찍으려는 순간 미리 알고나 있었다는 듯이 삽사리는 훌쩍 뛰어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것도 약올리듯 뒤를 힐끔 힐끔 바라보며,떡쇠는 분해서 발을 구르며 두고보자 내 기여 저것을 잡아 먹고말겠다' 하며 돌아서려는 찰라, 눈앞에 희무끄레한 것이 보였습니다.
자세히 보니 삽사리가 앉았던 옆에 오!!!! 세상에 '백사'가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청사' 다음 간다는 그 '백사'!!!
산삼이 100년 묵으면 '동삼'(어린애 모양을 했다해서)이 되는데 이 '동삼'이 있는 곳은 한겨울에 눈이 한 발이나 쌓여있어도 주변 1m쯤 은 김이 무럭무럭나며 눈이 녹아있는데.. 이 '동삼' 만 먹고 산다는 '백사'..
떡쇠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얼른 백사를 집어 한 입에 넣고 으드득 으드득 씹어 먹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숲 한구석에 한에 맺힌 빛을 발하며 파충류 특유의 소름끼치는 색깔로 쏘아보는 한쌍의 눈은 발견하지도 못한채.....
떡쇠는 욕심 사납게 '백사가 있으면 300백년된 하수오(약초 뿌리로 어찌'何' 머리'首' 검을'烏' 어찌하여 머리가 검어졌느냐는 뜻으로 상용하면 머리가 검어진다는 보약재임)만 먹고 산다는 흑사도 근방에 있을텐데...' 하며 뒤적거리고 찾았지만 흑사는 없었죠.
아직도 양이 안찬 듯 '그놈의 삽사리를 먹어야할텐데'하고 다시한번 벼릅니다.
그런데 사실은 떡쇠가 먹은건 백사가 아니고... 99년 묵은, 100년이 되려면 이제 몇일 남지 않은 '살모사'를 먹은 것이었습니다.
살모사는 100년이 되면 '비사'(飛蛇)로 변하는데 말 그대로 날개가 달려 날아 다니게 되는거죠. 즉, 사람으로 비교하자면 천사내지는 부처가 되는겁니다. 이 비사는 혼자 되는게 아니고 반드시 쌍으로 되는데 그중 하나를 떡쇠가 덜렁 주워 먹어버린거죠 이게 복이 될까요 화가 될까요.
이제나 저제나 효험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떡쇠,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하루는 동네 초상집에를 간 떡쇠가 동네사람들에게 '백사'먹은 얘기를 하며 이 백사는 효력이 더디게 나타나는가 보다고 하며 떠들었고 동네 사람들은 떡쇠 심뽀로 백사가 눈에 띄였다는게 믿기지 않았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막걸리 잔을 들고 막 마시려던 떡쇠가 어!!
하며 하늘을 쳐다봤습니다.
그러나 하늘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떡쇠는 갸우뚱하며 사람들에게 중얼거렸죠.
"분명 저번에 먹었던 백사가 날개를 달고 지나가는게 이 술에 비쳤는데.."
다시 한 번 갸우뚱하며 술을 마시려는데....
동네 노인 한분이 "떡쇠 잠깐 기다리게..!!" 허나 떡쇠는 이미 벌컥 벌컥 마셔버린 뒤였습니다. 떡쇠는 곧바로 목을 움켜 쥐고 뒹굴었고 손 써볼 시간도 없이.. 숨이 끊어지고 말았죠.
짝 잃고 혼자 '비사'가 된 살모사가 떡쇠의 술잔에 맹독을 떨어뜨릴 것을 짐작한 듯 그 노인이 말리려 했지만 한발 늦었죠.
이때부터 잔치집이나 초상집에 차일(천막)을 치는 풍습이 생겼습니다.
짝잃은 비사의 독을 피하려고.... 논이나 밭, 샛거리로 막걸리를 먹을때 나이 지긋한 노인 분들은 하늘을 한 번 올려다 보고 한손으로 술잔 위를 가린채 마시지요.
그런 행동이 주위에 혹, 어른이 계실까 겸손의 의미로 지금은 생각들 하시는데 사실은 아직도, 짝을 잃고 원통하게 헤메는 비사의 복수가 두려워.......끝.
2013. 11. 30현재 조회수 : 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