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4-23 12:50
'묻지마 관광' 보고서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8,657  

2018. 4. 18(수)


남부시장에
남자회원만 약 열대여섯 정도로 구성된
'남부회'라는 친목모임이 있다
나는 회원은 아닌데 대부분 알고 지내는 사이다
그중 총무를 맡고 있는 경두라는 후배와는 자주 대작을 하는 술동무이다

이 모임에서는 일 년에 한두 번은 꼭 묻지마 관광을 가는데
2~3년 전부터 날더러 같이 가자고 늘 졸라왔었다
그럴 때마다 말로만 '그려그려' 하면서
막상 가는 날이 되면  슬며시 빠지곤 했는데
이번엔 술김에 미리 회비 10만원까지 내버리는 바람에 
꼼짝없이 동참하게 되었다

사실 술 깨고 나서 영 가기 싫었다면
까짓 10만원 찬조라도 해버리고
안가도 되었겠지만 내 내심으로도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보다


가기로 결정하면서 3가지 조건을 걸었다

첫째는 출발하기 직전까지 내가 가는 걸 비밀에 부칠 것!

둘째는 차안에서 노는데 절대 나를 끌어 들이지 말 것!

셋째, 내 좌석은 운전사 바로 뒷좌석으로 주고 옆에는 아무도 태우지 말 것!


이리하여 '묻지마'에 동참하게 된다


놀러가기로 한 다음날이 쉬는 날이라서 

휴가를 하루 냈다.

아버님 제사 때 한번 내보고 이번이 두번째 연차 휴가네 



버스는 아침 8시까지 남문 로타리 대건신협 앞으로 오기로 했다

장항과 익산에서 여인네 16명이 타고 온단다

그런데 정작 '남부회'의 남정네들은 나를 포함해 13명 밖에 되지 않는다고...

시작부터 꿀리는 모양새네....



차는 1시간이나 늦은 9시가 되어서야 도착했다

내가 주관한 모임이었다면 난리가 났겠지?

여자들이 있어서 그런지 참 무던들도 하다.


버스에 실리는 것들이 뭔고 하니....

찰밥... 닭튀김.... 김...  겉절이... 캔맥.... 소주  ...

겉절이는 곡주마당서 .. 소주는 임실집에서.... 캔맥은 다모아에서 등등

남부시장에 있는 막걸리집들이 찬조들을 했다고....

그리고 이런 모든 준비물들은 남자들이 한단다.


아참 그리고 남자회비는 10만원인데 반해 여자는 3만원씩이라고...



차가 출발 하자마자 여자측에서 2명이 나오더니 기계적으로

찰밥과 김치와 김을 배급한다.


나는 사양하고 맥주와 치킨으로 슬슬 뱃속을 달군다.



현재 시간 09:28 차가 시내를 벗어나자 티브이가 켜진다

잔잔한 뽕짝으로 시동을 거는 듯....


차 안의 분위기가 시끄러워 지기 전 총무 경두는 기사와 점심 메뉴와 초식, 금액 등을

상의 하는 듯.....

쩝.... 저런 걸 이제 와서 흥정하나??? 



마이산 휴게소에서 쇠피 타임....

'묻지마'는 거의 휴게소만 있으면 쉰 다고....


아이고, 그러고 보니 중요한 걸 빠트렸네...

우리의 행선지는 '통영'이다


문제는 통영에서의 계획이 아직 미정이라는 거....



마이산 휴게소를 지나면서 나는 주종을 맥주에서 소주로 바꾼다

무릎 위에 있는 것은 여자들이 유일하게 해 온 떡.....

사진 찍으려고 받았다가 바로 돌려 줌


그리 크게 시끄럽지 않게 들어 줄만 한 사운드를 유지하며 점심 장소에 

도착한다. 그 와중에도 몇몇 남녀는 맹렬하게 흔들고 오긴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듯 한 식당이다

다시 말해 관광버스 갈 만한 식당은 모르긴 몰라도 여기 밖에 없다는 뜻....



후후~ 이 모두가 우리 팀이다....



이 많은 상들이 기다리는 사람들이 다 '묻지마'는 아니겠지?



거창 한 것 같지만 막상 젓가락 갈 곳이????



회장 성조가 건배를 외쳐보지만 반대편 테이블은 

'개가 짖냐?"



버스 기사가 식당을 예약했는데 뭔가가 잘못 되었나보다

회도 떠서 포장해주기로 했는데 그것도 안해주고....

내가 볼때는 돈지랄 무던히도 한다

그런데 이것은 이제 시작 일뿐....



다음 일정이 정해지지 않아 의견이 분분.....



베테랑(?) 묻지마 여인네들은 물주 냄새를 귀신 같이 맡는다고...

일행중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이 2명인데 저분이 그 중 한 명....

나중에 저 여자에게 미역인가 뭔가를 사줬음


식 후 일정에 대해 집행부가 결정한 것은 배를 타고 장사도에 가는 것

나로서는 뜻밖의 횡재다.

팔자에 없는 '장사도'라니.....

그런데 배삯이 일인당 30,500원이다

여자들 것도 다 내 준다...... 쩝.....



장사도로 가는 여객 터미널....



이 건어물 시장을 거쳐야 부두로 간다



부두가 제법 크네....



평일이라서 우리가 마지막 배이다



승선.....

우리 총무 경두는 일찌감치 맛이 가 있다.



그 동안의 선박 사고들로 인해서 인지 통제가 엄격하다

갑판 쪽으로는 아예 못 나가게 한다.



장사도에 도착



장사도에 도착 하자마자 부두에서 술판을 벌린다



말리는 부두 통제원과 싸움이 붙고....

우리 일행이지만 참으로 꼴불견이네

쯧쯧.... 좋은 술 먹고......



장사도 해상공원 입구.....


나는 평소 국내든 해외든 여행 계획이 잡히면 꼼꼼히 검색하여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가는데 오늘은 예상치 못한 목적지라서 좀 갑갑하다

이제라도 검색해 봐야지


장사도 전경...... (펌)


경남 통영시 한산면에 위치한 총면적 390,131㎡, 해발 108m, 폭 400m, 길이 1.9Km의 섬이다. 

10만여 그루의 동백나무,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와 천연기념물 팔색조, 동박새와 석란등이 있다. 

긴 섬의 형상이 누에를 닮아 "누에잠"에 "실사"를 써서 누에섬 "잠사도"라고 불렸으나 일제강점기 

일본관리의 실수로 현재의 "장사도"로 불리게 되었다. 

겨울엔 동백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여름에는 섬전체를 수국이 뒤덮어 계절별로 각각의 아름다움이 있으며 

대부분이 상록수목으로 조성되어 사시사철 자연의 푸르름을 그대로 느낄수 있다. 

최소한의 개발로 자연미를 최대로 살리자는 모토로 천연자연환경을 최대한 간직하고있는 

자연친화적인 해상공원이며 각종 조각및예술품이 공원곳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봄부터는 

1,000여석의 야외공연장에서 수시로 공연이 이루어지는 문화와 자연이 공존하는 신개념의 

문화해상공원이다.



좌측이 회장인 성조, 가운데가 나보다 선배인 또 한 분.... 맨 우측은 경주 친구.... 이름이 시영이든가?

이들은 섬 관광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

잿밥에만....



우리 일행인데 나 빼고도 2명이 빠졌다.



익산팀 여자들.....

사진을 안 찍을 줄 알았는데 의외다.


나중에 총무인 경두 말을 들어 봤더니 이 정도면 '묻지마'에서는 아주 양호한 편이라고...



혼자 노니면서 모처럼 행복감에 젖는다

여행 떠나 본지가 언제더라????



실내 온실에 선인장이.... 귀한 건가?



음.....옻칠회화라는 분야가 있었나?



그럴 듯 하네......


야외 공연장인데 뒷편에 '머리12'라는 제목으로 청동으로 된 두상 12개가 전시되어 있다.



야외 갤러리....



이제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도 이 까마귀들이 노닐고 있다



읔~~~!!!!!  10여년을 매고 다니던 카메라 줄이 끊어졌네....



이 커플은 부부는 아닌 듯....

나중에 장사도를 떠나는 부두에서 배를 기다리는 중에 남자가 갑자기 안경을 놓고 왔다며

이 장소로 다시 돌아 왔는데 안경은 못 찾았다고....


뒤쪽 부엉이가 인상적이다.



머위가 마치 풀이 아닌 나무 같다.



두릅 새순은 여기도 어김없이 누가 따갔다.



우리가 타고 나갈 배가 들어 온다



장사도를 떠난다


우리 일행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대부분 불만이 팽배하다

'묻지마'는 음악 쿵쾅거리며 뛰고 놀아야 하는데 이게 뭐냐고.....

흐흐.... 돈은 돈대로 들고....



돌아오는 배편은 통제거 좀 느슨하다

뒷 쪽 갑판에서 술판을 벌린다.



여자들의 요청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건어물상 앞에 차를 댄다 



몇몇은 여자에게 멸치 미역 등을 사주고.... 희석 시키려고 집에도 사가고....



돌아오는 차 속에서 노래라면 말 마디 하는 경두가 마이크를 잡는데...

여자들이 난리를 친다. 노래 말고 춤 메들리를 틀어 달라고....



으~~~ 내가 맨 앞자리라서 리모콘을 조작해 달라는데 이거 복잡해서....

근데 어떤 여자가 나오더니 능숙하게.......

'묻지마' 꽤나 다닌 모양.....



창 밖으로는 해가 지고.....



바야흐로 버스 안은 달아 오르기 시작한다.



오른쪽 아주머니는 70대라고....

출발부터 조금전까지 조용하더니 어느 순간 나와서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오히려 경건한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천만원 이상을 들였다는 사운드는 마치 나이트 클럽을 방불케한다

나가서 춤을 출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분위기에 동화되어 간다



분위기를 맞추려는 듯 해도 이제 모습을 감춘다



나도 연신 술잔을 비운다.



선배에게서 미역을 챙긴 꽃뱀 같은 저 여인네는 분위기에서 슬며시 빠져나간다.



마지막 휴게소..... 



이 관광버스의 기사들은 이 소음을 모두 돈으로 아는 거지?

존경스럽네....



끝까지 스테이지를 지키는 총무 경두와 70대 아주머니.....

위에서 말한 경건한 마음이 든다는 저 아주머니....

춤이 아닌 기도 같다.


이 대목에서 30년전에 써 놓은 같지 않은 시를 가져와 본다.


- 남부시장(원제: 삶) -

'월평떡, 살래떡...! 여그가 좋네 여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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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막걸리 몇잔에 아낙들은 흥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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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일년 열두달에 뼈빠지게 일 만 하다가

한 두번 가는 놀이 인데

운동삼아 등산 할까

뒷짐지고 경치 구경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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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하루 종일 뛰었으니

힘 빠져서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풀이 죽을 만도 한데

의자 팔걸이에 허벅지가 

시퍼렇게 멍들어도 좋다

춤추며 박수치며 

피를 토할 듯이 외쳐댄다

내일이면 또다시

멍청이 삶이다

차라리 여기서 미치다 녹아 버리자. *




장사도 안내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