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03. 21(목)
지난 추석 형이 자기가 입 던 것이라며 트렌치코트 3벌을 가지고 왔다
동제가 2벌을 가져가고 내가 나머지 하나를 가져왔다 검정색이다.
욕심이 나서라기보다 비록 헌옷이지만 가져온 성의를 봐서 받아 온 것이다
겨울내 한 번도 안 입다가 안 입고 버려도 한번은 입어보고 버려야겠다는 생각에
찾아 내서 스탠드 옷걸이에 걸어 놨었다
드디어 그 코트를 입을 만한 날씨가 형성이 된 것 같다
꽃샘 추위에 안개까지 끼어 스산한 날씨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갖고 있는 옷을 골라 나름 최상의 코딩을 했다
그런데 문득 엠마오 사랑병원에 한 달 전쯤에 입원한 규팔이 생각이 난다
지난 쉬는 날 문병을 갔어야되는데 어찌어찌하다 깜박해버렸다
꼭 오늘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나니 이놈의 코트가 마음에 걸린다
온통 까맣고 치렁치렁하여 꼭 저승사자의 두루마기 같다
친구는 암 말기로 거의 선고를 받아 놓고 오늘 내일 하고 있는데....
하는 수 없이 남부시장 객주에 코트를 벗어 놓고 티셔츠 차림으로 문병을 간다
저승사자 두루마기 같은 저걸 입고 어떻게 문병을 가나....
엠마오 병원에서 본 다가산 자락은 안개가 자욱하다
거의 마지막으로 오는 병원이라서 그런지 분위기가 너무 무겁다
그래도 여기가 전북에서는 최초의 국비지원 암 요양병원이란다
외부와는 달리 내부는 밝고 경쾌하다
규팔이 혼자 있는 1인실이다
막 들어 갔을때는 눈을 마주치며 아는 체를 했는데 힘이드는지 이내 눈을 감아 버린다
각시 말을 빌리면 입에서 나오는 말의 99% 거짓말이라는데 신기하게 사람은 알아 본단다
거짓말의 일 예를 들면....
자기가 북한에 가서 김일성과 같이 금괴를 날랐다는 둥....
아직 시집 안 간 37세의 딸래미와......
문병을 다녀오고 3일 후 동창회에서 문자를 받는다
갑자기 쎄~~~ 해진다
코트는 벗고 갔지만 결국 내가 저승사자였다는 말인가
2019. 03. 25(월)
일을 좀 일찍 마치고 장례식장으로 가는데
정승이 죽으니 막상 같이 갈 사람이 없다
혼자 갔다
저 '미망인'이 제대로 쓰인 것인가?
원래 미망인은 본인 스스로가 낮춤과 겸양의 의미로 쓰는 거지 제 3자가 쓰는것은 아닌데...
하긴 그렇다고 딱히나 칭 할만한 게 없네....
규팔이 부모님상이라면 화환이 넘칠텐데....
상주는 아들 하나다
저 녀석이 전주에서 원평까지 내 택시를 탄 적이 있는데 내가 원평 이규팔이 내 친구라 하니
전혀 모른 척 했었다 그런데 지 아버지 어머니에게는 말을 했단다
아빠 친구 택시를 타고 왔는데 아빠 친구라고 해서 그냥 모른 척 했다고.....
이유는 그때는 아직 직업(지금은 공무원)이 없을때라 뭐하냐고 물으면 할 말도 없고...
일도 안하면서 장거리를 택시를 이용한다는 것도 좀 그렇고....
무엇보다 내가 택시비를 안 받을까봐 그렇기도 하고....
내가 그 택시 아저씨라하니 깜짝 반가워한다
짜아식.... 촌스럽게 빨간티가 뭐냐???
내가 아는 친구는 이동찬(좌측) 한 명 왔다
동찬이 뒤에 등지고 서 있는 여자가 규팔이 부인.....
저쪽 상에서 인사를 하고 돌아서다가 나를 보더니 반가워한다
그리고는 내 손을 붙잡고 살짝 눈물을 보인다
"규팔씨가 마지막으로 본 친구네요~~"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가 저승사자라면
더 일찍 찾아 갔어야 한다
병원에 있는 50여일 동안 곡기 하나도 못 넘기고 링거로만...
몰핀으로만.....
3년전 췌장암으로 죽은 후배의 모든 경과를 지켜 봤는데
어느 순간이 지나면 본인도 가족도 모두 편안히 쉬는 게 진정으로 바라는 바 였다
2016. 01. 15(금)
3년 전 규팔이 부부와 규팔이 부인 친구인 와락 사장과 '와락'에서.....
이때만 해도 막걸리 한 잔은 했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