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5-19 12:31
5반세기의 둥지를 버리려는가?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1,507  

2019년 5월에....


나의 아지트는 근 17~18년간 남부시장이었다
이유는 대략 세 가지 정도가 있다

첫째는 깨복쟁이 친구들이 살기도 하고
많이 드나들기도 해서이고

두 번째는 술값이 싸다
시내 식당에서 소주를 먹으면 거의 술값만 4천원을 받는데
남부시장에서는 막걸리나 소주 한 병에 4천원이면서
안주 10여 가지가 공짜로 딸려 나온다.

세 번째는 두부가 먹고 싶으면 두부를
사태가 먹고 싶으면 사태를
동태찌개가 먹고 싶으면 동태를
1~2분 안에 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들 기꺼이 조리를 해준다.

최초에 다녔던 곳은 동원식당이었는데 지금은 없어졌고
그 식당에서 일했던 아주머니들이 성수식당, 옥수식당, 수네네 등
각자의 식당을 차렸다
동원식당 주인이었던 영남이 누님은
돈을 벌어 자잘한 곗방이나 재미로 드나들며
노후를 즐기고 있는 반면
뒤를 이은 아주머니들은 모두 70줄이 훨씬  넘었음에도
현재(2019. 5)까지 피 튀기는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남부시장의 대폿집 명멸사를 보면 가히
중국의 역사를 방불케 한다

내가 한때 남부시장 막걸리 삼국지를 쓰려했던 대상인
'정집'  '성수식당'  '뚱이네' 중
정집은 몇 년 전 빚으로 야반도주를 해버렸고
뚱이네는 아들이 자살을 하는 바람에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장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신경 쓰지 못하다가 결국 접었다
성수식당 만이 두어 번 자리를 옮기고
무릎 수술 땜에 6개월 정도를 쉬었을 뿐
20여 년을 굳건하게 수성하고 있다

4년 전 혜성같이 등장한 신흥강호 '와락' 이
시스템 에어컨과 산뜻한 안주로
남부시장의 여름을 공략해 들어왔다
남부시장의 대부분 막걸리집들은
주방과 홀이 분리되어 있지 않아
스탠드형 에어컨으로는 그다지 시원하지가 않았는데
천정에서 내려오는 시스템 에어컨의 시원함은
그 어떤 안주보다 더 맘에 들었다
더구나 뛰어난 요리솜씨에 손까지 커서 푸짐했다
그렇게 '와락'이 평정을 하나 싶었는데
시장 대포집의 생존논리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한 가지만 대표적으로 말하자면
낱개 병술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 발생하는 불미한 연쇄 사건들은
대외비로 묻어 두겠다.


와락은 2년을 견디지 못하고 후배를 꼬드겨 물려줬다
그 후배는 '곡주마당'이라는 간판을 걸고 야심차게 시작했으나
그녀 역시  6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그렇다고 남부시장에는 정집, 뚱이네, 와락, 곡주마당 같이
다 사라지는 막걸리집만 있는 것은 아니다
3병에 만 원을 받으며 저렴함으로 승부하는 '다모아' 
재활용을 안 하고 청결함으로 손님을 끄는 '임실집'
안주로 몸까지 내미는 '정읍집' 등등 변방의 강적들도 있다

나는 모든 곳을 가보기는 했지만 가장 오래된 단골은 성수식당이고
‘와락’이 영업을 할 때는 주로 ‘와락’을 갔었다
물론 막걸리삼국지를 써보겠다고 생각을 했을 때는
정집, 성수, 뚱이네를 고루 다니던 시기였다



2014년 7월 20일 사진이다 성수식당의 신여사님...


한 병에 4천원을 받는 성수식당의 공짜 안주...




2014년 7월 20일 사진... 왼쪽이 정집 이여사님이고 오른쪽이 써빙.....

막걸리집의 생존 원칙중 또 한가지는 종업원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 자기 인건비 따먹기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집'이 몰락하여 남부시장으로 들어오기 전에는 종업원 7~8명을 쓰는 전주에서 손꼽히는 백반집이었다

정집은 주로 밥을 팔았다 단골들에게나 술만 팔았는데 여러가지 반찬보다는 한 두가지를 맛깔나게 내놨다

정집 아주머니는 재탕의 귀재이다

다른 상에서 먹다 남은 찌개 같은 것을 막 썰은 파 같은 걸로 데코를 하여

막 요리해 나 온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게 특기이다.


훗~~ 야간도주한 숨은 스토리가 이것 저것 많다




키가 아주 작달막한 야무진 아주머니이다



역시 2014년 7월 20일 사진인데....  이때가 '뚱이네' 최고의 안주를 자랑할때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뚝배기 옻닭, 족발, 오징어 튀김, 육회, 다슬기, 갈치조림....

저게 모두 서비스다

아들의 죽음이 아니었으면......



원래 다른 목적으로 인테리어를 했는데 장사가 안되어 양여사가 인수를 하여

막걸리집을 열었다




'와락' 상인줄 알고 올려 놓고 찬찬히 보니 '와락'이 아니고 성수식당 상 차림이네... (나중에 다시 찾아 와야지)




이렇게 남부시장의 막걸리집 만 전전하던 내가..... 

작년부터 막걸리집이 아닌(막걸리를 팔기는 하지만)
'객주'라는 밥집 위주의 식당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그 이유는 앞서 '객주예찬'에서 자세히 얘기했지만
다시 한 번 간단히 말하자면
내가 일을 시작한 후 쉬는 날이면 낙이 산, 술, 글, 잠 인데
객주에서 술과 글(컴퓨터가 있어서)을 동시에 해결 할 수 있어서였다
자주 가다보니 안주도 먹을 만해 지고...
그렇게 자리를 잡았는가 싶었는데 그런 객주가 이사를 간단다.

남부시장을 탈출하여 동문사거리로.....



4월 30일  '객주'가 이사할 장소에서 한창 청소중....

가서 아는 체를 하려다가 괜히 일 복 터질까 무서워 살짝 도망왔다 



5월 4일,  아직 오픈하기 전인데 어버이날을 앞둔 어머니와 동생부부와 같이....

카드기가 안되어 동생이 5만원 외상함



5월 13일 르윈호텔 사우나 캐셔들과.....



5월 15일  용순이 딸래미 시집 보낸 턱을 내고 있다



5월 16일 동생이 보내온 '천지람'을 용진이와...

안주는 홈프러스의 14,900원짜리 양장피.....



5월 16일에야 '객주' 간판을 단다


나는 이제 '객주'로 와야 하나 남부시장으로 가야하나....

결정했다

1차 술, 글은 '객주'

2차는 남부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