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2-13 15:28
파산과 면책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1,173  

2020년 1월


내가 파산 신청을 한 것은
신용불량자가 되고 나서 7년여가 지난 2017년 8월 22일 이었다.
그 7년 동안 나는 서류상 유령이었다.
주소는 사용하지도 않는 친구 사무실로 옮겨 놓고
부동산은 물론 내 명의의 은행 통장 하나 없었고
심지어 휴대폰도 내 명의가 아니었다.
마치 법정스님이 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대로 평생을 살까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상황이 생겼고
그 결정의 끝에 ‘개인택시’라는 목표가 정해졌다
그 목표를 위해서는 사업자등록을 내야하는데 신용불량에
그 많은 채무를 지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였기에
파산의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

47,558,611,823원(475억원)
내 부채 금액이다
이자가 붙긴 했겠지만 나도 이 정도로 많을 줄은 몰랐다

2006년, 과거 20년 정도를 근무했던 제2금융권 금융기관과
합작 사업을 하게 된다
경기도 평택에 아파트 사업인데 총 1,800세대의 비교적 큰 규모의
시행 PF(프로젝트 파이낸셜) 사업이었다.
금융기관과의 합작이었기에 자금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지주들과의 계약만이 관건이었다.
그것도 계약 건은 내 소관이 아니고 나는 자금만 담당하면 되었기에
나는 골치 아플 일도 힘들 일도 없었다.
계약이 86%를 넘어서고 평택시에서 우리 사업장이 아파트 지구로
획정까지 되면서 사업은 거의 9부 능선을 넘어 서는 듯 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2007년 4월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대부업체의
부도를 시작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급속도로 어려워지자 그 여파가 우리나라까지
파급되어 대형 시공사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움츠리는 바람에
우리나라의 PF 사업은 완전히 얼어붙어 버렸다
그래도 우리는 뒤에 금융기관이 있었기에 버티고는 있었는데
결정적으로 나와 합작한 금융기관이 2009년 12월에 영업정지 사태에 들어가며
사업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2010년 초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두 손을 들었다

2017년 8월 22일에 변호사 사무실을 물색하여
파산절차를 밟는 계약에 들어갔다
그런데 변호사 사무실을 잘못 선택했다
파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던 터라 daum 시작화면의
배너 광고를 보고 낚인 것이다
그 대가로 들지 않아도 될 700여만 원을 생돈으로 날렸다
자기들이 검토해서 코치만 해줬다면 미리 방비할 수 있는 돈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주소지가 전주이기 때문에 전주지방법원에서
판결을 받고 ‘파산관재인’도 전주 소재 변호사 사무실이 랜덤으로
선택되는데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서울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에
위임을 한 것이다
그러니 전주에 있는 파산관재인 변호사 사무실에서 호감을
가질 리가 없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내가 서울에 위임했던 변호사 사무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채무 확인과 법원에 접수만 대행 할 뿐이고 실제적 파산에 관련해
아무런 조언도 역할도 안 해준다는 것이다
법원 접수 후 전주지방법원에서는 전주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을
랜덤으로 선택하여 ‘파산관재인’을 선임하는데 사실상 파산에
관한 모든 조사나 결정은 그 파산관재인이 다 한다는 것이다
법원의 결정은 판사가 하기는 하지만 그 결정을 하기까지 주 역할은
관재인이 한다는 것이다
‘파산관재인’이 선임되면 처음 준비 했던 모든 서류들을 다시 준비를 해야 한다

서울 위임변호사사무실 : “관재인 쪽에서 요구하는 서류가 우리에게 제출한 서류와
                                   중복되면 생략하면 됩니다“

전주 관재인 사무실 : “그것은 그 쪽 사정이고 우리 목록에 요구하는 서류는 모두
                              다 제출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전주에 있는 수많은 변호사 사무실을 놔두고 서울에서 선택했던
내 잘못이 크다
돌이켜 보니 내가 무슨 큰 재판에서의 로펌을 생각했었나보다

그 후 1년 4개월 동안 서울을 선택해서 일어난 여러 가지 짜증나는 일이 많았다.


파산일지

1. 2017.  8. 17  1차 서류 보냄
2. 2017.  8. 22  서울 변호사사무실과 계약
3. 2017.  9. 21  2차 서류 발송
4. 2017.  9. 28  전부지방법원에 접수
5. 2018.  3. 13  파산선고 및 파산관재인선임
6. 2018. 10. 24  파산종결 결정문
7. 2018. 11. 29  면책 결정문
8. 2018. 12. 14  면책확정 결정문


비록 면책이 확정되었으나
신용카드를 만들거나 은행 대출을 받으려면 면책일로부터 2년이 지나야 한다.
그러니 내가 정상적으로 은행을 이용하려면
2020. 12. 14 이 지나야 한다. 









파산과 면책까지 다 끝나자 주변의 친한 친구들 마저 하는 말....


"이제 상황 정리 되었으니 마늘 밭에 묻은 돈 좀 꺼내지?"


빚이 475억이나 되니 콩고물만 해도 몇 억은 되지 않겠느냐 이거지?

이때 내가 하는 말이다


"동업하던 관련된 임원들 모두 짧게는 2년 길게는 7년을 빵 살았거든?

나는 안 살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