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4-18 12:16
마지막 쭈꾸미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1,164  

2020. 04. 16(목)


90년대 초반

셋은 한 동네에 있었다

나는 금융기관에 근무를 하고 있었고 유세춘은 우리 회사 바로 앞에서

철재상을 아버님에게 이어받아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었고(지금은 아들이 이어 받았으니 3대가 되었다)

또 한 명 길강섭은 30m쯤 옆에서 약국을 하고 있었다

우리 셋은 직접적인 연은 없었지만 알고 난 후에 보니

유세춘은 내 친한 중학 동창과 초등 동창이었고

길강섭은 내 사회 친구와 대학 동기였다


이번 우리 셋의 모임은 5~6년 만인가 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나서야 모임이 이루어진다


식사 메뉴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을 한다

유세춘이 일주일에 3번 월수금에 투석을 하기때문에 

시간도 그렇지만 먹는 메뉴도 신경을 써야 한다

본인은 아무거나 상관 없다하지만......


그래서 생각한 게 약간 늦었지만 

쭈꾸미로 정했다(나 혼자...)

남부시장 도매집은 이미 취급을 안한다

중인리 모악산 가는 쪽에 '서영수산'이 크게 생겼다고...



얼마 전에도 한 번 와서 쭈꾸미를 산 적이 있었다



여기는 너실너실 겁나게 많네...



2키로를 사면서...

"현금으로 계산하면 좀 더 주나요?"

200그램 더 준다



길약사는 교대하러 올 각시가 깜박하는 바람에 좀 늦는단다

"어디서 뵌 듯 한데....  남부시장에서 했었죠?"



길약사는 늦었어도 별 미안한 기색도 없다



우리는 미리 먹고 있었으니 늦게 온 사람 많이 먹으쇼....

우리 셋은 오래 알았지만 서로 존대를 한다



세춘이는 곧 각시가 신장이식을 해준단다

왼손 중지를 보면 잘려 있다 20대때 철재 작업중에 사고가 있었다고...



우리는 40대 전 후반때 잘 어울렸다

일요일 아침이면 왱이집에서 만나 설중매 2병을 사 와서 컵에 세 잔을 만들어 나눠 마셨다

셋이 볼링도 치러 다녔다

세춘이는 운동신경이 없어서 볼을 뒤 쪽으로 던지는가 하면

힘이 넘칠 때는 다른 사람 레인으로 던져 난감할 때도 있었다



세춘이 각시가 델러 왔다

올때도 데려다 줬다는데 아주 양처이다

최근 보기 드문 효부이기도 했었다

시부모님을 돌아가실때까지 모시며 고생을 했지만 싫은 기색이 없었다



'찍지 마세요~~'



이미 그 전에 이렇게 찍은지도 모르고....


다음을 또 기약했지만 가능 할 지 모르겠다

세춘이가 투석에다 워낙 병치레가 많아 예측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약속도 열흘 전에 서로 시간을 맞춰 겨우 정했었다

그래도 시도는 해 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