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0-04 11:33
명절 선물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918  

2020. 09. 12(토) ~ 10. 01(목)


내 기억에 내가 경제활동을 해 온 이후 명절에 선물을 하지 않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아주 어려웠을 때도 개수나 가격을 줄였을 뿐 

그냥 건너 뛴 적은 없다

이렇게 명절이면 꼭 선물을 하는 이유는 아마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해왔던 것을 보고 배운 것이리라

그때 우리 집은 주로 받는 편이었다.

주는 곳은 선친의 친구 분 댁 몇 군데였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그 심부름은 내 몫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선물도 시대별 유행이 있었다.

내가 초딩 시절이었던 60년대 중후반은 단연코 설탕이었다. 

누런 회포 대 종이봉지(지금의 시멘트 포대 같은 것)에 큰 것이 15키로 정도? 

명절 끝에 보면 다락방에 그득 쌓였다 

그 많은 설탕을 다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70년대에 들어와서는 나무궤짝 사과와 배가 주종을 이뤘는데 

시중에서는 거래가 금지 되었던 양담배와 간혹 양주도 들왔다

선친께서 술을 못 드셨기 때문에 양주를 선물하는 사람들은 

우리 가족과 별로 친하지 않은 거의 청탁 목적이었다. 

그때의 양주는 지금같이 발렌타인이나 로얄살루트, 꼬냑류 등 골고루 있는 게 아니었다.

오로지 죠니워커였고 그것도 블랙라벨은 귀했고 거의 레드였다 

블루라벨은 그때는 본적도 없다

한마디로 싸구려만 들어왔다는 것이다

80년대로 들어오면서 대체로 먹고 살만해지자 

건강을 생각해서일까 인삼이 유행했다 

지금의 정관장 제품 같이 종류는 다양하지는 않았고 

도시락 같은 정육면체 상자에 들어 있는 건삼이었는데 

아무런 가공도 하지 않은 그냥 생삼을 바싹 말린 상태였다 

50편짜리가 일반적이었고 30편은 고급이었다.  

지금 가격으로 환산을 해보면 50편은 5만 원 정도 30편은 8만 원 정도 되지 않을까?

90년대는 경제 상황이 풀리면서 선물세트가 다변화되었다 

젓갈류도 세트화 되어 나왔고 

세정품으로 비누 치약 샴푸 세트들이 등장했다

이 이후로는 종류가 광범위해져 특정 품목이 유행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우리 집에 들어왔던 선물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소갈비이다 

우리 집 옆 공터에 세 들어 있는 건영정기화물 소장이 양 명절이면 

항상 한 짝을 보내왔다 한 짝이라 함은 소 한 마리를 잡으면 두 짝이 나오니 

통마리의 절반이라는 얘기다

그것도 손질하여 가지고 오는 게 아니라 대강 기름만 제거하고 

통째로 가져왔다 

한마디로 주는 자와 받는 자의 위세를 위한 텀턱스런 퍼포먼스였다

통갈비는 다시 아는 정육점에 가져가서 손질을 해 와야 했다 

그 번거로운 짓을 정기화물이 이사 갈 때까지 십 수 년을 해왔다 

이어서 갈비 선물은 한 사람은 석환형님이라고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우리 집 트럭 기사였다가 나중에 선친의 입김으로 

성심여중고 내에 매점을 했던 분이다

그때부터는 갈비가 석작같은 바구니에 포장되어 왔다

나는 명절 선물에 있어 일회성이 아닌 바에야 

주는 사람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A에게서는 항상 굴비가 들어와, B는 늘 배를 선물해...

그렇게 되면 받는 입장에서는 하다못해 제수 준비를 하더라도 

중복되게 구입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 선물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직장의 사장으로 계시던 분 덕분에 '선물관'이 확실해졌다

'선물은 윗사람에게 하는 게 아니고 아랫사람이나 동료에게 하는 것이다'라고 하시면서

직장 내에서 상사에게 선물하는 것을 엄금하였다

그분은 그때 이미 김영란법을 예견이라도 하신 것 같다

물론 사회와 직장은 다르고 결국 뇌물이나 아부성 선물을 금지하라는 뜻이었겠으나 

나는 지금까지 그 원칙을 염두에 두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선물은 세 가지다 

선친께서 표고버섯을 재배하셨기 때문에 처음에는 마른표고버섯을 선물했다 

버섯재배를 그만 둔 뒤에도 거래했던 도매상들에게서 싸게 구입하여 

오랫동안 버섯으로 선물을 했다 

도매상들이 돌아가시고 그만 두고해서 더 이상 싸게 구입을 못하게 되자 

럭키(지금의 LG)생필품 대리점을 하는 친구가 있어 

몇 년간은 비누, 샴푸 선물세트를 구입했다 

그러다가 그 친구가 죽고 지금의 커피세트로 품목을 바꿨다

커피세트는 카누로  했었는데 작년부터 이디야로 바꿔봤다



이번 추석에도 이디야 커피세트를 주문했다



올 설까지만 해도 12개를 준비했는데 회사를 그만두면서 4개가 절약되고

형도 가버려서 1개가 또 줄어드니 10개만 준비했다


내가 회사 3년을 다니면서 사장, 전무, 경리과장, 정비과장 4명에게

6번의 명절마다 빼지 않고 커피를 선물했다

그런데 그 누구에게도 구두로나 문자로나 고맙다는 말을

단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다

물론 그런 말 듣고 싶어 선물을 한 것은 아니지만....

택시회사의 생리가 그런가???



이번 것은 20,900원짜리다



이번부터 특이 한 것은 쇼핑백이 그냥 쇼핑백이 아니고 세트의 뚜껑 역할까지 같이 하고 있다

쇼핑백의 재질도 단단하다



이렇게 각을 주어 위 아래를 구분 할 수 있도록 해놓고...


이번 추석 선물을 누구누구에게 줬을까

1. 집주인 1 (현관문고리에 걸어둠)

2. 집주인 2 (주위 가게에 부탁)

3. 동연 (우체국 택배)

4. 동제 (우체국 택배)

5. 손교수님 (현관 문고리)

6. 객주 (직접전달)

7. 형열 (직접 전달)

8. 철언각시 (현관 문고리)

9. 소산원 동네 인수 (직접 전달)

10. 규현 (객주에 맡겨 놨는데 2020. 10. 9 현재 안 찾아감)



철언 각시네집.... 이렇게 결어 놓고 온다



지금부터는 받은 것


철언각시가 항상 보내오는 토마토즙.....

사실 안 받고 싶지만 부득불 택배로 보내오니..... 쩝...



동연이가 보낸 햄과 홍삼....

홍삼은 명절 선물이 아니고 이번 장모 문상에 대한 인사라고나 할까



동제가 준 흑삼액...  

코로나 시기라 면역제가 유행인가?

나는 햄이 더 좋은데...



형열이와 메눌이 심사숙고해서 고른 선물이라네....

내가 절대 안 먹는 술이 담금주인데



명절에 받은 아들, 메눌의 첫 선물이니 누구를 줄수도 없고

먹는 일은 더더욱 없을거고...

하는 수 없다

술은 썪지 않으니 대대로 가보로 물려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