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9-24 13:18
소 아롱사태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489  

2022. 9. 21(수)


내가 좋아하는 소주 안주를 꼽으라면 '보신수육'과 '소 아롱사태 수육'이 있다

그런데 앞 쪽 '수육'과 뒤 쪽 '수육'은 약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구분 하기에 앞서 '수육'의 사전적 의미는 '삶은 고기'로 되어 있으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익을 숙(熟)자를 써서 '숙육'이었으나 이것이 기역 탈락으로 '수육'으로 쓰이게 되었다

그러니 물에 삶았다고 연상되는 '수육'이 그 물 수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식당에서 사 먹는 '수육'은 개 든 소 든 삼겹살 같이

껍질, 기름, 살....  등으로 층이 있어야한다

뒤에 쓰인 수육은 고기를 사다가 내가 삶아서 먹는다는 의미의 수육이다


내가 처음 삶은 소고기의 맛을 알게 된 것은 술을 배우기 전의 어린 시절이었다

먹고 살 만한 우리 집은 명절이면 소갈비찜을 했었는데

손님이 많아 순수하게 소 갈비로만은 고기가 넉넉치 않아 사태나 양지살을 더 사서

저며서 갈비찜에 넣었고 넣고 남은 부분을 삶아서 초장에 찍어 먹었는데

나는 오히려 갈비찜보다 삶은 고기를 더 좋아했다

그 후 처음으로 아롱사태에 접한 것은 1980년대 말 90년대 초에 내가 살던 아파트 상가에

후배가 정육점을 개업하게 되면서부터이다

인사로 가져다 주면서 삶아 먹어 보라해서 시키는대로 먹어봤더니 환상적이었다


소 한마리 앞다리에서 딱 2개(합쳐서 500g정도)만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십수년 뒤에 알았지만 그것을 알기 전 까지는 그 후배가 나를 위해

모았다고 3~4개씩 주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한 달이면 한 두번 꼴로 사다 먹었는데

그 중 한 두개는 질겼다 지금 생각해 보니 생각한 척 하고 끼워 팔기를 했던 것 같다


그 후배가 가게를 옮기고 난 뒤에는 그나마라도 그 맛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그 부위는 여러개가 뭉쳐진 아롱아롱한 사태에 끼어져 있어서 맘 먹고 분리해 내지 않으면

그냥  두리뭉실하게 아롱사태로 분류되었다

대형마트에 어쩌다가 그 부위가 있으면 얼른 샀지만 막상 먹어보면 아니기가 일쑤였다

그러다저러다 포기하고 살 던 어느 날.....


남부시장 천변에 있던 있는 정육점으로 여기를 먼저 알게 된 게 아니고

옆에 있는 두부집이 후배여서 자주 가다가 알게 된 고기집이다

그 사태는 아예 생각도 안해봤고 그냥 다른 고기를 사며 친해졌는데....


그러던 어느날 !!!


뭘 사러 갔나?

아니면 그냥 들렀나?


부부간에 점심을 먹고 있다

그런데  앗!!!!

가운데 반찬 때깔이 딱 그 삶은 사태살이다!!!


아니 이걸 자기들끼리만 먹는 단 말여?


"어이, 이 부위 앞으로 모여 놨다가 난티 연락해"



그런데 아니었다

이게 아니라고~!!!!!


내가 그 부위를 확실하게 안다는 것을 갸들이 알기 까지는

몇 번의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모아 놓는다

그래봤자 2개다


절반을 자르면 이렇게 된다

이게 한 근이 채 못 되고 값으로는 25,000원 정도이다

하지만 혼자 먹기로는 딱이다


압력솥이 있으면 25분 정도면 되지만

나는 싸구려 인덕션과 양은 냄비 밖에 없다

85분을 끓인다


젓가락을 넣어봐서 바로 쑤욱~ 들어가면 OK~


아~!! 맞아 때깔이 바로 이거야~~


이 사태와 어울리는 사이드는 참기름소금과 고추마늘이면 끝이다


내가 보통 소맥이면 1:3   맥막도 1:3 이지만....

이 사태를 먹을때면 2:2로 바뀐다


꿀꺽~ 원래는 이렇게 잘라 한 첨씩 먹어야 하는데.....


아껴 먹으려고 잘게 자른다...... ㅠ ㅠ....


먹다보니 마늘 고추가가 동난다

고기보다 더 먹거덩~~~~


3시간에 걸쳐 먹는다.....


내가 요즘 다이어트 중이다

다트 중에는 술 먹고 난 뒤 식사를 절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태를 삶고 난 뒤에는 사태 궁물을 용서 할 수 없다


여기서 또 고민에 들어 간다

컵 사리를 먹느냐? 라면 사리를 먹느냐?

다이트를 생각한다면 컵을 선택해야하지만.....

이게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냐?

그냥 라면으로 먹자!!!


사태국물에 라면~~  안 먹어 보면 그 맛을 알 수 없지....

후추도 듬뿍~


아~~!!!!! 아쉬워~~~~


하지만 이제 원하는 사태 그 부위는 계속 모아놨다가 주기로 했다


아고 입주 이후 최다 설거지였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