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11-02 14:51
한 친구 -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423  

2022. 10. 30(일)


"차라리 폐암이었으면 좋겠다"


아니 뭔데 암보다 더 한 게 있단 말인가

초중 동창이지만 말이 친구이지 그렇게 교류가 많았던 사이는 아니었다

내가 택시를 시작하면서 10여 년 경력이 있는 그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같이 술자리를 하면 즐겁기도 하거니와 마음도 편했다

날짜와 시간 장소, 심지어 안주까지 나에게 맞춰줬기 때문에 더더욱 고마웠다

술자리는 또다른 친구와 주로 셋이서 했는데 경우에 따라 이 친구 저 친구들이

합류하곤 한다

보통 한 달에 한 번 꼴로 만나는데....

이번에는 두 달이 넘게 소식이 없어 10월 29일 평소와는 달리 내가 먼저 전화를 했다

다음날이 쉬는 날이었지만 너무 촉박해서

다음 번 쉬는 날인 11월 2일 쯤에 약속을 잡으려했는데...

전화를 받자마자


"응 너 내일 쉬는 날이지? 4시까지 객주로 갈께 범종이에게는 내가 연락 하마"


"응 이번엔 통닭이나 시켜서 먹자"


"알았어 그건 니 마음대로 해"


내가 쉬는 날이면 거의 항상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술을 마신다는걸 익히 알고 있거든


범종이와 나는 쏘맥을 맛나게 먹는데 규진이는 맹물에 닭을 뜯는다


허파에 이상이 있어 조직검사를 하는 시술 등으로 3주간이나 입원해 있었단다

근데 문제는 조직검사 결과였다고 한다

폐가 섬유질화 되어가고 있는데 원인도 약도 현재로서는 모르고 없다는 것이다

그저 하루에 1 만보 이상을 걸으라는 처방 뿐이란다

그래서 오늘도 평화동으로 빙빙 돌아 1 만 5 천보 걸어 왔다네

하지만 말하는 내내 고민을 내비치지 않고 밝은 기색만 가득하다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동안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친구더러

전혀 환자 같지가 않고 놀러 온 사람 같다고 하더란다

하지만 본인 속 마음은 어쩌겠어.....


이 사진을 보면 심각한 것 같아 보이지만 우연히 이렇게 찍힌 것 뿐이다

실제는 아주 명랑하고 쾌활하다


걸어다니려면 모자를 하나 사야겠다고 해서 내가 준다며 집으로 데려간다

아껴둔 모자인데 큰맘 먹고 줘야지...


저리 뵈도 네떼루도 있고 꽤 값나가는 거다


이 친구를 만나고 나면 나는 별 것도 아닌 것 같고 심각하고 째내는 것 같아 부끄럽다

어떻게든 이겨내 다시 신나게 한 잔 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