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11-26 18:34
전주 물짜장 이야기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290  
2023. 11. 26(일)

'물짜장은 전주에만 있다.
전주에 있는 거의 모든 중국집은 물짜장을 다 한다.
하지만 다 맛있지는 않다'

내가 외지인들에게 물짜장에 대해서 말 할 때 늘 하는 말이다
하긴 요즘 전주 물짜장이 워낙 뜨다보니 
익산이나 군산 등 타지에서도 앞 다퉈 메뉴에 올린다더구먼.
 
또 때깔을 설명할 때는

'울면이라고 아시죠? 울면은 우동에서 국물 빼고 전분을 넣어 쫀독거리게 만든 거라면 
물짜장은 짬뽕에서 국물을 없애고 찰 지게 만들었다고 보면 됩니다.'

물짜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한 예를 들어보면 40~50대에 잘 어울리던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둘이 주량도 비슷하고 식성도 비슷했다 그런데 유독 짜장면에 대해서는 서로 호불호가 갈렸다
나는 진미반점 짜장면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맛있다고 한 반면 그 친구는 홍콩반점 짜장면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맛나단다.
그 두 집은 모두 오래된 화교가 운영을 했고 지금의 웨딩거리에 불과100여 미터 사이에  두고 위치해 있었다.
육안상의 특징을 보면 진미 것은 찰 졌고 홍콩 것은 묽었다.
짜장 소스에 들어가는 재료는 홍콩 것이 듬성듬성 더 컸다
사실 따지고 보면 양쪽 집 모두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친구나 나나 개성이 워낙 강해서 서로 주장을 했을 것이다
근데 우리는 진미를 5번쯤 갈 때 홍콩은 1번 정도 밖에 안 갔다 왜냐하면 항상 밥값을 내가 내니까
이제 홍콩반점은 없어져 비교해 볼 수가 없지만 내가 왜 이 이야기를 꺼냈냐하면 
맛이란 다분히 주관적이고 맛에는 상수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다
따라서 앞으로 내가 물짜장의 맛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는 그 점을 감안했으면 한다.

나는 한 때(40~50대쯤?)
물짜장에 빠져서 맛있다는 곳은 꼭 찾아가 먹어봐야 직성이 풀렸다
그 당시 내가 주로 다니며 맛의 기준이 되었던 곳이 시청 앞 오거리 부근에 있는 '수정관'이다
여러 곳을 다녀 봤는데 대부분 그저 그랬고 화교가 운영하는 '영흥관'과 
태평동에 있는 '중본이짜장'(현재는 주인이 바뀌어 별로임)만이 수정관 맛과 대등했다
지금은 백종원이 덕분에 대박이 나고 있는 남부시장의 '노벨반점'도 그 시절 가봤는데 
인근에서 현재 장소로 확장 이전하기 전이었다. 
점심시간이었는데도 자리는 헤성헤성 했고 물짜장은 때깔도 맛도 나에게는 기준 미달이었다.
쉽게 말해 어느 동네에나 하나씩은 있는 그런 중국집이었다.
노벨반점은 뒤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23년 8월의 수정관은 그래도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아온다


그 때 수정관 주인은 나보다 대여섯 살은 더 위였으니 지금은 70대 초중반 쯤 되었을 것이다 
얼굴이 좀 얽었고 혼자 주방과 배달을 모두 소화했다 
얼굴이 좀 반반한 중년여자가 서빙 겸 바쁠 땐 주방도 거들었는데 처음엔 부인 인줄 알았는데 종업원이었고 
부인은 어쩌다 붐비는 점심때 나와 카운터를 봤는데 풍을 맞아 반신을 잘 못 썼으며 
서빙도 못하고 겨우 계산만 도왔다 겉모습도 남자 주인보다 열 살은 더 들어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종업원 여자와 썸씽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을 것 같았다
2013년경 수정관 주인은 돌연 가게를 넘겨 버리고 얼마간 쉬다가 중앙시장 한성원 주방장으로 들어갔다 
수정관은 젊은 부부가 인수를 했는데 그 뒤로 맛이 변해서 발길을 끊었다 근데 희한한 것은 
수정관 주인이 한성원 주방장으로 갔으니 한성원 물짜장이 예전 수정관 맛이 나야하는데 아니었다. 
아마 한성원 주인도 주방장 출신이라서 월급쟁이 주방장이 마음대로 못하는 게 있었으리라
이 수정관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2013년 5월(주인 바뀌기 전) 가수 '데프콘'이 전주 본가에 와서 배달된 수정관의 물짜장을 먹고 
TV오락프로에서 소개를 하는 바람에 생소한 이름의 '물짜장'이  졸지에 전국으로 유명세를 탄 것이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5년 어떻게 섭외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전주 노벨반점이 백종원의 삼대천왕 프로에 나오게 되었다
(2012년 ‘1박 2일’에도 노벨반점이 소개되었으나 그때는 크게 주목 받지는 못했다)
한옥마을이 한창 뜨던 시절이라 관광객들에게 까지 소문이 퍼지면서 
노벨반점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손님이 밀려들었고 
결국 현재 장소로 확장 이전까지 하게 되었다 코로나 시절이야 다 어려웠으니 말할 거 없고 
코로나가 물러간 지금은 예전 같지는 않지만 다시 주말이면 줄을 선다. 
그런데 문제는 90%이상이 관광객들이라는 점이다




왼쪽에 백종원사진이 큼지막하다 
평일이라서 줄이 없지 주말 같으면 줄을 선다


내 개인적인 불만은 그 관광객들이 노벨반점 물짜장을 먹고 
그게 전주를 대표 하는 물짜장이라고 인식을 해버린다는 것에 있다
그렇다고 무슨 물짜장 기행이라도 온 것처럼 
'영흥관' 물짜장 '석명각' 물짜장 다 비교하면서 먹어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가령 어느 식당에서 색다른 음식을 맛있게 먹고 
다음에 또 두 세 차례 가서 변함없이 맛있게 먹었다면 
이미 그 메뉴에 내 입맛이 길들여졌다고 봐도 될 것이다
전주에 여러 번 온 관광객 삼식이가 올 때마다 노벨반점 물짜장을 먹었다면 
삼식이는 여기가 전주에서는 제일 맛있는 정통 물짜장집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그 생각이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백종원이 왔다갔다고 모두 대박 나는 것은 아니다 
가령 남부시장 콩나물국밥집 '3번집'은 백종원이 왔다 간 뒤로 몇 개월 호황을 누렸는데 
초심을 잃어 지금은 파리 날리고 있다
노벨반점은 적어도 그러지는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일단 손님이 꾸준하고 인터넷상에 올라오는 사진을 보면 
예전 내가 먹었던 것과는 달리 해물이 눈에 많이 띠고 붉은 색도 예전보다 더 짙어진 것 같아서이다
그래서 이 글을 다 쓰기 전에 다시 가서 먹어 볼 생각이다 
하지만 내가 택시를 하는 7년 동안 노벨을 가거나 노벨에서 탄 손님 중 전주 사람은 딱 한 팀씩 이었는데 
노벨에서 탄 경우는 코로나 이전이었고 저녁 해질 무렵이었다. 

"저게 뭐가 맛나다고 사람들이 버글버글 하는거여"

"다 관광객들이잔여"

"지미, 노벨 노벨해서 와봤드만 우리 동네 5천원짜리 한들각만 훨 못하네"

30대 남자 세 명이 타면서 저마다 한 마디씩 한다
노벨이나 물짜장에 관심이 있었던 나로서는 하고 싶은 말도 있었고 묻고 싶은 말도 있었는데 꾹 참았다 
또 중화산동에서 노벨반점을 가자고 한 경우가 있었는데 그 얘기는 다른 이야기 후에 다시 하겠다
사실 물짜장의 포인트는 별거 아니다 
전분, 해물, 매콤함 이 세 가지다 이것들을 어떤 비율로 어떻게 볶아서 맛을 내느냐는 요리사 각자의 비결이겠지
어느 날 진미반점에서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주인에게 물었다 

"여기 물짜장은 어떻게 만들어요?"

"아고 그거 영업 비밀인디요"

나는 같잖다는 듯 눈을 흘기고 말았는데 주인은 내 질문의 의도를 몰랐다
전주에서 진미반점 만이 물짜장의 초식이 달랐다
물짜장은 일단 매콤해야 하는데 진미 것은 흐멀건하니 우동과 울면의 중간 정도라고나 할까? 
그런데 내 동생은 그걸 먹어보고는...

"나는 진미반점 물짜장이 맛있던데?"

그건 잡탕밥을 시켰는데 잡채밥이 나오니까 그걸 먹고는 맛있다고 하는 격이다

내가 전주 막걸리, 콩나물국밥 이야기보다 전주에만 있는 물짜장이나 가맥이야기를 먼저 쓰려고 했는데 
물짜장이 제일 늦어진 이유는 '물짜장'이란 이름의 유래와 원조 물짜장집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였다
그런데 이제는 어느 정도 감을 잡았고 더 이상 조사하고 물어 볼 대상이 없어 써보기로 한 것이다
먼저 물짜장이란 명칭을 보면 실물과는 전혀 어울리질 않는다.
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짜장이 들어가 까만 것도 아니고...
그 동안 중국집 주인들이나 주방장들을 만날 기회만 있으면 왜 물짜장인지를 물어봤지만 
어느 누구도 명쾌히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의 또다른 단골인 2대째 화교가 운영하는 '영흥관'에 몇 달 전만해도 홀 벽면에 온통 자기네가 
물짜장 원조라고 써 붙여 놨었다(지금은 막 리모델링은 하여 아직은 깨끗하다)  
남편이 주방을 보고 부인이 홀서빙을 했는데
얼마 전부터는 아들도 같이 돕는 것 같았다 
영흥관은 원래 배달을 안 하는데 내가 인근 원룸에 몇 개월 살 때 나는 예외로 배달을 해줄 정도로 친했다 
나도 물론 바쁜 시간은 피해서 시키는 예의는 지켰지만...



23. 11. 11  영흥관 내부는 갓 리모델링을 했다


내 물짜장의 변천사는 수정관 - 중본이짜장 - 영흥관 그리고 최근에는 석명각으로 옮겨 왔다
내가 택시를 시작하고 근래 석명각을 알기 전까지는 먹거리를 물어 보는 관광객들에게 
줄기차게 영흥관 물짜장을 선전했다 
그 덕분에 전주 물짜장을 검색해 보면 노벨반점 다음으로 영흥관이 많이 뜬다. 
주인도 그걸 알아서 내가 가면 서비스로 고량주나 빽알을 한 병씩 준다. 
그 이후 물짜장 효과를 알고부터 벽면에 원조라고 써 붙인 것이다
언젠가 넌지시 물어 본 적이 있다

"물짜장이 왜 물짜장이라고 했대요?"

"나는 잘 몰라요 우리 시아버지가 맹그러서요"

화교들은 대부분 대물림으로 몇 십 년 이상을 중국집을 해 와서 나름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나 아집이 강하다 
진미반점도 전주식 물짜장을 만들 줄 몰라서 히멀건하게 내놓고 물짜장이라고 할까 
자기네가 원조가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아니까 자기들만의 초식으로 만들어 놓고 원조라고 주장하는 거지. 
또 대보장(화교) 주인에게도 물어 본 적이 있는데 
그 양반은 자기네라고는 하지 않고 지금은 없어진 옛 다가동파출소 부근에 있었던 ‘홍빈관’(역시 화교)일 것이란다.
자신도 없고 믿기지도 않게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물짜장' 이름에 대한 힌트를 처음 얻은 때는 석 달 전인 23년 8월이다 한옥마을 남쪽 끝자락에 있는 
'석명각'이라는 조그만 중국집인데 전주 짜장기행을 한답시고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곳으로 
짜장이면 짜장 볶음밥이면 볶음밥 울면이면 울면 다 맛있었다. 
물짜장은 말할 것도 없고, 그날은 점심 한참 전이라서 한가했다 
삼복중이라 콩국수를 시켜 시원하게 먹으면서 지나가는 말로 물어봤다



전주 한옥마을 끝자락의 조그만 '석명각'



석명각의 물짜장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사람이 석명각 사장님



"물짜장은 왜 물짜장이래요?"

그러자 주방장겸 사장님은 농 섞인 웃음을  지으며

"물이 들어강게 물짜장이것지요'  

"물이 들어가요?'

"암먼요 가다꾸리(전분)가 들어가양게 물이 들어가요"

(싱겁긴)

이러고 끝났다


그러다가 얼마 전 사우나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하다가 러닝머신에 달린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는데 
문득 중국집 주방이 나왔다 앞뒤가 뭔지는 모르는데 주방장 하는 말이 번쩍 귀에 꽂혔다

"간짜장은 원래 마를 '건'자를 써서 '건짜장'입니다 
야채와 고기를 볶을 때 물이 안 들어가서 건짜장인데 그게 부르다보니 간짜장이 된거지요"  

그럼 물짜장이 말이 되지 않는가! 
답은 모양이나 때깔이 아니고 조리법에 있었던 것이다 
그 동안 내 얄팍한 상식으로는 짜장에 야채와 고기를 좀 더 넣으면 '간짜장' 
짜장에 오징어, 새우, 해삼을 넣으면 '삼선짜장' 고기와 해물이 다 들어가면 '삼선간짜장' 이라 알고 있었다. 
때깔만 보면 내가 꼭 틀린 것도 아니지만...
'삼선'도 최근에 안 것이지만 해물뿐이 아니고 버섯류나 고기 등 을 포함시킬 수도 있단다.   
어쨌든 모든 고유명사가 명확한 유래나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니 정리해 보면
춘장과 물이 들어가면 '짜장'
춘장이 들어가고 물이 안 들어가면  '간짜장'
춘장이 안 들어가고 물이 들어가면 '물짜장'!
이렇게 매듭짓고 싶다

이제 전주 물짜장의 원조를 찾아보자면 
먼저 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내가 놀던 남문 통에 '태풍거'란 유명한 중국집이 있었다.
인근 1키로 반경 내에는 배달을 하지 않는 화교가 운영하는 '대관원'과 '아관원'이 있을 뿐이었으니 
장사는 아주 잘되었다 그 당시에 물짜장이라는 것은 당연히 없었다. 
그 후 60년대 말인가 70년대 초쯤에 태풍거에서 착실하게 배달을 하던 종업원이 
재금나와 싸전다리 부근에 '풍남루'라는 간판을 걸고 영업을 시작했다 
물론 태풍거 사장이 도와줘서 개업을 할 수 있었다. 
그 종업원은 태풍거 시절 워낙 성실해서 배달 손님은 거의 풍남루로 옮겼다 
태풍거는 내점 손님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고 
그보다도 얼마 되지 않아 태풍거는 팔복동으로 이사했다
풍남루는 그로부터 10년 이상을 번성했는데 배달은 항상 사장 이 직접 했다 
그때 그 사장이 고안한 게 단골 사무실이나 가게 등에는 식초 통과 고춧가루 통을 아예 고정으로 비치해 뒀다 
70년대 중후반 고딩시절 나의 단골인 남문의 허슬러 당구장, 전동터미널 맞은편의 청룡당구장, 
싸전다리 부근의 그린당구장에도 그 통들이 다 있었고 우리는 짱개를 자주 시켜먹었지만 
그때도 물짜장은 없었다. 
물론 새 메뉴가 개발되고 소문이 퍼지면서 조리법까지 일반화되려면 최소 몇 년은 걸릴 테니 
전주 어느 곳에서인가 이미 태동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동안 내가 알아본 바로는 물짜장의 시초는 79년이나 80년이 가장 유력하다
장소는 중앙시장 인근의 거북탕 사거리에 있었던 '태양관'이다 
연도를 특정 짓는 이유는 80년이 내가 제대한 해이고 
그 때 처음 태양관 물짜장을 먹어 봤는데 이미 많이 알려져 손님이 버글버글 했다
얼마 전 중앙시장 버드나무(지금은 베어지고 없지만 아직도 중앙시장 앞쪽 입구를 말 할 때면 '버드나무 밑'이라 한다) 
맞은편에 있는 약 45년 된 '중앙문구' 사장님과의 대화이다 
부근에 내 옛 직장이 있었는데 총무를 담당 할 때 회사 문구류를 독점으로 구입해 줘서 잘 아는 사이다 

"사장님, 혹시 태양관이라고 기억 나시나요?"

"저기 카도에 물짜장 하던 집말이죠?"

"네 그게 언제 쯤 생겼죠?"

"그것이.... 나랑 비슷했는데 아마 나보다는 좀 늦게 열었을걸요? 
남자가 늙지도 않았는데 머리가 좀 벗어졌고 장사가 잘 되었지 점심때면 나래비를 섰으니... 
내 입에는 밸로드만... 한 사년 쌈빡허니 잘해먹었는디
각시가 갑자기 불치병에 걸리는 바람에 가게를 제대로 넘기지도 못 허고 접었지 아마?"




앞에 보이는 빨간 3층 건물이 '전주시 완산구 태평3길 3' 옛 태양관 자리이다



이 태양관은 예전의 그 태양관이 아니고 상호만 같다
여름까지만 해도 영업을 잘 했는데 지금(23년 10월) 보니 문을 닫았다
여기 맛도 보통 이상은 했는데....



태양관하고 중앙시장 사이에 '전주철재상사'라고 있는데 그 자리에서 60년 넘게 대를 이어 영업을 하고 있다 
유세춘이란 친구인데 지금은 아들까지 나와 3대째를 잇고 있다

"저기 한일베어링 자리에 있던 태양관 말이지? 거기 주인들이 건국댄가 나온 학사 부부였어
시작 했을 때는 짜장 짬뽕 다 했는데 물짜장이 뜨고 나서는 물짜장만 했을걸?
근데 각시가 아파서 몇 년 못했어“

그 거리에 오래 살았다고 두 사람이 태양관이 물짜장의 원조라는 걸 증명 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그 이전의 자취는 발견하지 못했다

나는 태양관에서 80년에 처음 물짜장을 먹어봤고 그 뒤로 두어 번 더 갔는데
딱히 맛있다는 걸 느끼지는 못했지만 특이한 게 ‘불맛’이 난 걸로 기억한다.
그 뒤로 현재까지 불맛 나는 물짜장을 딱 한 번 더 먹어봤는데 십 수 년 전 영흥관에서였다
실수로 불맛을 나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는 그 어디에서도 불맛을 보지 못했다
이 기회에 석명각에 가서 불맛을 한 번 내보라고 해야겠다
석명각 주인은 물짜장 이름만 힌트를 준 게 아니라...

“사장님은 물짜장 원조가 어디라고 알고계세요?”

“확실히는 모르는데 70~80년대에 태평동 어디서 시작했다는 것 같아요”

‘태양관’ 이름은 몰랐지만 내가 주장해 온 것을 증명해 주는 것 같아 아주 힘이 되었다

23. 11. 24(금) 11:25에 노벨반점을 갔다
11:30부터 오픈이라는데 내가 들어가기 전 여자 1명을 포함 한 5명이 먼저 들어간다.
시키는 메뉴를 보니 관광객은 아니고 옷차림을 보니 주변에서 온 모양이다
잡채밥 둘, 간짜장 둘, 물짜장 하나와 소주 2병을 시킨다. 
종업원이 나에게도 물짜장 주문을 받아갔다
불과 10분도 안되어 솔로 관광객들과 커플들로 홀이 꽉 찬다
물짜장 2개가 금방 나온다. 저쪽 테이블에 하나를 내려놓고 나에게도 놓고 간다.
와~ 양이 엄청 많다 때깔도 먹음직하다 내가 좋아하는 목이버섯이 많아 들어 있어 맘에 드네
여기서 의문이 든다.
물짜장이 제일 먼저 금방 나왔다는 것은 소스를 이미 만들어 놨다는 뜻인데
보통 음식을 할 때 대량으로 몽땅 조리를 해야 깊은 맛이 난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또 하나는 즉석에서 바로 조리를 해야 맛있다는 경우도 있다
노벨반점이 아닌 다른 중국집이었으면 물짜장의 수요예측이 어려워 
미리 소스를 만들어 놓지 못하고 시킨 후에 소스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럼 미리 대량으로 만들어 놓은 노벨 것이 맛날까? 
바로 만드는 일반 중국집이 것이 맛날까? 모를 일이다

뒤이어 들어 온 관광객들은 모두 물짜장을 시키고 어느 싱글 한 명만이 만두를 시킨다.

물짜장이 의외로 맛이 괜찮다 
십 수 년 전에 먹었던 물짜장이 아니다 그 동안 많이 발전을 한 모양이다
이 정도면 ‘전주 대표 물짜장’이라 해도 별로 억울할 것이 없다 
와 보길 잘했군 
하지만 나는 석명각 것이 더 낫다



노벨반점의 물짜장....
때깔이 보통이 아니다





23년 11월 24일(금) 11:48의 노벨반점 오픈하고 20분도 채 안되었는데 자리가 다 찬다


여기서 앞에서 말 한 택시 손님 얘기를 해야겠다.
5~6개월 전쯤? (23. 5~6월?) 중화산동에서 한옥콜로 손님을 태웠는데 
내 나이 정도 되는 여자 두 명이었다 노벨반점을 가잔다. 
간혹 노벨반점을 목적지로 말하고 가는 손님이 있지만 
전주 사람이면 거의가 찾기 쉽게 노벨반점을 말하는 거지 실제로는 그 주변이 목적지였다 
그 날도 그러려니 하고 가고 있는데 대화가 흥미롭다

“성님은 물짜장 처음이여?”

“물짜장이고 뭐고 나는 밀가룻 것 별로여”

“한번 먹어봐 이 집 물짜장은 맛나”


나는 전주 사는 택시 손님이 노벨반점을 가는 것도 처음이고 맛있다고 말 하는 것도 처음 들었다


“여사님, 전주 분이세요?”

“예, 나는 전주 토백이고 이 성님은 부안에서 오셨어요”

“근데 노벨반점 물짜장이 맛있나요?”

“그럼요 손님도 얼마나 많은데요 자리 없을까봐 일찍 가는 거예요”

“그럼 다른 중국집에서도 물짜장 드셔보셨어요?”

“글쎄, 다른 데는 잘 모르겠고 예전에 중앙시장 태양관이 맛있었는데 거긴 없어졌고...  ”

“아니, 몇 십 년 전에 없어진 태양관을 아세요?”

“집이 전주국민학교 옆이어서 자주 갔어요”


나는 너무 반가웠다
태양관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니.... 


“그럼 내가 소개하는 물짜장집 한 번 가보실래요?”

그 여자 분은 물짜장 마니아였고 물짜장에 대해 여러 얘기를 했다
그리고 내가 권하는 대로 석명각에서 내렸다
중화산동에서는 노벨반점이 더 가까워 택시비를 1,000원 깎아줬다
석명각에 대한 그 손님의 평이 궁금해서 꼭 물어 보려 했는데 바쁘다 보니 깜박 했고
다음날에야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다(한옥콜로 부르면 상대의 번호가 나에게 남겨짐)
어제 태웠던 택시기사라고 얘기 하고는...


“그 석명각 물짜장 맛이 어떻든가요?”

“아, 괜찮던대요.... ”


내 안내에 대한 예의로 대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동안 노벨에 길들여진 입맛에 저 정도의 답변은 긍정적 아닐까?

서두에도 말했듯이 어떤 식당에 길들여졌든 아니든 입맛은 주관적이다
물짜장 마니아들에게 노벨과 석명각, 영흥관(아니 영흥관은 제외하자 석명각과 초식이 비슷하지만 가격이 비싸니....) 
물짜장을 먹어 보고 평을 듣고 싶지만 이 글을 맺는 지금, 별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전주에는 내가 거론한 중국집들 말고도 숨어 있는 맛 집 물짜장집들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