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04-11 15:19
연탄불 구이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35  
2024. 4. 8(월)


내가 결혼(1985년) 하기 전인 1983~84년도, 그러니까 직장 초년생인 20대 중후반 때였다.
집 앞에 '현집'이라는 막걸리집이 있었는데 퇴근 후면 거의 매일 혼자 들렀다.
막걸리집이라서 돈을 따로 주고 사 먹는 안주는 없었지만 나는 예외로 돼지고기 한 근을 주문했다.
주인아주머니는 바로 주변에 있는 고기 집에 가서 고기를 사와 연탄불에 구어 줬는데 고기를 구울 때면 홀 안이 연기로 자욱했다.
물론 탁자 역할을 하는 긴 다이 안 쪽 연탄화덕 위에는 환풍기가 있지만 그 연기를 다 빨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나는 미안해서 다른 손님이 있을 경우 미안하니까 거기도 고기를 한 첨 주라고 하지만 주인은 손사래 치며 괜찮다고 일축해 버린다.
고기 한 근 구우면 타원형 접시에 수북히 두 접시가 나온다.
노릇거뭇하게 구워진 고기를 참기름 소금을 찍어 새곱새곰하게 익은 김치에 덮어 마늘 한 조각 올려서 한 입 집어 넣으면 아~~ 그 맛.....
참기름은 그때도 비싸서 집에서 가져다가 나 만 주도록 맡겨 놨었다.
고기 두 접시에 25도짜리 4홉(약750ml) 소주 1병을 시간 반 정도에 먹어 치우고 입가심으로 달걀 후라이 2개를 먹고서 마무리 했다.
그 짓을 결혼 할 때까지 2년 여를 거의 매일 했다.

최근 그 때 맛이 너무 그리워 재현해 보기로 한다.
그런데 제일 문제가 장소였다.
연탄에 직화를 하니 연기가 엄청나거든....

후배가 남부시장에서 뚜부집을 하는데 마침 옆 가게가 언제부터 비어있어
그 가게 앞 노상에서 판을 벌리기로 한다.



오전 11시에 먹기로 했는데 07:30에 가서 연탄불을 미리 살린다.

화덕 : 18,000원
연탄통 : 6,000원
집게 : 2,500원
연탄 : 800*2 = 2,000원




상을 펴야지???




나는 아이스박스에 피쳐랑 소주 등등을 미리 준비 한다.




삼겹은 기름이 많아 너무 탄다고 목심으로....
통후추도 뿌렸어야 하나?



그런데 연탄불이 올라오질 않네....
주변에서 손풍기를 빌려와 부쳐 본다.




안되겠는지 성조가 숯을 사 온다.
근데 이러면 연탄구이가 아닌데???




어쨌든 불이 올라 온다.




익긴 잘 익었는데....
다들 맛나다는데.....



일단은 연탄구이가 아니고 숯불구이가 되었다.




연기를 피웠으니 주변 상인들도 대접해야겠지
노점상 아주머니들....




다 끝나고 삼겹살을 반 근 사와 구어봤다.

맞아 바로 때깔이 이래야 되는 거야~!

시행착오를 한 번 겪었으니 4월 말경에는 오리지날 연탄불로 삼겹을 다시 궈 먹어 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