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19(목)
건달 세계에서 4년 선배면 거의 하느님과 맘먹는다.
그런데 나는 건달 세계가 아니고 동네에서 부터 친해진 관계로 격의 없이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1년 꿀어서 고딩이 되다 보니 학교 동기들은 멀리 하고 오히려 밖에서 형들과 더 어울리게 되었다.
형들 중 몇 몇은 폭력 서클인 '석청'의 주요 멤버도 있었다.
전주 상고가 주축을 이루고 있었고 이 선배들은 20대 초반에 계모임을 만들었으니 50년이 넘는 모임이다.
내가 소속된 모임은 아니었지만 어떤 때는 약방에 감초 처럼 또 어떤 때는 개밥에 도토리 처럼 또는 마스코트 처럼
나는 선배들 모임에 동참했다. 그 후 일부 선배들이 서울 쪽에 정착 하면서 모임이 서울에서 자주 하다 보니
그 때부터 나는 서서히 멀어지게 되었고 애경사가 있을 때만 봉투로만 안부를 묻는 관계로 소원해 졌다.
그러던 24년 11월 어느 날 사우나에서 선배 한 분을 만난다.
처음 보는 건 아니고 한 두 달에 한 번 정도 보는데....
"형님, 세영이 성은 전주 한 번 안 온데요?"
그냥 인사로 물어 본 건데.....
"응 다음달 19일날 올거여 곗날이거든...."
"어, 어디서 만나요?"
"전주병원 부근 복집에서 보기로 했지"
"그럼 그 날 저도 갈께요"
"그려 와~!"
장소가 효자동 돌산 복집으로 변경되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뵙는 얼굴들이 많다.
세월이 많이도 내려 앉아 있다.
와~! 손님이 많고 줄서 있는 손님도 있다. 우리는 이미 예약을 해 놔서 지장은 없지만...
음~~ 미끼 메뉴로 12,000원 짜리 복탕이 있군.
우리는 3 상을 예약했는데 복찜 대짜 2, 아구찜 대짜 1,
총무인 종운이 형이 시켰다는데 우리 모임 같았으면 나에게 혼 날 선택이다.
껍질에 까끌까끌한 가시가 좀 있어야 제 맛이 나는데 너무 말끔하다.
예전 같았으면 상 위에 빈 술병이 즐비 할 건데 소주 몇 병이 전부이다.
소맥도 나 혼자만 탄다.
총무가 종운이 형에서 세영이 형으로 바뀐다.
식사는 비빔밥으로.....
정영수 형님,
30대 때 모래내 시장에서 치킨집을 했었다.
그 당시 뇌경색으로 한 고비를 넘겼는데 지금은 건강해 보인다.
연애 할 때 남의 과수원을 둘러 보며 이게 모두 내 꺼라고 뻥을 쳐서 결혼을 했다고...
똥집을 깜박 배를 안 따고 튀기는 게 특기다.
내가 군대 제대를 하고 사촌 동생과 부귀의 우리 농장에 잠시 들어 가 있을 때인데
가끔 영수형에게서 튀긴 닭을 안주로 사 가지고 간다.
튀김용 기름이 검의 튀튀 해져도 갈지 않는 걸로도 유명했다.
사촌동생하고 사 간 치킨을 펼쳐 놓고 술안주로 먹는데 막 집어 먹는 게 아니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먼저 한 조각을 집고 진 사람이 나중에 집는다.
첫 판에 내가 져서 동생이 먼저 집었는데 동글동글하고 통통한 다리 위쪽 인 듯한 덩어리를 집는다.
나도 내가 이겼으면 그걸 집었을 것이다.
한 입 베어 문 동생은 맛있다고 나를 놀린다.
세 번째 베어 물면서.... 우웩~!!!!
안 깐 똥집의 내용물이 입에 들어 간 거.....
흐흐 쌤통이다~!
나와 제일 친한 세영형(좌)과 남기형(우)....
세영형 신혼여행 때 내가 따라가서 눈 덮힌 내장산에서 사진을 건사하게 찍었었다.
직접 인화를 한다고 필름을 줬는데 세살배기 남기형 아들놈이 필름을 다 잡아 빼버렸다.
그래서 신혼여행 사진이 없다.
2차는 오랜만에 초원수퍼로....
50년 전에 매일 오다 시피하던 곳이다.
가격도 많이 올랐다. 근데 갑오징어가 없다. 아쉽네...
총무인 종운이 형과 사이가 안 좋은 종욱이 형이 총무 형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2차에서 합류한다.
그리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계모임에서 빠진 인철 형이 동참한다.
이 두 양반이 나 중딩 때 '뚝너머'(사창가)에서 내 동정을 빼앗기게 한 장본인들이다.
그 후로는 청출어람이 되었지만,,,,
초원수퍼 앞에서 기념 촬영~!
이제 이 분들을 이렇게 단체로 보기는 힘들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