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1-20 19:58
- 고향의 여름 -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3,077  
  새벽 5시가 조금 넘었나?  “끅~..... 끄극~”  코고는 듯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소리에 진원지를 찾아보니  어둠이 막 가시는 베란다 밖 하늘을 배경으로 방충망에 실루엣으로 매미가 붙어있다  시원한 울음을 터트리기에는 아직 이른 시각인가보다.  잠이 깨어 물끄러미 동이 틀 때까지 매미와 더불어 잡생각을 떠올려 본다.  그리고는 카메라를 꺼내온다.  편집한 사진에 십 수 년 전 끄적거렸던 한 태목을 붙여본다

- 고향의 여름 -



고향의 여름은 무척 시원했다

물 때 오른 잔등이 뙤약볕에 벗겨져도

고추 대롱거리며, 깔깔대며

여기저기서 텀벙대고



고향의 여름은 풍성했다

보리밥 고봉에

풋고추며 물김치며

아빠 샛거리로 숨겨 놓은

양판 밑의 감자며



고향의 여름은 향기로웠다

노을과 땅거미 어우러지는

이스녘이면

쑥대 섞인 모깃불 내음이

저녁상 푸짐한 멍석 주위를

그윽하게 맴돌고



고향의 여름은 이제

쓸쓸하다

개구리 울음만이 빈집을 돌아 나오고

인사를 해도 알아보지 못하는

태갑이 아버지,

소재지에서 품 팔러온 트랙터는

삭막하게 밭이랑을 기어 다니고

두텁게 깔아 놓은 시멘트 길엔

눈에 익은 돌멩이 하나 없고



고향의 여름이 좋다

이 막힌 아파트에

어쩌다 부는 바람은 고향의 바람이고

한 낮에 졸음을 깨는 것은

살풋한 꿈속에서 들은

고향의 매미 소리이다.

여름이 좋다면

그것은

내 고향이 그래도 좋아서이다*
    원본 사진
    동이 터 온다
    해가 완전히 떠올랐다
    ‘시끄러우니 여기선 울지 말고 어디 선선한 나무 그늘로 찾아 가거라‘배경음악은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비창’ 3악장으로 그다지 어울리지는 않지만그냥 꿈꾸는 듯한 느낌이 좋아서.... 


2013. 11. 30현재 조회수 : 8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