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2-05 11:49
6마리의 토끼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1,515  

택시 운전을 시작하기로 작정을 하니 마음이 급해진다
나는 일단 뭘 하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차분히 차근차근 계획성 있게 하는 게 아니라 덤벙대며
서두른다.
그러다가 낭패를 보는 일도 종종 있었지만 이 일은 서두른다고 잘못 될 것도 없잖아

현재 재미있게 운전을 하고 있는 친구 범종이에게 물어 보니 ‘전북택시운송조합’에 가서
택시운전자격시험부터 접수를 하란다.

2016. 10. 17(월) 10,000원을 내고 시험 접수를 한다.

시험은 14일 뒤인 31일에 있는데 범종이 말로는 예상 문제집을 사서 한번 봐야한단다
그래서 홍지서림에 가서 봤더니 지역별로 문제집이 조금씩 다른데 그것은 그 지역의 지리 때문
이었다. 전북도청은 어디에 있으며 법원 검찰청은 무슨 동에 있는가? 등등...
대강 훑어보니 만원씩이나 주고 살 책은 아니다 거의가 상식이어서 전문적인 가스차량에 대해서나
범칙금 벌점 등... 다 틀려도 60점 이상은 무조건 나오겠기에 안 샀다

시험에 응시하기 전에 ‘교통안전공단’에 가서 정밀 적성검사도 받아야 한다고, 적성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헛걸음을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예약을 해야 한다

10. 24(월) 오후 1시에 적성검사를 받는다. 이건 비용이 20,000원이고 3~4시간쯤 걸린 것 같다
근데 이것도 시험 보는 느낌이 든다.


빠찡꼬 같은 모니터다


빠찡꼬 기계 같은 모니터를 보며 여러 가지를 측정을 한다.
거리예측, 속도예측, 지각능력, 인지능력, 등등 13가지 항목을 테스트 한다. 간혹 부적격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설마~~
끝나자마자 바로 판정표가 나온다. ‘적격’이라고 쓰여 있다



시험 보는 날인 31(월) 09:00
운송조합 3층에서 시험을 본다. 약 50여명이 모였는데 전북지역은 모두 여기에서 보는 모양이다
익산에서도 오고 진안에서도 오고...
80문제에 80분 시간을 주는데 30분도 못되어 다 풀었다
모르는 건 제쳐두니깐
근데 다 풀었어도 40분이 지나야 나갈 수 있다하니 이 10분이 지루해 죽겠네.

시험이 끝나고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게시판에 합격자를 발표한다.
명단에 빠진 불합격자도 8~9명은 되는 것 같다

이걸로 끝난 게 아니다
택시는 가스차량이기 때문에 가스안전교육도 받아야 한다.
근데 이 교육은 인터넷으로도 가능한 교육이어서 동영상 교육을 켜 놓고 딴 짓하며 수료증을 받는다.

요약을 하면
1. 시험접수
2. 정밀적성검사
3. 시험
4. 가스안전교육

뭐가 복잡한 것 같았는데 요약을 하니 별 것도 아니네

이제 택시운전 할 서류상의 모든 준비가 끝났다

하지만 아직 최종적인 마음의 준비가 남았다
이미 각오는 했지만 구체적인 상황설정을 해야만 한다.
‘택시운전’을 한다는 것에 대한 스스로의 구차한 방어 차원에서 그리고
3년을 썩어야 한다는 자조에 대한 보상심리 내지는 나는 일반 보통의 택시기사와는 다르다는 것을
덧칠하여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하여 거창하게 6마리의 토끼를 쫒게 된다.

‘기왕 버린 몸’ 이것저것 모닥모닥 모아 한 짐에 져버리자!

첫 번째 토끼는 당연히 ‘개인택시번호’를 사는 것이다 3년 무사고란 큰 산이 있지만
사고란 어차피 운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믿어 보는 거지 뭐

두 번째는 3년 동안 버는 돈을 고스란히 모아 1억이 조금 넘는 개인택시 번호판을 사는데 일조를
하자는 것이다 아니 일조가 아니라 1억에 가깝게 모아야지...

세 번째는 술을 절제하여 내복건강에 기여를 하는 것이다
매일 젖는 술에 고지혈증이다 콜레스테롤이다 지방간이다 등등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이니 만큼
추후에 다시 들이킬 날을 위하여 정상으로 회복시켜 놔야 할 것 아닌가.

네 번째는 외적인 몸을 만드는 것이다
무슨 보디빌딩대회를 나가자는 것이 아니라 나이 들어가면 축축 쳐지는 젖가슴하며 덜렁거리는
힘없는 팔둑살...  이런 것들에 탄력을 좀 주자 이거지 그리고 시도하다 만 식스팩도 다시 도전해
보고 말이지 런닝머신에서의 질주는 내복건강에도 도움이 될 거고...

다섯 번째는 배우다가 중도 하차한 중국어를 3년 동안 열심히 해서 더듬거리는 회화라도 좀 해보자
이거지 그래서 맘먹고 ‘문정아 중국어’ 평생인강수강권(3년)에 61만원이나 주고 등록을 했다
테블릿이 하나 딸려 오긴 했지만 거금 아닌가.

저 테블릿피시는 ㅜ여곡절 끝에 어머니에게로.... (내가 다시 가져와야지...)

여섯 번째는 책을 한권 내보는 것이다
3년 동안 택시운전을 하며 겪는 여러 에피소드와 택시 기사의 눈으로 보는 풍경, 택시기사들 위주로
명맥이 이어져가고 있는 잊혀 가는 지명들의 유래 등 (너무 거창한가)
암튼 이런 여러 가지 이야기를 엮어서 책을 한번 내보자는 것이다

자~ 이렇게 하면 서류상의 준비와 마음의 준비가 다 끝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