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8-14 23:49
야채 트럭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41  
2025. 8. 14(목)

광복절 연휴를 앞 둔 14일 오후 4시 반경, 
서울 쪽은 극한호우로 난리가 났는데 
전주는 33도가 넘는 폭염에 해가 쨍쨍하다. 
손님을 태우고 연지본관으로 향하던 나는 지름길로 간답시고 
무심코 근영여고 앞길로 들어선다. 
아뿔사! 하교 시간이네. 
정문에서는 여학생들이 쏟아져 나오고 
2차선 도로는 마중 나온 학부모 차들과 학생들이 호출한 콜택시들로 뒤엉겨있다. 
다행히 내 차선은 거북이걸음으로 슬금슬금 빠져나가고 있지만 
반대편은 정체 상태이다. 
아우디, 벤츠. 제네시스 등등 승용차들 사이에 
뒤쪽 갑빠가 말아 올려진 야채 트럭이 유난히 눈에 띤다. 
그 트럭을 막 지나치려는데 
키가 작달막한 여학생이 체구에 비해 버거운 책배낭에 인형 두 개를 대롱거리며 
한 쪽 손에는 실내 슬리퍼를 들고 흔들며 환하게 웃으면서

 '아빠!' 

그리고는 이 더위에 에어컨도 틀지 않았는지 창문이 활짝 열린 트럭 조수석에 달랑 올라탄다.

내가 늙었나?
코끝이 찡하다.
잘 키웠다.
아니 잘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