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2일 저녁 8시 10분경 중화산동 어은터널 오거리에서 60대로 보이는
남자 손님 세 명을 태운다.
연말이 가까워서인지 거리가 어수선하다.
"아이고, 수고하십니다. 저랑 데이트 한 번 하십시다요"
앞좌석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손님이 던진 말이다.
뒤이어 뒷좌석으로 두 명이 타면서
"우리는 오원집 앞에서 내려주고 저 친구는 전북대 부근까지 간답니다."
(경유해서 본인은 나중에 내린다는 말을 참 뽄당머리 없이도 하는군)
약간의 술 냄새와 음식 냄새는 풍기지만 상태로 봐서 취한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아마 뒷좌석 두 명은 오원집으로 2차를 가는 것 같고
앞좌석은 다른 일이 있는 모양이다.
뒷A : "어이, 이따 내릴 때 요금 따블로 드려"
앞 : (정색을 하며) "그건 아니고 알아서 하께"
뒤에서는 농담조로 말하는데 앞에서는 진심이다.
이런 대화가 두세 번 더 진행된다.
뒤에서는 나에게 미안하니까 해보는 말인데 앞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니
더 찔러보는 것 같다.
그냥 알았다고 하고 나중에 자기 맘대로 하면 될 것을...
자기들 끼리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뒷B : "지난 모임 때 자네가 계산 하려고 했다면서?
그런 거 보면 자네는 참 경우 있어"
앞 : "내가 해야 는데 화장실 다녀오니 그 친구가 계산을 해버렸더라고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갈갈갈갈..."
(뭐여 자기가 해야 는데 남이 해버렸으면 미안하든가
기분이 찜찜하든가 해야 정상 아냐?)
뒤 일행들도 나와 같은 생각인 모양이다.
뒷A : "......... "
뒷B : "..... "
이윽고 오원집에 도착했다.
뒷A가 만 원짜리를 콘솔박스 앞 동전통 위에 놓으면서
“추가 요금은 자네가 주소”
하면서 뒤 두 명은 내린다.
앞 손님은 만 원짜리를 덜렁 주워 든다.
전북대 지하보도에 도착한다.
우회전을 하면 복잡한 일방통행로로 북대 구정문 앞까지 이어진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입구에서 내린다.
“우회전해서 좀 올라가죠.”
고작 15m 정도 가서 세워달란다.
고개를 돌려 얼굴을 빤히 보니 참 지랄 같이도 생겼다.
요금은 6,900원이 나왔다.
만 원짜리는 손에 든 채 기다리고 있다.
3,100원을 거슬러 주니
“2천원만 주고 나머지는 커피 한잔 허쇼”
나는 웃으면서
“나는 천백 원짜리 커피 안 마십니다. 가져가쇼!”
3,100원을 꼬깃꼬깃 구겨 손바닥에 억지로 쥐어주었다.
‘허 참,’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이 문을 닫고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