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 26(화)
2026년 5월 25일 월요일인데 일요일인 어제가 석가탄신일이라서 대체휴일이다.
연휴의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다.
오후 5시경 길빵손님(콜이나 예약 없이 길에서 손들고 탄 손님)을 태우고 고속버스 터미널을 갔다.
손님을 내려주고 보니 택시 승강장에 10여대가 대기하고 있는데 보기 드물게 탈 승객들은 20~30명이 줄 서 있다.
나도 맨 뒤에 섰다.
앞차들이 쉽게 쉽게 빠져나간다.
금방 내 차례가 돌아 왔는데 여자 손님 한 명이 배낭에 크로스백에 대형 캐리어가 2개나 있다.
순간 짜증이 나서 트렁크만 버튼으로 열어 주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캐리어 2개가 모두 트렁크에 들어갈 수 없다. 넣으려고 낑낑대는 걸 잠시 지켜보다가 내려갔다.
한 개는 앞좌석에 실어야 한다. 짜증나서 내려간 내 표정이 손님이 보기에 좋았을 리 없다.
"어디로 모실까요?"
손님이 타면 기계적으로 나오는 멘트이다.
"동신아파트요"
(이씨, 또 짜증이 난다. 동신 아파트가 한두 군데여?)
"어디 동신이요?"
"호성동이요"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호성동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출발하고 3~4분 지났을까?
문득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손님이 짐이 있건 없건, 많건 적건 친절하게 맞이하여야 하는 게 서비스업인 택시기사의 본분인 것을
내 기분에 따라 짜증을 내다니...
그리고는 17~18년 전 일본 북알프스 산행 때 일이 떠오른다.
최종 목적지로 가는 막차 버스를 놓치고 택시를 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짜인 예산 때문에 우리 일행이 5명이지만 택시를 한 대만 이용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 일본 택시기사는 군말 없이 5명 탑승을 응낙했을 뿐만 아니라
100리터들이 넘는 박 배낭까지 꼼꼼하게 실어 묶는 것이었다.
물론 추가 요금 같은 건 요구하지도 않았다.
내가 택시를 하지 않았던 그 당시도 고맙게 생각했지만 택시를 하고 있는 지금 돌이켜 보면
나 같으면 도저히 받아주지 못 할 것 같다.
2009년 9월 26일 일본 신시마시마의 택시 기사
일본 기사와 내가 비교가 되면서 뒤 승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백미러로 슬쩍 보니 내 짜증은 아예 아랑곳 않고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짐이 많으신 것 보니 해외여행 다녀오시는 가봐요?”
그녀는 밝은 목소리로
“아니예요 제가 분장사라 짐이 좀 많아요”
“어, 분장사면 돈 잘 버시겠네요?”
“휴~~ 그랬으면 좋겠네요.”
이윽고 동신 아파트에 도착했다.
“저 입구 카페 앞에 세워주세요”
“아파트로 들어가는 거 아니었나요?”
“그냥 제가 끌고 올라갈게요”
“아뇨 아뇨 들어가 드릴게요”
아까 짜증낸 보상이랄까 내릴 동, 라인까지 가서 짐도 내려 줬다.
그녀도 감사하다고 환히 웃었고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앞으로 짜증 나는 상황이 오면 그 일본 택시 기사를 떠올려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