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5-05 12:24
수녀님의 지갑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1,276  

2017. 2. 6(월)


"기사님 여기 지갑이 떨어져 있는데요?"


아가씨 손님이 뒷좌석에 지갑이 떨어져 있다며 준다.



라디오 음악에 집중하고 있어서 방금 전에 탔던 손님이 누구였던가

얼른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참~! 수녀님 이었지!'

노송동 성채수녀원에서 대학병원까지 태웠던 수녀님이다.



지갑엔 지폐는 한장도 없고 똑딱이 단추가 달린 한쪽에 동전 몇개가 전부였다

카드도 신용카드나 체크카드가 아닌 정체 모를 카드 두 장이 있을 뿐.....


생각해 보니 택시비도 정확히 3,400원.... 천원짜리 3장과 100원짜리 동전 4개를 받고....

영수증을 달라고 하셔서 영수증을 끊여 줬다.


지갑 내용으로 봐서 특별히 급할 것도 없어보여 몇시간 뒤 수녀원 근처에 갔을때

들렀더니 마침 그 수녀님이 계셨다

지갑을 돌려 드렸더니 고맙다며 그렇지 않아도 한참 찾았다고...

어디서 잊어 버렸는지도 모르고 계셨다.



위의 사건은 작년 2월의 일이다.

사진을 찍어서 보관해 놓고 있다가 최근 또다른 수녀님을 태웠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2018. 5. 4(금)

콜을 받아 노송동 성채수녀원을 갔다

목적지는 기본요금 거리인 김정형외과다.

꼬깃꼬깃 쥐인 천원짜리 2장과 500원짜리 하나 100원짜리 3개를 받았다.

어김없이 영수증을 요구한다.


사실 진심으로 택시비를 안 받고 싶다.

근데 동정으로 보일까봐 그럴 수도 없다.


친구인 방신부도 언젠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수녀님들의 노후가 상상외로 힘들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