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5-15 13:17
살다 살다 별 짓을 다 한다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1,290  

2018. 4. 4(수)


택시 운전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라디오와 친해질 수 밖에 없다.

아침 05:30, 라디오를 켜면서 시간대별로 듣는 방송이 이제는 정해져 있다

뉴스나 시사 등등은 신경 쓰이고 오락 위주의 방송은 더더욱 싫고...

하는 수 없이 전주지역에서 100.7로 잡히는 KBS 클래식방송을 주로 듣게 되었다.

오전 11시 ~ 12시와 오후 17시 ~ 18시에는 국악 방송이라 그 시간대는 좀 방황을 한다

그리고 19시에서 21시까지는 원음 방송(97.9)에서 80년대 이전의 노래를 틀어주는데

이틀에 한번 정도의 확률로 꽤꽝맞은 노래가 하나씩 나온다

어떤 노래냐 하면.....

내가 중딩이나 고딩때 말썽부릴때(가출 등등) 나왔던 노래로

크게 히트하지도 못해서 내 기억 속에서만 그때의 추억과 믹셔되어

존재했던 노래들인데 (대부분 가사 등이 유치하기 그지없지만.....)

아~~~  너무 좋다~~!!!!

그래서 그런 곡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듣기 싫은 곡들을 2시간씩 이나

듣고 있다 더구나 광고 때문에 4부로 나누어 틈만 나면 광고를 해대는데도 불구하고...


사실 아침 9시 ~ 11시 사이의 '장일범에 가정음악'은 듣기는 하지만 그리 썩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우연찮게 '교향곡'이란 책과 연관되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니까 방송 보다는 책을 먼저 알고, 그 책을 초딩 졸업하고 중딩 입학하는 조카에게

이미 선물을 한 터였다.

그 책의 저자인 바이얼리니스트 최은규씨가 매주 수요일 게스트로 출연하여

선정한 교향곡을 디테일하게 설명하는데 아~~  맘에 들었다.

그래서 수요일마다 관심을 갖고 들었는데 갑자기 청취자 5명에게

사연을 보내면 채택해서 책 선물울 한다기에 평생 안 하던 짓을 하게된 것이다.


그리하여 뻥을 좀 치고.....  나이도 몇 살 더 올리고....

.................

그리고 별 기대도 안하고 무심히 2018. 4. 4(수) 10:00에 

'장일범의 가정음악'을 듣고 있는데...

내가 보낸 글을 최은규씨가 낯 뜨겁게 읽는게 아닌가

이거 전국 방송인데....


별 관심도 없는 뒷좌석의 손님에게

나도 모르게....


"저거 내가 보낸 내용인데요~!!!"

 

전주에서 법인택시를 운전하는 64세의 택시기사입니다
학창시절부터 현재까지 라디오를 들으면서 엽서에 사연이나 음악을 신청하고,
최근에는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 얼마나 할 일이 없으면
저런걸 보낼까? 생각해 왔는데
두 분 덕분에 저도 졸지에 할 일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최선생님이 라디오에 나오시기 전, 처음 책이 소개 되었을 때
곧바로 초등을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는 늦둥이 조카와
4월에 제대하는 또 다른 조카에게 ‘교향곡’ 책을 인터넷 모 서점을 통하여 선물을 했습니다.
책 소개를 들으니 교향곡 감상계의 바이블 정도는 되겠구나라고 생각해서요.
저는 워낙 시간이 없어 천천히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수요일만 되면 최선생님이 나오는 순간부터 두 분 말씀 하나라도 놓칠세라
콜 받는 네비게이션도 꺼버리고 ‘빈차’ 표지판은 예약으로 바꿔버리고
한적한 길을 골라 아예 영업은 접은 채 지적 호사는 누리고 있지만
흑~ 수입에는 막대한 지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수입에 지장이 있을지라도 앞으로 계속 책거리 할 때까지
출연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상과 같은 내용이 최은규씨에게 읽혀진다

자랑스럽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그리고는 바로 다음날인 4월 5일에 책이 되어왔다



이 책이다......



흐흐~  나만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