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3-01 23:32
첫날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1,143  

2016. 11. 15(화)

내일부터 드디어 택시 운전을 시작하는 날이다
설렘도 있고 약간 정체모를 걱정이 되기도 하고....
저녁에 술 많이 먹으면 내일 첫날인데 지장이 있으니
점심에 찐하게 한 잔 하고 저녁에는 참아야지 하며 소파에서 딩굴거리고 있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 전화가 온다. 누구지? 아침부터?

어~! 김전무님이네?

“아 네... 전무님...”

“동주씨 이따가 점심 먹고 1시쯤 나올 수 있어?”

“예 나갈께요”

무슨 서류가 잘못되었나? 빠진 게 있나?
하지만 느낌이 있어 5천원권 10만원 천원권 3만원을 바꾸고 그리고 동전은
저금통을 털어 간다.

1시 10분전에 회사에 도착한다.
집에서 회사까지는 버스로 약 20여분 걸리는데 381번 383번 1번 버스는 많다

사무실로 들어서자 김전무님이 바로 일어서며 밖으로 나가잔다.
한쪽에 서 있는 택시로 가서는 본인은 운전석에 타고 나보고는 조수석에 타란다.
가스차라서 예열을 하고 시동을 걸어야하고... 미터기는 시작할 때는 이걸 누르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이걸 누르고, 카드는 이걸 누른 다음 여기에 넣어 긁고 등등 채 숙지도 하기 전에
혼자서 막 설명을 해댄다. 그러면서 택시 하는 친구 있냐고 해서 있다고 하니 수기 카드에
대한 것은 자기도 자세히는 모르니 친구에게 물어 보란다 그리고는 무슨 카드를 2장 주면서
회사 바로 옆에 가스충전소가 있으니 이걸로 가스 충전하고 바로 운행을 해보란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차를 맡겨버리니 얼떨떨하네....

가스 충전소에 가니 “어~ 기사님이 바뀌었네요?”

시간을 보니 1시 30분쯤 되었다
어디로 가야하지?
일단 시내 쪽으로 운전해 들어가는데 그냥 운전을 하는 것이지 영업용이라는 실감이 전혀 나
지를 않는다.
손님이 타기나 할까?

고속버스터미널 부근을 지나는데 아~! 안경 쓴 젊은 호리호리한 남자가 손을 든다.
브라운 계열의 크로스백을 걸쳤고 손에는 생수병을 들고 있다 나의 첫 손님이다

“효사랑 요양병원으로 가주세요”

아~ 분명히 내가 아는 곳인데 얼른 생각이 안 난다.
나도 모르게 반문한다.

“거기가 어디죠?” (이거 말이 되는 질문이야? 택시 기사가?)

그 젊은이는 갸웃하며

“전주는 처음이라 잘 모르는데요.”

난감하네...

“잠시만요” 하고는 차를 한쪽에 세웠다 그리고는 택시 10년 경력의 규진이에게 전화를 건다.

“야, 나 지금 택시 막 시작했는데 효사랑 요양병원이 어디지?”

“저기 효자동 kt 사거리있지..  거기서...”

그러자 생각이 번뜩 났다 그 뻔한 곳이 생각이 안나다니....

첫 손님의 택시요금은 5,600원이었다.

첫 손님을 겪고 나니 약간 여유가 생긴다.
전북대도 가고, 진북동 우성아파트도 가고 제법 재미있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카드가 결제가 안 된다
분명히 알려준 대로 하는데도 안 먹힌다.
10명중 서너 명은 카드를 내는데 그럴 때마다 초짜란 것은 숨기고 싶어서

“죄송합니다. 이상하게 카드가 갑자기 안 되네요” 매번 진땀이 난다

세이브존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줄서있는 택시 중에 반갑게 같은 회사 택시를 발견한다.
옆쪽에 주차를 하고 여차여차해서 안 되니 좀 봐달라고 하니 흔쾌히 카드기와 연동되어있는
네비를 껐다가 다시 켜면서 설명 알려주는데....
역시 안 된다. 그 기사도 이상하다는 듯 갸웃거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인적사항과 전화
번호가 카드기가 연계되어있는 콜센터에 등록이 되어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어떻게 오늘만 잘 넘겨보자
송천동 쌍룡2단지에서 내리는 20대의 여자 손님의 경우는 현금이 없다 해서 계좌번호를
알려줄 테니 나중에 송금에 달라하니 그 즉시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로 송금해 준다.


대명까치 아파트에서 내리는 30대 남자 손님은 다음날 송금해 준다 해서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이 말을 들은 규진이는 절대 송금 안 해준다고 했지만.... 왔다.


첫날 새벽 1시까지 운행했다. 11시간 30분 한 셈
138,600원 벌었다
이것은 맛뵈기로 사납금도 없고 기름 값도 없는 순수한 수입이었다.

고마운 마음에 전무님에게 담배 한 보루 사드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