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6-03 23:58
창살이 바뀌는 감옥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1,307  

2018. 6. 3(일)


내가 이 ‘행복한 감옥’에 들어온 게

2018년 2월 24일이다


적당한 곳을 찾기 시작한 것은 2017년 9월부터였고

여기를 발견한 때는 두 달 후인 17년 11월경이었다.

건물에 붙어 있는 부동산 연락처를 보고 전화를 해봤더니

부동산에서 하는 말....


“하이고 거기는 안 나와요.  나와도 미리 예약이 되어 있는지

 바로바로 나가버리더라고요“


내가 직업이 택시인지라 전주 구석구석을 얼마나 쑤시고 다녔겠어!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여기보다 더 나은 곳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

내가 첫 번째 조건으로 꼽은 것은 다름 아닌 ‘주차’ 문제였고

(낮에 와 봐도 일부러 새벽에 와 봐도... 저녁에 와 봐도 항상 10대

주차 장소에 3대 이상이 주차되어 있을 때가 한 번도 없었다)

두 번째는 내가 노는 바운다리인 남부시장과 도보로 10분도 안 되는 

거리라는 것...

그런데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 이 ‘행복한 집’ 원룸이 인기가 있는 것은 

저 혼자 독채로 떨어져 있을뿐더러 다가산 바로 밑에 자리 잡고 있어서

일단 공기가 좋고 여름에 시원하고 등등 나는 따지지 않는 다른 조건들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좋으면 뭐해 웃돈이라도 주고 싶지만 방이 나와야 말이지

포기를 하고 찾고 또 찾고 고르고 또 고르다가 2018년 1월에 여기와는 비교도 

안 되지만 그럭저럭 주차가 괜찮은 원룸이 하나 나와 얼른 50만원을

주고 계약을 했다. 대략 한 달 후쯤에 들어오겠다고 구두 약속을 하고서...


그런데 예약을 한 바로 다음날 뜻밖의 일이 생긴다.

신흥고 부근에서 젊은 남자 손님을 태웠는데 신흥고에 갓 들어 온 총각 선생이란다.

영어선생으로 퇴직한 친구, 오남국이를 아느냐고 물어 봤더니 퇴직 후 들어와서

직접 보지는 못했고 말은 많이 들었단다. 

아주 학생들에게 인기도 좋고 호인이었다고...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중요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기가 사는 곳이 내가 그렇게 갈망하는 ‘행복한 집’ 원룸에 사는데

조만간 나와야겠다는 것이다

오잉~!!!! 앗~!!!

왜 나오려하냐고 물었더니....

방과 후 저녁에 방에 불만 켜져 있으면 학생들이 놀러 쳐들어온다는 거...

초심에 학생들과 친해보려고 한 것이 너무 과잉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  이런 게 운명이라는 것일까?


언제쯤 나갈 거냐고 물었더니 2월 21일이 1년 계약 날이니 그 때 나갈 

예정이라고....

집 주인에게 말했냐고 했더니 아직 말을 안했다고...

그 이후 내 일련의 사정을 이야기 해주고 일단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고 

시외버스 터미널까지의 택시 요금 3,700원을 기어이 준다는 걸 기어이 안 받고....


에고, 갑자기 바빠진다


거꾸로 내가 부동산에 전화를 했다

‘행복한 집’ 302호가 2월 21일 나갈 거니까 집주인에게 말해서 바로 들어 

올 사람이 있으니 바로 계약하도록 하라고...


그런데 연락한 다음날 부동산에서 말하길...

집주인이 계약하기 전에 한번 보잔다.

어라~

면접까지? 


부동산, 여주인, 나 셋이서 4층 주인세대에서 만났다

집 분위기가 아주 구교 카톨릭 냄새가 물씬 난다.

내가 35년 냉담이라 했더니 갑자기 목적의식이 생긴 듯

반색을 한다. 

이야기를 해보니 신랑은 J은행 퇴직을 했는데 친구 후배이고

이리저리 알 만한 사람이다


바로 본 계약을 했다


이틀 전에 50만원에 계약한 곳에는 안 받아도 된다는 데도

기분 좋게 위약금 5만원을 주고 해약을 했다


이렇게 ‘행복한 감옥’에 들어오게 된다.



3층 가운데가 나의 방

앞쪽의 꽃밭과 채소 밭은 집주인이 부지런하게도 직접 모두 가꾸고 있었다


이 사진을 찍어 집주인에게 보내 준 게 2018. 6. 2 쯤인가???

그런데 모시고 살던 친정어머님이 돌아가신 상중에 보낸 것이다

어이구, 이런 실례가....


그런데 상을 다 치른 후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덕분에 가족 친지들에게 집구경 근사하게 시켜줬다고....

(뒷쪽 신일아파트 건물을 포샵으로 없앴거든....)



시내 어느 원룸을 가나 시간대에 관계 없이 차들이 빡빡한데

여기는 내 차랑 또 한대.... 단 2대 뿐이다

상시 주차하는 차가 4대인데 집주인 부부가 각 1대씩.... 

그리고 입주자 차는 나와 또 다른 1대 뿐이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도 있다 

지금은 원룸도 엘리베이터를 놓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없는 원룸이 훨씬 많다

내가 해약했던 원룸에도 엘리베이터는 없었다.




이 정도 메시지면 주차 사정이 얼마나 좋은지 알겠지???



흐흐~~  침대가 왜 삐걱거릴까?


들어와서 이 집이 더더욱 좋은 점을 느낀 것은

완전히 적막강산이다

수도원이 이 정도일까? 절간이 이 정도 일까?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이

일 할때는 오후 13~16시, 새벽 01~05:30 

쉬는 날은 새벽 01~05:30, 오후 20:00~다음날 05:30....

쉬는 날 오후는 아예 술이 취해서 잠들어 버리고...

그래서 그럴까?

암튼 너무 조용해서 좋다

다른 방에서 변기 물이라도 내릴라치면 

마치 폭포소리 같이 들릴 정도이니....


저 분과 자석이 없으면 이 방이 감옥인지 아무도 모를걸??

일하는 날 5일 동안은 조화와 로마가 창살로 지키고 있다



쉬는 날 하루는 아이비와 베네치아의 곤돌라가 창살이 된다


복도에 햇빛이 전혀 들어 오지 못한다

그래서 생화는 쉬는 날 하루만......


나는 이 독방과 그 어떤 호화로운 방이나 아파트와도 바꾸기 싫다

간편하게 처마 안에 주차하고 1분 이내에 몸을 누일 수 있는 조건의

고요한 집이 전주 시내에 과연 또 있을까?


가능하다면 영원히 있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