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9-03 12:54
죽음 만지기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1,131  

2018. 9. 3(월)


요즘 들어 부쩍 죽음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이 교차한다.
3년 전에 돌아가신 영택형님이 생전에 
'죽어버리면 편할 텐데.. 편할 텐데'
입버릇처럼 늘 되뇌셨는데 저 말에 공감 정도는
아니지만 이제 이해는 간다.
그러다가 말이 씨 되 듯 이런저런
합병증으로 편안(?)하게 가셨지만...
(잡기장 281번 글 ‘어느 외로운 죽음’ 참조)

문득 엉뚱한 의문이 들어 답변을 해줄만한
친구 놈들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죽고 싶다'와
'살기 싫다'는

동의어 일까?

 다르다면 뭐가 다를까?




SBS PD 하던 친구의 답변이다.





중견 언론인 출신의 답변....





카이스트 수학과 교수의 답변





신경외과 전문의를 은퇴하고

요양병원 원장으로 있는 친구의 답변


답변을 보면 갸들의 직업과

가치관이 엿보인다

말 그대로 그들 '답다'



나도
'죽고 싶다'와
'살기 싫다'가 동의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죽음'을 주체로 놓고 본다면
미묘한 차이가 있다
'죽고 싶다'는
어쩐지 능동적이면서 적극적인 반면
'살기 싫다'는
소극적이면서 피동적인 느낌이 든다.

요즈음의 나를 예를 들어 본다면

자정이 넘은 시간에 도심의 텅 빈 8차선의
백제로를 시속 100~120킬로로 달린다.
연등되는 신호에 등속으로 무아지경에 빠진다.
이때 가끔 '아주 순수한' 생각이 떠오른다.
그 생각에 저 '죽음' 문제를 대입해 보면, 

그렇게 달리다가
내 스스로 가로수나 전신주를 들이 받아 버리면
'죽고 싶다'이고

그렇게 달리는데 
나를 향해 달려오는 다른 차를 피하지 않는다면
그게 '살기 싫다' 아닐까?

물론 승객은 없고 혼자 운전 할 때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뭘까
나는 하루에 두 번 안온한 시간이 있는데
오후 2시와 새벽 2시로 잠자는 시간이다
아주 편안하게 자세를 잡고 눈을 감으며 생각한다.
'이대로 깨지 말았으면..' (죽고 싶다?)

또 이런 경우는?
나는 요즘 들어 체력이 한계에 부딪힐 때까지
몰아붙여  혹사하며 스스로에게 외친다.
'쓰러지려면 쓰러져봐라!' (살기 싫다?)

'죽음'은 접하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고
피하려한다고 결코 비켜가지 않는다.
그래서 곁에 가까이 두고 힘들 때마다
건드려 보기도하고
만져보기도 하며 친해질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