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3-28 12:47
내일은 없다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1,098  

2019. 03. 28(목)  


나에게 내일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다.
저 결론을 설명해 보려고
머리를 굴리다 보니 엉뚱하게도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관심을 가졌을
소피스트학파들의 궤변들이 생각난다.

'나르는 화살은
영원히 표적에 도달하지 못한다.'
'두 배 빠른 토끼는 느린 거북을
영원히 추월하지 못한다.'

등등 시공을 왜곡한 논리의 장난이었지만
그때는 그럴듯했다

앞서 말한 '내일은 없다'를
저 궤변 식으로 풀어보자면

'어느 이발소 간판이 (내일은 공짜)다'

이 이발소 간판의 '내일'에는
시간적인 개념만 포함되어 있어 알기 쉽지만
나의 '내일'에는 시간 외에 불행하게도
꿈과 희망이라는 의미까지 뒤섞여있다
따라서 저 궤변 공식으로는 풀이하기 어렵고
내 과거의 자취가 있는 시간을 끌어와
내 미래에 대입해봐야 나의 내일이
없다는 게 증명된다.

그래서 준비한 게 아래의
내 현실적인 세월의 잣대들이다



내 술잔 두 어개와 바닥 타버린 라면 냄비, 숟가락 젓가락을 씻어 주는 퐁퐁.....

2018. 2월 ~ 2019. 2월까지 2개를 사용했다(내용물만 리필)

저 한 통과 나는 6개월을 보낸다



사우나 사물함의 내 스킨 대용, 무색무취에 그냥 물 같다

사우나 캐셔들이 2개를 작년 2월에 선물했는데 올 1월까지 11개월만에 한 개를 쓰고

2월에 새 것을 뜯었다 올 연말이면 다 떨어지겠지

면도해야 바르고 그것도 생각나야 바르니....

아무 역할도 못하는 것 같다 저거 떨어지면 아무것도 안 발라야지....



사우나 소형 사물함의 면도기와 칫솔

면도기날은 1년을 쓴다 항상 1월 1일에 갈아낀다

수염이 많지도 않거니와 매일 하는 것도 아니니...

칫솔은 2~3개월만에......



저 세재는 작년 2018. 2. 24 이사 올때 샀는데 거의 떨어져 간다

3월 말이면 새로 사야할 것 같다

13개월을 쓰는군


나는 대부분 이런 것들에서 시간을 느낀다

내일이 없는 사람들이 세월을 세는 방법일까?



끝맺음을 하기 싫은, 그래서 반복되는 쳇바퀴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한.....

나에게 유일한 물건이다

운전할때만 신는 신발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아무리 헤어지고 찢어져도 그대로 신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