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10-09 00:31
유쾌한 100원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988  

2019. 10. 08(화)


구름 한 점 없는 전형적인 가을날이다
이런 날은 눈이 부셔 운전하기 진짜 싫다
학생문화회관에서 아중리까지 가는
중1짜리 남학생 3명을 태운다.
2, 3학년이 중간고사라서
1학년은 오전만 현장 학습을 했다며 좋아라한다
셋이서 조잘대는 내용을 들으니 착한 녀석들이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저씨 얼마예요?“

앞자리에 앉은 녀석이 가방에서
수박 잘라 놓은 모양의 지갑을 꺼내며 묻는다.
나는 미터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5천8백 원...“

먼저 2천원을 꺼내며 뒷좌석 애들에게

"야 2천 원 씩 내“

요즘 학생들은 초중고대 할 것 없이
거의 다 더치페이다
요놈들 지갑이 제법 두둑하네?
2천 원 씩을 받고 2백 원을 돈 통에서 집어 앞좌석에 건네주자
선뜻 받지 않고 잠시 망설인다.
아마 순간적으로 2백 원을 셋이 나누기가 난해했나보다
그러더니 이내 심각한 어조로 말한다.

"잔돈 안 받을래요“

그러자 뒷좌석에서 한 녀석이 거든다.

"맞어 서양에서는 팁문화가 발달했대“

그리고는 내리려고 문을 연다.

"잠깐! 손들 내밀어봐“

나는 웃는 얼굴이지만 거절할 수 없는
엄숙한 동작으로 손바닥에 백 원짜리 동전 하나
씩을 올려놔줬다
녀석들은 뭐가 재미있는지 싱글거렸다
나도 잠시지만 유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