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7-24 10:57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355  

2020. 7. 24(금)


개인택시만 사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택시를 시작하고 3년 동안을
징역 사는 폭 잡는다느니 군대를 한 번 더 갔다 온다는 각오로
한다느니 하는 자기최면이 너무 강했던 대다가
내 생애에 가장 격렬하고 치열하게 살았던 3년이었으니
그 기간이 지나고 필요조건이  만족되는 순간 상황이 끝났다고
생각된 건 당연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계획과 목적이 분명하여 희망이 있었던 그 3년과는 달리
개인택시를 사고 난 이후에는
목적을 이뤘다는 보람이 미처 느껴지기도 전에
마음은 해이해져 의욕이 없어지고
몸은 긴장이 풀려서인지 운동 부족인지 리듬이 깨져
멀쩡했던 어금니가 염증이 생기고 흔들려 뽑았는가하면
원인도 모르게 복숭아뼈부근이 퉁퉁 부어 고생을 하는 둥 수난이다


살리려고 몇 주간 치료를 했지만 결국 뽑아야 했다



원인도 모르게 부어오른 복송씨.....  며칠 금주를 해야했다


물론 처음 택시를 시작하고 1년여 사이에 더하기는 했었다
아무 이상도 없는데 엉덩이에 종기가 난 듯한 느낌이며
이유도 모르게 발 껍질이 온통 각질 되어 벗겨지고
약도 관장도 듣지 않는 극심한 고통의 변비며,
눈은 충혈 되고 침침하여 안과도 가보고
팔이 마비가 되어 감각이 없어 놀라기도 하고, 
전에는 겪어보지 않은 여러 증상들을 경험했지만
긴장과 각오로 뭉쳐진 시기라 명현현상이려니 자위하며
그냥 이겨냈었다
그러니 그것과 비교하면 현재의 상태는
명현현상의 본격적인 부작용일까?
아니면 몸의 면역체계가 무너진 것일까?
그도 아니면 자연스러운 노쇠 현상일까?

지난 3년에는 5일은 열심히 일하고 쉬는 하루는
산에도 가고
끄적거리기도 하고
술도 맛나게 먹고
잠은 꿈도 안 꾸고 달게 잤었다
지금은 2일 일하고 하루 쉬는데 일하는 날은
왜 그리도 지루하고 시간이 안 가는지...
쉬는 날도 그저 술과 TV로 허송한다.

그 3년에는 악착 같이 차곡차곡 모아가는 수천만 원이 있었지만
지금은 빚이 억대에 육박한다.
빚이 있으니 만큼 일을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핑계만 생기면 농땡이 치기 일쑤다
그 3년에는
끊임없이 운동도 했었다
지금은 동기부여만 기다리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엊그제는 양손으로 무릎 위 허벅지를 쥐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담배  반 개피 정도는 벌어져 있던 양쪽 엄지손가락이
닿는 걸 넘어서 헉~! 한쪽 엄지손톱을  올라타 버린 것이 아닌가!
전에는 이렇게 허벅지가 가늘어질 정도면 충분한 동기 부여가 되어
당장 운동을 시작했겠지만
지금은 놀라기만 할뿐 더 큰 동기를 기다리는지
공허한 다짐만 되뇌고 있다
하긴 달포 전에는 배가 나오다 못해 아래쪽 가죽이 늘어졌는데도
그냥 한숨으로 때우고 말기도 했는걸 뭐
나이가 들어가면 이렇게 하나하나 포기해 가는가 보다

그 3년에 제일 부러웠던 것은 개인택시들이 빈차 표지판에
'휴무'라고 켜고 다닐 때였다
그때는 그것이 그리도 부러웠건만
지금 내가 휴무라고 켜고 돌아다녀도 무덤덤하니 별 느낌이 없다
사람이 이리도 간사할까
아니면 내가 그럴까
그렇다고 현재의 모든 게 그때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허허벌판에 아파트가 뚝딱뚝딱 들어서며 사람들이 입주하고
외곽에 새로운 도로가 뻥뻥  뚫리는걸 보면서
세상은 저렇게 쉽게 쉽게 변화, 발전되어 가는데
나는 뭘 하고 있는가 하며 느끼던 무력감,
그런데 현재는 그런 무력감은 없다
또한 그렇게 시간이 가지 않으면서도
세월의 흐름에는 늘 쫒기는 듯 초조함과 불안감도
이제는 느끼지 않는다.


술 먹기 딱 좋은 비 오는 날의 휴무....


결론적으로 쉽게 말하면
개인택시를 사기 위한 3년 전쟁이  끝나고 나니
이제 그냥 되는대로 편하게 살자는 나와,
아니다!
다이어트와 운동도 하고 시간 지켜 일도 정확히 하라는
내가 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비록 나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어떤 내가 이기든 또는 전쟁이 계속되든
남은 여생은 그저 단순하게 
아직 열어보지 않은 선물상자 처럼

설레고 신비롭게 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