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4-07 00:11
부활절 달걀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752  

2021. 4. 4(일)


코로나 시절의 비 오는 일요일 아침,
참으로 한가하겠구나.
여유 좀 부려보자.
그래봤자 사우나서 그동안 안했던 운동 한 삼십분 해보고
아침 김밥이나 평소보다 여유롭게 먹는 게 다지만

서신동 광진아파트에서 탄  첫손님이
기본요금거리인 서신성당을 가잖다
한산한 다른 거리와 달리
이른 아침인데도 서신성당 앞에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서신성당이 신도가 많은가 봐요?"

"아 오늘이 부활절 미사라서요"

"아~! 그렇군요"

손님은 차 문을 닫기 전에 인사를 건넨다.

"부활절 축하드립니다"

(쩝.. 냉담 40년인데...
비신자에게도 다 그렇게 인사하나보군)

어쩐지 '새아침의 클래식'에서 이 시간엔 잘 나오지 않던
바흐에 수난곡이랑 칸타타가 나오더라니...
부활절이었군.

오전 9시경 아중리 부영1차에서 콜을 받는다.
다리가 불편한 노부인을 딸인 듯 며느리인 듯
(나중에  대화로 딸 인줄 알았지만)한 통통한 여인이
아파트 현관계단을 부축하고 내려온다.
어머니가 타고내리기 편하게 딸이 먼저 탄다.
어머니가 완전히 타기도 전에, 
목적지를 말하기도 전에
탄성을 지른다.

"어머  음악이 너무 좋아요"

나는 거의 하루 종일 배경음악으로 켜놓기 때문에
무심코 듣고 있었는데 손님 말을 듣고 귀를 기울이니
마침 아는 곡이다.
목적지는 중앙성당이었다
이분들도 부활미사에 참석하나보군
묻지도 않았는데  나는 신이 나서 설명을 했다

"바로크 시대 사제였던 비발디가 작곡한 모테트곡으로
제목이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인데 
이 제목에는 내용에는 있는데 생략된 단어가 있어요.
(고난 없이는)이 빠진거죠"

내가 아는 비발디의 성악곡은 이거 하나인데
이 기회에 한번 찾아봐야겠다.

손님은 연신 고맙다며 가방에서  뭘 꺼내 건넨다.

"이거 제가 밤새워 정성껏 만든 거예요 하나 드세요"

부활달걀이었다.
그냥 그림을 그린 게 아니고 그려서 오려서 붙였다
아닌 게 아니라 정성이 들어가기도 했겠다.

"잘 먹겠습니다"

아중부영 1차에서  중앙성당을 가려면
한국은행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해서 가야하는데 
세이브존에서 불법 좌회전을 해서 요금을 줄여줬다
3,900원이 나왔다.
5천 원짜리를 주면서

"거름돈은 커피 한잔 빼 드세요 달걀이랑 같이 드세요
누구 주거나 그냥 놔두지 마시고 꼭 드셔야해요"

"계란이면 충분하니 거스름돈은 가져가세요"

이때 갑자기 주위 차들이 빵빵거리고 난리다
도로 쪽을 바라보니 우리가 거스름돈으로 잠시 실랑이를 하는 사이
어머니가 혼자 내려 신호도 무시한 채
차가 오든지 말든지 성당 반대편으로 어정어정 걸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빨리 가서 어머니 잡으세요!"

딸도 그제야 깨닫고는 허급지급 차 뒤편으로 돌아
빵빵거리는 차들에게 미안하다고 굽실거리며
어머니를 모시고 무사히 반대편으로 건너간다.
치매 끼가  있으셨나보군
노래 한곡이 사람 잡을 뻔했네!


손님에게 받은 부활절 달걀



어~! 근데 자세히 보니 위 아래를 내가 잘못 봤군



요걸 어떻게 먹지?



까서 3분 짜장밥에 넣고.....



으깨서 비벼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