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10-10 12:09
'71325' 원칙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681  

2021. 10. 10(일)


2016. 11월 막 택시를 시작할 무렵 모악산 사진이다

이때의 생각은 "아~! 언제나 저 산을 다시 가보나?'

택시 3년을 채우기 전에는 산이고 모임이고 다 끊을 생각이었거든...

거의 그렇게 했고...



2021. 9월 사진이다

바라보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71325' 원칙

한 달여 만 지나면 택시를 시작한 지 5년이다
처음 회사택시를 하면서 차츰차츰 몸에 베어버린
하루의 시간표가 생겼었다
그 시간표는 개인택시로 바꿔 타고 1년6개월이 지나도록
바뀌지 않고 그대로였다
쉬는 날은 한 달에 5일에서 10일로 늘어났지만
그것은 수입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어 그저 좋은 것만은 아니다
따라서 시간표는 오히려 더 타이트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루 일과
05:18 기상
05:30 일 시작
06:00 사우나
06:40 다시 일
07:30~08:00 일하면서 편의점표 김밥과 우유로 아침
12:00~15:00 점심과 휴식
15:00~23:30 일, 일하는 도중 약10분간 개스주입 및 화장실
23:30~24:00 씻기와 저녁준비
24:00~01:00 저녁 및 야식
01:00~05:18 취침

근데 이 짜인 일과표 중에서 심히 불규칙적인 시간대가 있다
05:30~80:00 사이다
이 2시간30분을 내 희망대로 사용하자면
5:30에 나가 사우나 문을 여는 6:00 이후까지 손님을 2~3팀 받고
6:20경에 사우나하고 07:00쯤 나와서
5~10분간 김밥과 우유로 아침을 먹고
07:30경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근데 이게 내 마음대로 되지를 않는다.
손님이 이어지다보면 샤워는 물론 아침식사를 거르는 일이 다반사다
간혹 냉정하게 손님을 받지 않고 희망 시간표대로 해보자!
라고 다짐을 해보면서 돈 몇 푼과
규칙적인 아침식사, 운동, 샤워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명령까지 해보지만
들쭉날쭉한 코로나 시국의 수익구조에서
아침에 반짝 오르는 1~2만원은 
비록 액수는 크지 않지만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다
또한, 팔다리에 마비증상이 오거나
몸이 안 좋아지는 조짐이 보이면 오후 8시 전후에
사우나를 한 번 더 하기로 결심을 하고 실제로 하지만
그게 지속되지 않는다.
그 시간대에 사우나와 멀리 떨어져있으면
사우나로 오는 도중의 손님을 다 지나치기도 어렵고
최근엔 코로나 3단계로 영업시간이 저녁 10시로 제한되니
심야에는 손님이 끊겨 사우나 시간만큼의 수입을 보충할 수가 없어
선뜻 시간을 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하루 영업시간이
오전 6시간, 오후 8시간30분 도합 14시간이 넘는다.

이런 즈음 등장한 것이 가맹카카오택시이다
처음 나온 지는 2년이 가까이 되지만
그동안은 회사택시 위주로 제휴를 하다가 개인택시에 까지 마수(?)를 뻗힌 지는
몇 개월 되지 않았다
내 생각에는 만약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면
카카오가 그리 쉽게 택시업계에 유료로 침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최초 유행할 20년 3월 무렵부터 워낙 손님이 없다보니까
자금력이 열악한 회사나 이기적인 사주가 운영하는 곳이
단합을 깨고 배신을 했는데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아
그 단맛의 소문이 돌아 카카오측 계산의 맥심엄인 전주 회사택시 1,700여대 중
500대 가량이 순식간에 동참하고 만다.
그 뒤로 버티던 개인택시도 하나 둘 무너져
현재는 100여대 21년 10월까지 총 170대가 예정되었다고 하니
앞으로도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르겠다.

더 깊이 들어가 봤자 머리 아프고 어쨌든 중요한 것은
내가 카카오로 갈아타고 변화된 게 뭐냐?
시간비례 고정화된 수입이다
이 한 가지가 여러 가지를 변화시키고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하여
아침시간을 고정시킬 수 있었다
기상시간은 변함없이 05:18 이지만
이제 그 시간에 일어나면 우유와 프로테인으로 아침을 먹고 
느긋이 설거지도 하고 6시에 맞춰 사우나에 가서 운동과 샤워를 하고
영업은 7시경에 시작한다.


이것이 내 새로운 아침 식사다


전날이 쉬는 날이어서 숙취가 있으면
어느 한두 가지를 생략해도 영업의 시작은 7시다
빈차로 배회하는 운행 초식도 달라졌다
전에는 집에서 나오면 남부시장으로
전동터미널로 공수내다리로 평화동으로
평사에서 우회전해서...  생략...
손님이 없을 때는 이 코스를 무려 3바퀴나 돌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뺑뺑이가 없어졌다
남부시장도 가기 전에 콜이 잡힌다.
카카오에 가맹한지 한 달 반이 되었으니
거의 이런 패턴으로 정착된다고 봐야겠지만
아직 좋은 변수와 나쁜 변수가 하나씩 남아있다
나쁜 변수부터 말하자면
카카오측에서 앞으로 가맹택시를 얼마나 더 늘리냐이다
현재도 원래 계획보다 넘었는데 계속 모집하고 있으니
그들의 욕심이 어디까지일지 알 수가 없다
좋은 변수는
지금은 거리두기 3단계로 묶여 있지만
이게 풀리면 영업시간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저녁시간도
샤워를 한 번 더 하는 등 여유롭게 조절한 수가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암튼 현재의 영업상황, 미래, 좋고, 나쁜 변수 모든 걸 감안하여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다
바로 '71325' 원칙이다
뭐 대단한건 아니고 7시에 일 시작하여
13시간만 일하고 25만원이 하루 목표라는 말이다

이렇게 3년이 고정된다면
그 뒤에는 81020으로 노후에 맞춰야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