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2-24 19:47
개인택시 쟁취기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1,683  

2020. 2. 3(월) ~ 21(금) 


참으로 재수도 없다

1~2개월만 빨랐어도 천오백만원에서 이천만원은 

아낄 수 있었는데....


2019년 하반기부터 개인택시 기사 70세 이상은 1년에 한 번

정밀검사를 받도록 법령이 바뀌었다

그 바람에 1억 1천만원 이쪽저쪽 하던 개인택시 넘버 값이 

1억 밑으로 떨어졌다

그 시기가 2019년 11월에서 12월 중순 사이였다

그런데 그 정밀 검사라는 것이 막상 받아 보니 시행 초기라

봐줘서 그런지 별 것 아니라는 것이다 (추후 시간이 갈수록 강화된다고 한다)

거기다가 현재는 영업용 운전경력을 3년 무사고 이상 쌓아야 개인택시를 살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데 2021년 3월경부터는 일반 운전자들도 5년 무사고면

아무나 개인택시를 살 수 있도록 바뀐다하니 개인택시 넘버값이 올라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 팔려고 내놨던 물량이 일제히 들어가 버린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아쉬운 입질이 있긴 했었다

12월 19일에 2년 운행한 차까지 포함해서 일억 천오백만원에 가계약을 했었다

3백만원을 주고 가계약을 했는데 다음날 차를 내놨던 사람이 연락을 받지도 않는단다. 

내가 가계약을 한 것은 중개인이고 본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금전적 이익은 주장할 수도 없고 그냥 깨져버렸다

그리고는 더 이상 나온 물건이 없었다.

내가 3년을 채우고 살려고 하던 2019년 12월 하순부터의 일이다


가격이고 뭐고 나온 게 있어야 말이지....

그렇게 2020년 1월을 여기저기 수소문만 하면서

날이면 날마다 술에 젖어 지냈다

회사 택시를 슬슬 하려고 생각도 해봤으나

그러다가 재수 없이 덜컥 사고라도 나면 완전 도로 아미타불이 되어 버릴 것이고...

급기야는 만일 2월말까지 기다려봐서 그때도 안 나오면

3월부터는 그냥 회사 택시를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던 2월2일 친구의 형인 그만 둔 회사의 전무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차가 나오덜 않는다 근데 남바값만 1억2천에 한 대 나왔는데 할래?”


“해야죠~!!!”


근데 문제는 내 수중에 딱 1억 2천뿐인데 약 2천5백을 추가로 구해야하는 것이다

동생 동연이에게 SOS를 보내서 가까스로 맞추긴 했다

사실 1억 2천도 내 돈 4천5백과 7천5백이 빚이었는데 이제 빚이 토탈 

1억이 된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렇게 계약을 하게 되었다

다행이지 뭐~~



준비 서류가 많지만 

실상 내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몇 개 안되고

중계 브로커가 대부분 다 해준다

내 첫번째 준비서류가 대학병원급 '건강진단서'이다

다른 병원은 인정이 안된다


나는 평소 혈압이 150에 100 정도에서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혈압 약은 먹지 않는다.

수축기 혈압이 나이 플러스 90이 정상이라는 논리를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인택시 취득을 위한 건강진단서에는 

혈압이 무조건 140에 90 미만이어야 발급이 된다고 한다

이 정보는 몇 개월 전 우연히 개인택시를 탔다가 그 기사가

전북대학병원을 마구 욕하면서 혈압에 걸려서 진단서 발급이 되지 않아

2주일을 허비하다가 결국 충남대병원에서

진단서를 발급 받아 겨우 이전을 했다는 것이다

그때는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뻘로 들었는데 내가 겪어보니

그 기사가 말하는 요지는 충남대병원이 혈압이 낮게 나온다는 말이 아니고

혈압이 얼마가 나오든 간에 높으면 높게 낮으면 낮게 진단서에 표기해서

발급을 하고 판단은 허가를 내주는 시청 담당 과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막상 겪어보니 이완기는 82~83으로 통과인데 수축기는 143에서 떨어지지를 

않는다. 혈압이 143에 83이면 택시를 못하나???


암튼 그래서 혈압을 낮추고 진단서를 발급 받기 위한 작전에 들어간다.


평소 혈압이 아주 높은 것은 아니어서
하루 이틀 전에 약을 먹어주면 되리라고 생각을 하고
잘 아는 형님이 하는 병원을 찾아갔다

“형님 개인택시 땜에 건강진단 받아야하니 혈압 약 5일분만 줘요”

“자네 그러다가 큰일 나... 계속 약 먹어야 해”

그러더니 덜컥 한 달분을 처방해 준다


내 단골 약국인데 이번 사건으로 2~3일 사이에 몇 번을 갔는지 모르겠다

암튼 전북대병원을 가기 전날 혈압 약을 한 알 먹었고

가는 날 아침 또 한 알을 먹었다


진단서가 나오기 전에 이미 계약은 끝냈다

중개인 하는 말이 아직 혈압때문에 개인택시 양도양수에 지장이 있었던 적은

없단다



2월 4일.....

별 걱정 없이 대학병원으로 향한다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어디를 가던 무조건 번호표를 뽑아야 한다

채혈 할때도...   심전도 검사 활 때도....

나는 이리저리 찔을 보다가 아예 다음 종목, 또 다음 종목으로 가서 미리 번호표를

뽑아 왔다

그리하여 남 보다 훨씬 빨리 모든 것을 마쳤는데 마지막이 혈압 측정이다

처음 재니 148,  86....  간호사가 심호흡을 하고 10여분 쉬었다가 다시 재잔다

다시 재니 153, 84.....

다시 20여분을 쉬었다가 쟀다

144, 83.....

간호사 왈.... 


"집에 가셔서 점심 약간만 드시고 한숨 주무시고 오후에 다시 재보게요"


낮잠을 자는 대신 혈압 약을 한 알 더 먹고,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다 


'일시적으로 혈압을 낮추는 법' 


혈압 재기 전 약 2시간 전에 

바나나를 먹어라.

비트주스를 먹어라.

혈압 재기 20분 전부터는 

숨을 코로 깊게 들이쉬고 입으로 서서히 내 품어라.

이완기 수축기 모두 20~30은 떨어트릴 수 있다


바나나도 2개 먹고 

비트주스도 갈아 마셨다 그리고는

편안하게 누워 영화를 한 편 때렸다

오후 3시쯤 되어서 바로 집 앞까지 택시를 불러 타고 

대학병원으로 향한다. 

택시에서 내려서부터는 조심조심 걸으며 

앞에서 봤던 호흡법을 사용한다.

건강관리과가 있는 지하 계단을 천천히 내려간다.


어~! 

오전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북적댔는데

단 한명도 없네~

검진실로 들어가자 간호사가 묻는다.


"한 숨 주무셨어요?"


대답하기 귀찮아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의자에 편히 앉아 10분 정도 숨 좀 고르세요"


20분도 더 지나서 간호사가 혈압기 쪽으로 가며 부른다


“이제 재 보시게요”


혈압약도 하나 먹었지

바나나 먹었지

비트주스 먹었지

편안히 누워 영화도 한 편 봤지

숨 고르기도 한참을 했지......


높게 나올 이유가 없겠지

여유를 갖고 쟀다


악~!!!!!!


155  96 이게 뭐여???


그 후 약 2시간에 걸쳐 누웠다가 재보고

앉았다가 재보고...

하지만

수축기가 150이하로 떨어지지를 않는다.

 

오전에 했던 검사들의 결과가 나왔나보다

 

"의사선생님 먼저 보시죠"

 

담당 의사는 차트를 건성으로 체크해 주면서

 

"다 되었습니다 밖에 간호사 갖다 주세요"

 

다른 것들은 모두 정상 범위다

오로지 혈압만 남았다

오후 5시가 넘었다

간호사도 안타까운지

 

"이번에 재 봐서 안 되면 병원 밖 큰길 맞은편에 김내과라고 있거든요

거기 한번 다녀오세요 우리는 1750분이면 닫으니

늦으시면 내일 오전에 다시 오세요"

 

마지막으로 잰 것도 역시 높다

대학병원에서 나와 김내과로 갔다

~!!! 손님이 최하 20명은 넘게 기다리고 있다

50분 이상을 기다려야한단다

오늘은 어차피 늦었군.

1시간을 기다려 내 차례가 돌아왔다

여의사인데 제법 친절하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혈압을 직접 다시 재본다

이번엔 160100도 넘게 나온다.

청진기를 가슴에 대보더니 심장이 거칠게 뛴다네

 

"신경안정제를 한 알 처방해 드릴 테니

내일 혈압재기 2시간 전에 드시고

내일 아침에는 혈압약을 한 개 반 드세요"

 

내과에서 나올 때는 오후 630분이 넘었다

시장약국에 가서 신경안정제를 사가지고 바로 집으로 갔다

저녁밥만 약간 먹고 술도 참았다

 

다음날 일어나서 바로 혈압약을 아예 두 알을 먹고

730분에 신경안정제를 먹었다

9시에 택시를 불러 대학병원으로 향한다.

연 이틀을 아침저녁으로 혈압약 먹었지

어젯밤에는 술도 안 먹었지

신경안정제까지 먹었으니

이제는 정상적으로 나오겠지

 

간호사가 나를 알아보고 순서 관계없이 안 쪽으로 부른다.

 

"내과는 다녀오셨어요?

10분만 앉아 계시다 재 볼께요?"

 

안정제를 먹었는데도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드디어 운명의 시간이 왔다

혈압기에 오른팔을 넣고 시작 버튼을 누른다.

공기가 슈욱~ 들어가면서 팔을 압박한다.

200정도까지 빵빵해지다가 서서히 빠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요 며칠 하도 재봐서 결과가 수치로 나오기 전에

느낌으로 미리 알 수 있는데 이번에도 틀렸다

수축기가 150을 지나자마자 바로 혈관이 뛰었다

아니나 다를까  146, 86이 나온다.

 

휴우~

이제 장기전으로 가야하나?

그때 간호사가 중요한 팁을 준다

 

"여기서는 긴장되어 약을 드셔도 높게 나올 수 있으니

시중 아무 병원에서나 재시면 되는데

그 상황을 동영상으로 끊기지 않게 정면 모습이랑

재고 나서의 혈압 표시부분이 모두 나와야 돼요"

 

~! 그런 방법이...

대학병원을 나와 동생 친구가 원장인

중앙시장의 박내과로 바로 갔다

그 동안의 경과를 모두 얘기를 하고

간호사에게 동영상 촬영을 부탁한다고 하자

맥박이 좀 빠르니 재기 전에 약을 한 알 먹고

30~40분 후에 재라고 처방을 해 준다

시장약국이 바로 옆이라 좋다

 

내 폰을 동영상 촬영모드로 놓고 간호사에게 부탁을 한다

한결 마음이 편안하다

열심히 촬영을 한 결과.....

 

150도 넘게 나온다!

 

에이씨 안 해!!!


이제 뭐를 더 해 볼 수가 없다

에이, 나중에 생각하자 

어제 술을 하루 쉬었더니

점심부터 술 생각이 난다


대보장이란 중국집으로 객주를 불렀다


 


볶음밥을 먹기 전에 짬뽕 국물에 이과두주가 들어가니

식도가 쎄~~~ 하니 좋네...

기분 좋게 한 병을 다 비웠다

알딸딸하네


그러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대보장 부근에 전주보건소가 있다

한 잔 먹은 김에 혈압을 다시 재 볼까?

혹시 몰라서 객주에게 동영상을 찍으라하고 

혈압을 잰다


어어~!!!



혈압이 툭~!!! 떨어져서 나온다


"동영상 찍었어 찍었어?? 어디 봐봐 에이씨 수치가 잘 안나왔자나"


자세를 가다듬고 다시 잰다

역시 정상으로 나온다

보건소에서 나와 바로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동영상도 있지만 간호사를 불러 보는 앞에서 재 보고

안되면 동영상을 보여 주리라


씩씩거리고 가서 쉬지도 않고 바로 쟀다


130,  66 


우헤헤.....

진즉 술을 먹고 쟀어야 하는거야

술을 매일 먹는 사람들은 술이 약이야~!



이렇게 건강진단서가 발급되고 그 다음은 

내가 할 일이 전혀 없다

여러 복잡한 절차들을 중개인이 다 알아서 해 준다



차량 딜러도 중개인과 알아서 약속을 잡고 날짜와 시간을 맞춰 정확히 알아서 한다



넘버판도 알아서 다 받아다가 달아준다



이 자격증은 도조합에서 나온 걸로 되어 있는데

시조합이니 도조합이니 아직도 나는 전혀 모른다

다만 조직이 서로 갈라져 찌그락짜그락 한다는 것만 알겠다


요금 계산하는 미터기 마저도 내가 선택 할 수 있는 자유가 없다

두군데로 갈라져 애초에 내 차의 전 주인이 선택한 미터기로 따라 갈 수밖에 없단다

최근엔 전주 개인택시 전용 콜인 '한옥콜'마저 '한지콜' 이란게 만들어져

갈라져 나왔나보다 '카카오택시'니 '티맵택시'니 대기업이 하는 콜에 대항하여

단합은 못할 망정 뭐 하는 짓인지,.....  끌끌  무슨 이권이 개입되어서 그런다지???



나는 고사니 뭐니 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최근 자주 술을 한잔 씩 같이 하는 후배들이 꼭 해야 한다고....

그래서 그들 몇몇 들하고만 하기로 하고

친구나 모임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이 녀석이 돈을 얼마나 달라고 저렇게 입을 쩍 벌리고 있어?



제물도 최소한으로 단촐하게....



나까지 다섯명이 전부네...



다들 묵념으로 하고 말았는데 정식이만 정식으로 절을 한다


돈 세다 잠드는 게 아니고 개인택시를 인수하자마자

코로나 유행에 손님 없어 잠들게 생겼네



병철이는 고사 지내는 시간을 잘 못 알아 다 끝난 뒤에 와서 봉투만.....


원래 생각은 빡빡하게 쓸 게 많았는데

(작성중) 상태로 너무 오래 끄는 바람에 급조해서 끝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