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5-30 09:52
삶에 갇힌 삶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539  

2022. 5. 30(월)


언제부터인가 3으로 묶여진 날들에 매몰된 채
탈출구 없이 계속 공전을 되풀이 하고 있다
그 묶인 세 날 중 첫 날은 일 시작하는 날이다

05:18,
'삑, 삑, 삑, 삑, .....   '
탁상시계 알람을 어둠 속에서 손으로 더듬어 끈다.
저 소리를 내버려두면 10번을 삑삑 거린 다음
'삐빅, 삐빅, 삐빅, .... ' 으로 바뀐다.
이것도 10번 놔두면 '삐비빅, 삐비빅, 삐비빅, .... '  소리가 복잡해진다.
이 이후까지는 켜놔 보지 않아서 어떻게 변하는지 모르겠다. 
대부분 90%이상은 첫 울림 5번 이내에서 정지시킨다.

 

3분 빠른 첫번째 알람... 근데 달과 날짜는 엉뚱하네.....


내 아침 알람은 이게 끝이 아니다
정확히 3분 후 진짜 5시 18분에 핸드폰 알람이 울린다.
탁상시계는 3분이 빠르거든...

 

이게 내 핸폰의 진짜 알람이다


핸폰 알람을 듣고서야 베드테이블 위에 리모컨 박스에서 TV리모컨을 더듬어
감각으로 어둠속에서 23번 뉴스채널을 켠다.
그런데 나를 정작 침대에서 일어나게 하는 건 알람이나 뉴스가 아니라
참기 힘들만큼 치밀어 올라와야하는 오줌 마려움이다
화장실에서 나와 방 불을 켜는 순간 나의 기상은 공식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전날 과음을 하여 숙취가 남아 있을 경우에는 다시 드러누워 뒹굴 거릴 수도 있다
드물지만 만약 7시가 넘었는데도 일어나기 싫어 뭉그적거린다면
그날은 거의 제끼는 날이다 이런 날은 자주 있는 건 아니고 2~3개월에 한 번 정도?

나의 아침 5시 18분(정확하게는 15분)부터 7시까지에는
냉혹한 크로노스 시간과 변화가 있는 카이로스 시간이 공존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아침 시간표는
05:47 집에서 나옴
05:55 사우나 주차장
06:00 운동시작
06:30 대변
06:35 샤워
07:00 일 시작
(절대상수 : 사우나오픈 05:55
임의상수 : 일 시작 07:00, 샤워 25분)
난 이렇게 간단한 걸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간대로(허용오차 +- 3분) 지켜지는 날은 일주일에 하루나 될 것이다
사우나가 끝나고 공식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콜을 켜지 않지만
집에서 사우나까지 가는 동안 길에서 손님이 잡으면 어쩔 수 없다
아주 짧은 거리면 스트레칭 복근운동만 생략하면 되지만
기본요금 거리가 조금 넘으면 벤치프레스와 스쿼트가 한 세트씩 날아가고
긴 거리면 운동이 통째로 날아간다.
약간의 변비 끼에도 3~4분이 무의미하게 사라져 일 시작 시간이 
그만큼 늦어지면 심각하게 짜증이 난다
그깟 몇 분 가지고 그러냐고 하겠지만
오전 5시간, 오후 8시간 총 13시간을 일하는 나로서는
오전에 5시간을 못 채우고 오후로 넘어가면 3~4분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해이해진 런닝타임과 시간대비 수익금 셈법이 얽혀 끝날 즈음에는
10분, 20분이나 그 이상 늘어날 수 있으니
하루의 큰 낙인 일 끝난 후, 열여섯 모금의 술자리 시간이  늦어지고
곁들여 보는 영화시간, 취침시간도 줄고 어그러져
자칫 다음날 까지도 지장을 줄 수 있으니 아침의  그 몇 분은 매우 중요하다
반면에 내 나름 재미있는 시간도 있다
3분 빠른 탁상시계 알람을 끄고 폰 알람이 울려 티비를 켜기까지의
그 암흑의 3분이 그 시간이다
어느 때는 탁상알람을 끄고 채 돌아눕기도 전에
곧바로 폰알람이 울려버려 너무 아쉽지만
또 어느 때는 독립투사가 되는 꿈과 로마병정 꿈 2 세트를 꾸고
기지개를 한껏 켜고도 폰알람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알람이 잘못 되었나? 확인을 해보기도 하지만 늘 알람은 정확하다
나는 꿈을 많이 꾸기도 하지만 꿈꾸는 걸 좋아한다.
무서운 꿈은 스릴 있어 좋고 흉몽은 '꿈은 반대니까'하며 즐긴다.
그러니까 탁상알람을 끄고 베개를 고쳐 베는 그 순간이
나에게는 설레고 기대되는 시간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목숨 건다
물론 그 3분 동안 꿈도 잠도 없이 몸만 뒤척이다 폰알람이 울려버리는
허무한 날도 허다하다
이런 시간과의 아침 유희가 끝나면 7시부터는 돈이 관계된 지루한 싸움이 시작된다.
이때의 낙은 KBS 음악방송 듣는 것과 점심때 반주로 곁들일
막걸리 석 잔에 대한 기대감이다
점심시간은 12시경부터 15시경까지 3시간 정도인데
나의 수면알콜해독능력은 잔당 30분이다
그러니까 점심 반주로 석 잔을 마시면 1시간 30분을 자야한다
자고나면 말짱하고 개운하게 오후 영업 준비가 끝난다.


내 점심상......


오후 8시간은 시간이 긴 만큼 당연히 더 지루하다
오후 8~9시 사이 개스 충전과 소변보는 7~8분이 유일하게 차에서 내리는 시간이다
오후 시간의 낙도 오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라디오 듣는 것과
일 끝나고 먹을 1초롱, 넉 잔, 열여섯 모금의 막걸리와 열여섯 조각의 안주가 그것이다 
추가되는 것이 있다면 술 마시며 이리저리 돌려보는 조각 영화가 있다
더불어 아쉬운 마지막 모금의 막걸리를 마신 뒤 4시간여의 꿈을 곁들인 단잠도
또 하나의 큰 낙이다.


거의 밤 12시 전후에 먹는 저녁 겸 야식상이다


이렇게 세 묶음의 날 중 하루가 끝나는데 둘째 날의 일과도 첫 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셋째날인 다음날이 쉬는 날이어서 약간 가볍다고나 할까?
마치는 시간도 융통성 있게 조절할 수가 있고
자기 전 막걸리도 첫날보다 한두 잔 더 추가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마음 놓고 먹지는 못한다.
쉬는 날도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그리고 세 밤 중 가장 기분 좋게 잠에 빠져든다.


둘째날의 안주는 '태평진미집'에서 사 온 돼지불고기와 오뎅을 곁들인 김밥으로 먹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 날은 쉬는 날이니 당연히 제일 특별하다
그래도 기상 시간은 일하는 날과 동일하다 아니 차라리 더 일찍 일어난다고 해야 할까?
우리 학창시절에 학교 가는 날은 늦잠 자면서도 쉬는 날은 더 일찍 일어나듯이 말이다
일어나자마자 모악산 산행을 하는 것이 원칙 이지만 지난겨울에는
아이젠, 스패치(눈도 안왔는데..) 핑계로 사우나 런닝머신으로 대충 때웠다
암튼 산이든 사우나든 쉬는 날 아침은 가급적 땀을 한바탕 흘리고 시작하려고 노력한다.
오전은 사뭇 바쁘다 고정 일과는 빨래와 어항 물갈기, 홈피 정리, 세차 등이고
모든 사적 업무를 쉬는 날 오전으로 몰아 놓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꼭 모든 걸 오전에 몰아 놓는 이유는 오후 3~4시부터는 술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술은 보통 소맥 1:3이나 맥막 1:3으로 저녁 8시경까지 마시는데
그냥 술만 마시는 게 아니고
노트북을 옆에 펼치고 오전에 다 못 끝낸 홈피정리를 마무리 하는가 하면
넷플릭스로 영화도 본다.
그때 곁들이는 안주선택의 고민도 또한 즐거운 낙이다
대부분의 주당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마시면서
꽁도 까고 침 튀기며 열을 올려야 제 맛으로 알고 나 또한 그랬었지만
최근 이 3일 프레임에 갇힌 뒤로는 혼자 마시는 게 좋아졌다
처음 택시를 시작하여 5일 일하고 하루 쉴 때의 나의 낙은 '산, 술, 글, 잠' 이었다
지금은 그 4가지 외에 영화라는 것이 슬며시 끼어들어왔다
그 만큼 더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겠지
혹 보고 싶은 책이라도 생기면
술시가 시작되고 아직 술기가 덜 올라올 한 시간 가량 독서를 한다.


내 최고의 낙인 쉬는 날 오후의 술상 풍경......


술주전자가 다 비워질 때쯤이면 빠르면 7시 늦으면 8시가 된다.
귀가시간이다
일 시작 첫 날인 다음날 기상을 생각하면 항상 염두에 둬야한다
집에 들어가서도 입가심 마무리 술을 꼭 마시게 되니 취침시간은 10시 전후가 된다.
쉬는 날 술시부터 잠드는 10시경까지 약 7시간은
내 5대 낙 중 술, 글, 영화 세 가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으로
짜여진 3일 세트에서 제일 행복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가 지나고 잠이 들면  3일의 한 묶음이 끝난다.

그리고 되풀이 된다

이렇게 나는 쳇바퀴를 돌고 있다
일하는 이틀을 위해 하루를 쉬는지 쉬는 날을 위해 이틀을 일하는지,
긍정과 부정, 비관과 낙관이 수시로 교차되며 돌고 있다
밖으로 튀어나가려는 원심력은 호시탐탐 일탈을 노리지만
일탈 뒤의 깨진 리듬을 걱정하는 소심함은
변화 없고 재미없는 그러나 평온한 구심력에 매달리고 있다

너절하게 뭘 늘어놨지만 쉽게 간단히 말하면
'고달픈 삶에서 재미를 찾으려 애쓰지만 변함없는 일상을 더 바란다'는 말이다
'고해는 끝이 없지만 고개를 돌리면 언덕'이라고
나는 언제쯤 고개를 돌려 프레임과 굴레를 타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의 진짜 문제는 5년이 지났지만 무의식의 내면에서
현재 내 직업을 직업으로 받아드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